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빚 더미 앉은 뒤에 부랴부랴…서금원, 청년금융실태조사 나섰다

입력 2023-09-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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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서울 중구 청년도약계좌 비대면 상담센터에서 상담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출시된 청년도약계좌는 청년층의 자산형성을 돕기 위한 정책금융상품으로 월 최대 70만원씩 5년간 납입하면 연 6%의 금리를 적용받아 원금과 이자 5000만원을 모을 수 있다. 가입 대상은 개인소득이 연 7500만원 이하, 가구소득은 중위소득의 180% 이하인 만 19~34세이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서금원 "참고할 기존 실태조사 없어 올해 첫 진행
1년 주기로 청년금융 실태 정기 조사할 예정"
전문가 "정부조직ㆍ민간 파트너십 기반 체계적 연구 필요"
올해 말 금융실태 분석결과ㆍ자산형성정책 개선안 나올 것

청년도약계좌, 청년희망적금 등 청년의 자산형성 지원 사업을 이행 중인 서민금융진흥원이 금융취약계층 청년에 대한 현실 분석에 나섰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정책 개발의 기본단계인 실태 조사가 이제야 이뤄지는 것은 뒤늦은 조치라는 지적이 나온다. 수많은 지표를 통해 청년 부채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이 수면 위로 드러난 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연구원들이 개별적으로 청년정책 연구를 해왔지만, 이렇다 할 컨트롤타워가 존재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민금융진흥원은 이달 '청년금융실태조사 연구용역'의 입찰 공고를 냈다. 금융취약계층 청년이 겪고 있는 금융, 취업, 주거 등 실태와 금융취약 발생 사유를 파악해 청년들의 금융 상황 전반을 조사, 분석하기 위함이다.

청년층의 신용평점과 추정소득, 대출·신용카드 활용, 소비지출행태, 부채 및 연체 현황 등 신용평가사(CB)의 데이터를 활용하고 설문조사를 진행해 청년금융 현황 분석에 나설 예정이다. 내년 초 정도에 연구 결과가 나오면 청년도약계좌 등 청년자산형성 지원제도를 개선하거나 개발하기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될 전망이다.

서금원이 이같이 연구용역에 나선 건 청년도약계좌와 같은 금융정책의 개선과 개발에 참고할 만한 기존 자료가 없어서다. 서금원 관계자는 "그간 자산형성 정책상품들은 저소득층이나 기초생활 수급자에 해당하는 일부의 취약 청년들만을 대상으로 진행돼 더 넓은 범위의 청년을 대상으로 한 금융정책에는 참고하기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2021년 시행된 자산형성지원 제도인 '청년희망키움통장'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청년만을 대상으로 해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으로부터 "청년 대상자 연령 부합성이 높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이 19일 국회에서 열린 청년복지정책 5대 과제 당·정 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금원은 서울시에서 2020년 수행한 '청년실태조사'도 참고했지만, 청년 삶 전반에 대한 조사인 탓에 서금원이 청년 금융정책 개발에 참고하기에는 범위가 넓었다. 서금원 관계자는 "청년의 소비지출행태나 부채 문제 등 청년 금융을 자세히 살핀 실태조사가 없었다"며 "(이번 용역을 통해) 범위를 좁혀 '청년 금융'에 집중한 연구를 진행하고자 한다"고 했다.

문제는 이 같은 연구가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인 청년도약계좌 정책 시행 이후에야 이뤄졌다는 점이다. 자산형성 지원제도 설계의 기본이 되는 기초자료가 제도 시행 후에 시작되면서 "순서가 바뀌었다"는 지적이다. 또한, 금융권에서는 이미 햇살론유스 대위변제율, 신용대출 연체율 등 다양한 지표로 청년들의 빚 부담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지 오래라는 점에서 실태 파악이 늦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영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햇살론을 갚을 여력이 없어 서금원이 대신 갚아준 비율(대위변제율)은 올해 1분기 기준 20대가 1만3677명(36.7%)으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많았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받은 19개 국내은행 연령대별 신용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 6월 말 기준 20대 청년층의 연체율은 1.4%로 집계됐다. 지난해 6월 0.7%에서 두 배로 급등한 수치로, 전 연령대에서 증가 폭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서금원 관계자는 "2021년까지만 해도 기준금리가 낮아 시장에서 청년이 자산을 형성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기 어려웠다"며 "청년희망적금으로 자산형성지원 제도가 본격 시행되면서 관련 연구 필요성이 커졌다"고 했다. 서금원은 해당 청년금융실태조사를 앞으로 1년 주기 등 정기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그간 국내에서는 청년금융정책에 대한 연구체계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개별 연구원에서 청년정책 연구를 진행해왔지만, '컨트롤타워'가 뚜렷하지 않아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김동환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청년을 위한 금융정책의 필요성과 과제' 연구보고서에서 "청년금융정책은 정의조차 존재하지 않는다"며 "청년 금융정책 콘트롤타워를 구축하고 정부와 민간 파트너십이 강화될 필요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임성근 한국행정연구원 역시 '청년정책 연구기반 강화방안' 보고서에서 핀란드의 예시를 들며 청년들이 직접 참여하는 연구와 정부조직, 민간 연구단체 간 긴밀한 협력을 강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핀란드는 청년정책연구의 컨트롤타워인 '국가청년위원회'가 청년을 중심으로 구성되고, 정부 부처가 매년 민간 연구단체 운영 예산의 절반 이상을 지원한다. 임 연구원은 "청년 당사자가 청년연구의 방향과 내용을 결정하고 있다는 점과 정부조직과 민간 연구단체 사이의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청년연구가 수행되고 있다는 점은 우리나라 청년연구 발전을 위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서울 서초구 플로팅아일랜드 컨벤션홀에서 열린 청년정책 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청년금융 정책 연구 본격화 움직임…연말 청년금융 분석결과ㆍ자산형성 정책 개선안 나온다

청년금융정책에 대한 연구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국내에서도 본격적으로 연구조직이 구성되거나 청년 실태 조사 관련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청년희망적금에 관해 금융위원회와 논의를 진행했던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은 이달 초 청년정책연구실 산하에 한시 조직인 '청년자립지원연구센터'를 구성했다. 이 센터는 연구원 내 과거에 청년 관련 정부부처 용역 연구 경험이 있는 연구위원들을 모아 정보를 나누고 연구를 집중적으로 진행하자는 취지에서 구성됐다. 또한 해당 연구원의 청년정책연구실은 현재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금융취약계층으로서의 청년'에 대한 분석을 의뢰한 상태다.

한국금융연구원에서도 '청년 자산형성 정책 평가 및 개선방향'에 대해 금융위의 용역 연구를 진행 중이다. 해당 연구에 참여 중인 연구위원은 "청년도약계좌 실행 이후 확보한 가입자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청년도약계좌 가입을 독려하고 어떻게 하면 중도해지하지 않고 만기까지 유지할 수 있게 할지 등에 관해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내용을 담은 최종 보고서는 10월 말에 공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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