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8% 적금 등 고금리 잇따라 내놔
건전성 악화 우려…점검 강화
18일 오전 9시 충북의 청주의 모충새마을금고. 문이 열리자마자 순식간에 ‘오픈런’이 시작됐다. 수십 명의 고객들이 건물을 에워싸듯 대기하고 있다가 한꺼번에 몰려들었다.
주부 A씨는 “새벽 7시부터 기다리고 있었다”며 “일주일 전부터 여러 커뮤니티에서 이곳 특판 홍보를 많이 해서 오픈런이 예상돼 최대한 일찍 왔지만 앞에 이미 20명 넘게 줄을 서 있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고객 B씨는 “12시에 왔는데 접수가 이미 마감돼 허탕을 쳤다. 번호표가 140번대인 것을 보고 너무 늦게 왔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불만을 표했다.
모충새마을금고 관계자는 “고객들이 오픈 전부터 줄을 서고 있어 2시간만에 번호표 발급을 마감했다”며 “업무가 종료된 후 정산을 해봐야 알겠지만 오늘 내일 중으로 완판될 것”이라고 밝혔다.
작년 하반기 역대급 고금리로 끌어모은 예·적금 상품들의 만기가 본격 도래하는 가운데 뱅크런(대규모 자금인출)을 겪은 새마을금고가 고금리 특판에 불을 붙히고 나섰다.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연 8%의 정기적금 특별한시 상품을 내놓은 모충새마을금고는 순식간에 판매가 종료됐다. 대면 가입만 가능하다는 점을 제외하면 제약이 없었기 때문에 매장 앞에는 길게 대기줄이 늘어섰다. 출자금 100만 원을 납입한 경우 월 200만 원까지 가입 가능하며 월 납입금 200만 원 상품에 가입하면 1년 후 192만 원의 이자를 받게 된다.
새마을금고가 이처럼 높은 이자를 준다는 소식에 이를 찾아다니며 지역을 가리지 않고 지점을 방문하는 ‘특판족’도 등장했다. 고금리 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인터넷 재테크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며 오픈런에 참여하는 것이다.
실제 새마을금고의 고금리 특판은 최근 눈에 띄게 출시되는 상황이다. 지난주 우암새마을금고는 연 12.0% 금리를 제공하는 12개월 만기 정기적금 판매에 나섰고, 민락 새마을금고도 연 6.3% 금리를 제공하는 특판 상품을 내놨다. 지난달 송탄새마을금고의 7.7% 특판 상품은 이틀 만에 완판되기도 했다.
이는 7월 발생한 새마을금고 뱅크런(대규모 자금 이탈) 사태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고객을 재유치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새마을금고의 7월말 예금 잔액은 6월말 대비 17조6065억 원 감소했다. 고금리 상품을 통해 이탈한 예금 잔액을 회복하려는 목적이다.
예·적금 상품의 만기가 1년 주기라는 점도 작용됐다. 1년전 레고랜드 사태로 인한 유동성 위기로 자금 경쟁에 불이 붙자 금융권 예·적금 금리가 치솟았다. 새마을금고는 자금 조달 창구가 막히자 은행권으로의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해 고금리 특판 상품을 연달아 출시했다. 지난해 고금리 예·적금 상품을 팔았던 일부 금고가 만기가 도래하며 다시 특판을 시작한 것이다.
한편, 금융당국은 새마을금고의 예·적금 금리 모니터링 등 시장 점검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새마을금고가 상반기 적자를 기록한만큼 고금리 출혈경쟁으로 인한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금융 상황 점검 회의에서 “가계대출 확대, 고금리 특판 예금 취급 등 외형 경쟁을 자제하고 연체율 등 자산 건전성 관리를 강화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