14일 내년도 예산안 심사가 두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국회에선 2년 전 신설돼 이제 막 걸음마 단계를 걷고 있는 ‘기후대응기금’을 재정비해야 한단 목소리가 나온다. 기금 재원 확보 방안을 추가로 마련하고 산업 부문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오형나 경희대학교 교수는 이날 오후 국회 기후변화포럼(대표의원 유의동·한정애)이 주최한 ‘기후대응기금 이행점검과 활성화 방안’ 토론회에서 “기후대응기금의 규모를 키우고, 탄소 저감 효과를 강화하는 ‘산업 프로젝트’ 중심으로 편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기후대응기금’은 기후위기 대응과 녹색성장 촉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재원 확보를 목적으로 설치된 기금이다. 2021년 처음 만들어져 매년 2조~2조5000억원 사이로 편성되고 있다. 기금은 온실가스 감축설비 지원, 녹색금융 및 유망 산업 지원, 탄소중립 공정한 전환 및 적응 인프라 구축 등에 투입된다.
오 교수는 유럽연합(EU)이나 일본과 비교해 우리나라가 기후대응기금 편성에 소극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은 녹색혁신기금을 운영 중이다. 2021년 3월에 2조엔(약 18조원) 정도의 예산으로 기금을 만들었다. 우리나라 기후대응기금의 9배가 조금 안 되는 규모”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탈탄소화 현황과 EU를 능가하는 연간 온실가스 감축목표 등을 고려하면 공적 재원 수요는 클 수밖에 없다”면서 “그런데도 기후대응기금(약 2.5조원)은 절대·상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EU의 이노베이션 펀드(Innovation Fund, 국내 ‘기후대응기금’과 비슷한 개념의 펀드)는 EU 국내총생산(GDP)의 2~3% 규모다. 그런데 국내 기후대응기금은 한국 GDP의 약 0.1%에 불과하다”며 “(특히) 우리나라는 제조업 산업 비중이 높아 탈탄소로의 전환이 어려운 축에 속하는데도 재원 규모가 상대적으로 비교해봐도 적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금 규모 확대를 위해선 재원 확보 방안을 추가로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후대응기금이 배출권 거래제도 판매 수입과 에너지세수로 충당돼야 한다는 점에서 이들 정책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게 오 교수의 설명이다.
기금 규모에 한계가 있는 만큼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오 교수는 배터리와 그린 수소 등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부문의 산업 전환에 집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원 대상도 ‘대규모 프로젝트’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소규모 프로젝트나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은 (기후대응기금)이 아닌 다른 재원을 이용하면 된다”면서 “(저탄소 전환 등과 관련해) 실증·실용화 단계에 있는 산업 부문에 기금을 활용해 기술 실증화에 집중해야 한다”고 짚었다.
산업계에서도 정부가 ‘기술 투자 및 지원’에 비중을 두고 기금을 편성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홍현종 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 사무총장은 “기금의 활용이 산업계에선 피부로 느껴지는 게 거의 없다”고 입을 뗐다.
그는 “기금이 너무 자잘하게, 작은 분야에 대해서 모든 부처가 활용하기 때문에 가시적 성과가 나올 수 없다고 본다”면서 “(산업 부문에 부여된 의무가 많은 만큼) 산업계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환이라든지, 제도라든지 기술 투자라든지 이런 쪽에 비중을 두고 과제를 선정돼야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예를 들어 현재 기상청에선 미래기후전망 시나리오를 구축하고 있다”면서 “그런데 기업 단위에선 기후변화에 따른 물리적 자산 손실을 측정하는 데 구체적 가이드라인을 제시받은 게 없다. 그나마 대기업은 2~3억원 비용을 지불하면서 자산 손실을 측정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기상청 시나리오처럼) 산업계에서 기후 시나리오 영향평가를 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기금으로 관련 플랫폼을 만들어 주시면 어떨까”라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