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쉽게 코스닥으로 진입해 떠나는)자본 먹튀 아닌가? 이러다 에코프로비엠까지 떠날까 걱정스럽다.”
20일 코스닥 시가총액 6위인 HLB가 유가증권시장 이전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코스닥 개미(개인투자자) 몰려있는 한 온라인 토론방에는 코스피 이전상장을 추진하는 기업을 향한 성토의 글이 잇따랐다. 최근 한 달 새 시가총액 톱10 종목 중 3곳(포스코DX, 엘앤에프, HLB)이 코스닥과 결별을 선언한 데 따른 불만이다.
HLB는 이날 코스피 이전상장 검토 관련 보도에 대한 해명 공시를 내고 주주가치 제고의 일환으로 한국투자증권과 상장주선인 선정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HLB는 “현재 코스피 이전 상장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검토하고 있으나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했다.
HLB는 코스닥시장에서 시가총액이 6번째로 큰 기업이다.
HLB 외에도 코스닥 시총 상위 4위, 5위인 포스코DX와 엘앤에프가 코스닥시장에서 유가증권시장으로 옮기기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다. SK오션플랜트, 비에이치, NICE평가정보 등은 이미 코스닥을 떠나 코스피에 입성했다.
시장에서는 코스닥이 지난 1996년 ‘한국의 나스닥’을 목표로 출범했지만, 애플·구글 등 글로벌 IT 기업이 이끄는 나스닥과는 달리 사실상 ‘코스피 2부 리그’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스닥 상장사 CEO들도 “시장 이미지를 바꿀 대책이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덩치가 큰 주요 기업을 코스피에 뺏기다 보니, 코스닥 상위 기업들의 시총은 20년째 코스피의 10분의 1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코스닥 시총 1위 기업인 에코프로비엠은 코스피에선 12위 수준이다. 시가총액 톱10 종목을 모두 합쳐도 LG에너지솔루션 시총보다 작다.
미국 나스닥은 다르다. 미국 증시 전체에서 시총 1~4등인 애플·마이크로소프트·구글·아마존 등이 모두 나스닥에 있다. 서학개미들이 몰려 있는 테슬라도 나스닥 기업이다.
우량 기업들이 코스닥을 떠나는 가장 큰 이유는 투자자의 돈이 코스피 시장에 몰려서다.
코스닥 전반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는 상황을 악화시킨다. 코스닥에 건실한 기업들도 많지만, 작전세력이 주가를 부양시켜 ‘한탕’ 하고 빠지는 용도로 쓰는 부실 기업도 많다는 '낙인효과'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