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이튼 횡령 의혹 제기 책 발간…카카오 대응책 마련 고심
김범수 카카오 전 의장과 클레이튼 관계사 임원들이 횡령ㆍ배임 등 혐의로 고발당하면서 클레이튼이 위기에 빠졌다. 위믹스와 함께 한때 김치 코인 대장주로 꼽혔던 클레이튼 가격은 150원 대를 횡보하고 있다.
시민단체 경제민주주의21은 13일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와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 관계사 임원들을 횡령·배임 등 혐의로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 합동수사단에 고발했다. 경제민주주의21은 고발장에 “카카오는 관계자들이 클레이를 투자받아서 개인들이 파는 구조를 취했다”면서 “‘재단은 투자를 하는 것이지 이익을 취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주고, 관계자들의 판매가 가끔 회자되더라도 개인의 일탈로 돌리는 모양새를 설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클레이튼 횡령·배임 의혹은 지난해부터 클레이튼 투자자와 가상자산 업계를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돼왔다. 클레이튼은 불투명한 운영 방식으로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해당 의혹이 최근 수면 위로 떠오른 건 가상자산 전문 유튜버 변창호코인사관학교와 법무법인 광야 예자선 변호사가 공동으로 쓴 책 '카카오는 어떻게 코인을 파는가?'를 발간하면서다. 예자선 변호사가 카카오페이 법률실장을 지낸 경력이 있어 해당 책은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총 116p에 해당하는 이 책은 카카오의 클레이튼 발행 전 과정을 훑으면서, 카카오와 클레이튼 관계자들이 클레이튼을 유동화해 부당한 이득을 취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유틸리티와 서비스를 개발해 클레이튼 생태계를 키우는 대신 유동화에 집중했고, 그 과정에서 책임 소지를 불분명하게 하기 위해 클레이튼 재단을 세웠다는 주장이다.
두 저자는 해당 저서에서 “‘클레이튼이 돌아가고 있다’, ‘크러스트가 투자하고 있다’는 막연한 분위기만 유지했다”면서 “‘누가 클레이를 받아갔지’ 질문을 안 하고, ‘이런 것도 있다, 저런 것도 있다~’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지난주 해당 책 발간 소식이 알려지자, 카카오 내부에서도 적잖은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카카오 측은 아직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으나, 현재 전사 차원의 대응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 관계자들은 “책의 내용에 사실이 아닌 내용이 많다”면서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클레이튼 재단은 고발 건에 대해서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카카오는 2019년부터 클레이튼 관련 사업을 싱가포르 법인 크러스트유니버스를 통해 운영하다가 올해 3월 독립 비영리 재단인 클레이튼 재단으로 모두 이관했다. 크러스트유니버스는 한국은행의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 사업을 포함한 블록체인 기술 활성화에 집중하고, 과거 크러스트가 인큐베이팅했던 산하 사내독립기업(CIC)은 현재 독립적으로 사업을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한편 클레이튼 가격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2021년 4월 한때 최고가 4800원을 기록했던 클레이튼은 지난해 9월부터 200원대 가격을 횡보하고 있다. 책 출판 소식과 함께 경제민주주의21의 고발 소식 이후 클레이튼 가격은 150원을 횡보하고 있다.
클레이튼 재단 관계자는 "이번 사안과 별개로 클레이튼 메인넷의 확장을 위한 활동들은 흔들림 없이 진행 중이며, 클레이튼 생태계 내 다양한 프로젝트들이 국내외 시장에서 프로젝트를 확장할 수 있도록 비즈니스 네트워크 구축, 공동 마케팅 등 다방면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향후 프로젝트들과 면밀한 소통을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