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자산 연동 토큰(RWA)으로 자산 유동성 만들고 가치도 증대
토큰 운용ㆍ관리 등 중개 자동화 프로토콜 ‘ERC3643’ 표준 주도
“한국 좋은 자산 많지만…아직 본격화 안 돼, 오히려 가능성 커”
“종이 위에 있는 자산은 죽은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기존에는) 중개수수료나 기관을 거쳐야 했는데 블록체인은 이런 불편함을 덜 수 있다. 이처럼 블록체인은 자산 이전에 좋은 플랫폼이지만, 먼저 좋은 자산이 있어야 한다”
5일 본지와 만난 룩 팔렘핀 ‘토크니 솔루션(토크니)’ 대표(CEO)는 실물자산연동(RWA) 토큰의 장점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크립토도 자산이 될 수 있지만, 그것보다는 부동산이나 금융 상품 같은 것들이 필요하고, 또 정부에 대한 신뢰 등이 함께 필요하다”면서 “RWA는 이런 좋은 자산의 유동성을 만들고 가치를 활용하게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팔렘핀 CEO가 설립한 토크니는 다양한 금융회사나 기관이 보유한 현실의 자산을 토큰화하는 솔루션을 제공해오고 있다. 그는 토크니를 설립하기 전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을 창업·운영한 바 있는데, 당시 경험과 그때 만났던 투자자들이 토크니의 설립과 운영에 도움이 됐다고 회상했다.
그의 말처럼 최근 RWA, 자산 토큰화 시장은 자산 활용 측면에서 가상자산업계 뿐만 아니라 전통 자산 시장의 관심도 함께 받고 있다. 10조 달러의 자산을 운용하는 미국의 블랙록을 이끄는 래리 핑크 블랙록 CEO 역시 올해 3월 투자자들에게 보낸 연례 서한에서 “시장의 차세대, 증권의 차세대는 증권의 토큰화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힐 정도다. 팔렘핀 CEO 역시 “수년 안에 토큰화 시장 규모는 수십 억 달러가 될 것”이라면서 시장이 금세 성장할 것임을 자신했다.
팔렘핀 CEO는 최근 업계의 관심이 쏠려있는 증권성 등 규제 이슈에서도 RWA는 자유롭다고 말했다. 실물자산이 규제 틀 안에서 존재하는 만큼, 이를 토큰화하고 적절한 기술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사람들은 규제가 문제라고 말하지만, 실은 적절한 기술이 없다고 말하는 게 맞다”면서 “예를 들어, 고객확인(KYC)이나 각종 권한에 대한 증명, 배당금 분배 등이 가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증권형 토큰(토큰 증권)은 온체인이든 오프체인이든 어쨌든 증권으로 봐야 하고 증권으로 관리돼야 한다”면서 “자본시장법은 전 세계에 다 있다”고 말했다. 토크니는 자산을 직접 운용하는 금융기관과 협업해 기술을 제공할 뿐이기 때문에 별도의 라이선스도 필요 없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처럼 토큰화된 자산을 관리하기 위해 토크니가 주도하고 있는 것이 ‘ERC3643’ 표준이다. 팔렘핀 CEO에 따르면 ERC3643은 토큰화된 증권의 KYC, 자금세탁방지, 적격투자자 판별 등 기존에 중개인이 하던 중개·관리 업무를 스마트컨트랙트를 통해 자동화해주는 프로토콜이다. 해당 프로토콜은 오픈소스로 누구나 이를 활용할 수 있다. 이미 폴리곤 등 글로벌 메인넷도 ERC3643을 활용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고, 국내에선 클레이튼도 합류를 준비 중이다.
지난주 클레이튼과의 업무협약(MOU)을 발표하며 한국시장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한 팔렘핀 CEO는 한국의 RWA 시장의 가능성도 크게 보고 있다. 한국은 가상자산 시장에서도 이미 선도 국가로 정평이 나 있다. 지난주 진행된 KBW 2023을 방문한 해외 업계 리더들도 입을 모아 한국을 ‘얼리 어답터’라고 표현할 정도다. 다만 그는 한국인의 ‘얼리 어답터’적인 특성에 더해 아직 한국 시장에서 토큰화 사업이 본격화되지 않은 점을 가능성으로 꼽았다.
팔렘핀 CEO는 그런 한국에서의 첫 RWA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준비도 진행 중이다. 그는 “토크니가 유럽에 기반을 둔 만큼 아시아에 진출하고 싶었고, 아시아에서는 한국이 매우 중요한 시장 중 하나”라면서 “한국에는 좋은 자산이 많은데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는 큰 가능성”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떤 사업인지를 묻는 질문에 “나라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자산이 달라 고민 중이지만 한국에서 의미 있는 자산군을 토큰화하려 한다”고 말해 국내 사업에 대한 힌트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