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원전 수출에 청신호가 켜졌다. 미국 워싱턴DC 연방 지방법원이 18일(현지시간)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원전 수출에 제동을 걸기 위해 미국 원전기업 웨스팅하우스가 제기한 소송을 각하했다. 윤석열 정부의 ‘원전 10기 수출’ 국정 과제에 숨통이 트인 셈이다.
웨스팅하우스는 앞서 지난해 10월 지식재산권 침해 소송을 제기하면서 “한국형 원전 APR1400 기술에 웨스팅하우스의 지식재산권이 포함돼 있으므로 수출에 앞서 자사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정 원전 기술을 수출통제 대상으로 지정한 미국 연방 규정 제10장 제810절을 들어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지도 판단해 달라고 했다. 우리 원전 수출을 통제하겠다는 사법적 압박 시도였다. 재판부는 가장 큰 쟁점인 지식재산권을 건드리지 않은 채 웨스팅하우스에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없다고 판단했다. 미국 법원이 자국 공룡기업이 아니라 한수원의 손을 들어준 결과다.
매년 12월 27일은 대한민국이 법정기념일로 기리는 ‘원자력의 날’이다.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4기 수주를 기념해 지정됐다. 올해도 그날은 어김없이 다시 돌아온다. UAE 원전 수주 때 업계는 “세계 원전 1조 달러 시장이 열린다”며 환호했다. 전임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폭주로 5년의 결정적 시간을 날려버린 것은 매우 안타깝지만, 한층 더 분발할 수밖에 없다. 지금도 기회의 창은 열려 있다. 세계적 과제인 탄소중립, 글로벌 에너지 대란 등이 호재가 되고 있다. 신규 원전 건설을 검토 중인 국가만 17개국이라고 한다.
웨스팅하우스의 주장과 달리 APR1400 설계의 모든 지식재산권은 국내 소유다. 웨스팅하우스의 ‘시스템80+’ 원전 기술을 초기 단계에 참고한 것은 사실이지만 신개념 안전 설비를 독자 개발하고 자체 기술로 안전성도 검증했다. 웨스팅하우스가 마지막까지 이전하지 않은 핵심 기술도 산학연 합동으로 2010년 중반까지 자체 개발한 총체적 결과물이 APR1400이다. 웨스팅하우스 저작권이 일부 포함돼 있더라도 기술 사용에 제약을 받지 않도록 별도 협정을 체결했고 별도 대가도 지불했다. 웨스팅하우스는 이를 모를 리 없는데도 제동을 걸었다. 이번만이 아니다. 과거 UAE 원전 때도 마찬가지였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결국 웨스팅하우스 소송은 한국 원전에 대한 집요한 견제 전략의 소산인 것이다.
어찌해야 하나. 한미 원자력 동맹을 굳건히 다지면서 독자 기술력을 강화해야 한다. 방산, 에너지 분야의 큰손인 폴란드는 지난해 정부 주도 1단계 원전 사업에선 웨스팅하우스를 선택하고, 민간 프로젝트에서 한수원 손을 잡았다. 한미 양국을 원전 파트너로 삼은 실사구시 행보였다. 같은 전략을 더 효과적으로, 더 섬세하게 펴야 한다. 우선 워싱턴에서 켜진 청신호를 분발의 계기로 삼고, 원전 10기 수출 과제 이행의 발판으로 활용할 일이다. 그래야 국부를 키우고,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고, 올해 12월 27일도 반갑게 맞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