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시간이 흘렀지만 글쓰기와 관련된 논쟁은 지금도 존재한다. 다만 이제는 ‘글을 쓰는 방식’이 새로운 쟁점이 됐다.
필기보다 PC나 노트북으로 타이핑하는 학습 방법이 주류가 된 시대다. 인공지능(AI) 시대가 오면서 이런 경향은 더 강해질 전망이다.
하지만 일부 학부모들은 여전히 “아이들이 손으로 글을 써야 한다”며 노트북으로 공부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대학 교수들도 학생들이 강의를 듣는 대신 채팅 메신저를 이용하고 웹 서핑을 한다며 산만해지는 강의실 분위기에 어려움을 토로한다.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손으로 글을 쓰는 것’의 장점에 주목했다. 펜을 들고 종이에 무언가를 적는 행위가 단어를 떠올리는 것부터 개념을 이해하는 것까지 모든 사고 능력을 향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여러 연구에서 손글씨는 인간의 인지·학습 능력을 향상시켜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펜이나 연필로 특정 글자·단어를 적을 때 감각적 기억력이 단련돼 암기 학습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2014년 팸 뮬러 프린스턴대 교수와 대니얼 오펜하이머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는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타이핑과 노트 필기를 비교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실험 결과 타이핑하는 학생들은 두 배나 많은 단어와 구절을 적을 수 있었음에도, 직접 손으로 적는 학생의 수업 이해도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빠르게 자료를 베끼는 것과 학습 효과는 별개의 영역이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설명했다.
또 손으로 글을 적는 동안 필기자는 자신의 생각을 단어로 구현할 수 있게 된다. 이런 과정은 개념의 이해를 도우며 공부의 효율을 높여 준다고 연구원들은 설명했다.
교육 관련 정책입안자들도 필기의 이점을 말하는 연구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2010년 도입된 미국의 커먼코어 교육과정은 본래 1학년 이후 학생들에게 필기 교육을 요구하지 않았다. 하지만 여러 연구에서 필기의 효과성이 입증된 후 미국 50개 주 중 약 절반이 필기 교육을 더 많이 하도록 장려하고 있다.
스웨덴은 학생들이 전자기기 사용을 지양하고 인쇄된 종이와 필기구를 더 많이 사용하는 방침을 세웠다. 영국도 기본 필기체를 7세까지 모두 숙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시 소크라테스의 이야기로 돌아와 보면, 그가 말한 글쓰기의 단점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코노미스트는 “그의 제자 플라톤이 소크라테스의 말을 기록하지 않았다면 후손들은 아무도 그가 말한 명언을 기억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