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박업체와 이용자를 연결해주는 온라인 숙박예약 서비스 플랫폼을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이하 약관법)상 사업자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따라서 이용자에게 ‘환불 불가’라는 조건을 내걸었다고 해서 이를 약관법 위반으로 볼 수 없다고 대법원은 판단했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숙박 플랫폼 사업자인 아고다‧부킹닷컴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의 원고 승소 판결을 21일 확정했다.
아고다와 부킹닷컴은 세계 각국의 숙박업체와 숙박업체를 이용하려는 고객에게 숙소 게시, 검색, 숙박예약, 결제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온라인 숙박예약 서비스 플랫폼 사업자다.
이들은 자신의 플랫폼에서 검색된 숙소 목록의 ‘객실선택하기’ 항목에 ‘환불 불가’라는 조건을 게시했는데, 공정위는 환불 불가 조항이 고객에게 부당하게 과중한 손해배상 의무를 부담시키는 약관 조항이라는 이유로 2017년 11월 1일 숙박 플랫폼 사업자들에 대해 해당 조항을 수정하도록 권고했다. 하지만 숙박 플랫폼들은 시정권고서 수령 후에도 환불 불가 조항을 계속 사용했다.
공정위는 2019년 2월 11일 시정권고 불이행으로 인해 다수 고객에게 피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현저하다는 이유로 아고다와 부킹닷컴에 환불 불가 조항을 수정 또는 삭제하고 사용을 금지하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에 원고들은 시정 명령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했다.
원심은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는 약관법 제17조 및 제2조 제2호에 따라 불공정 약관 조항의 사용금지 의무를 부담하는 사업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환불 불가 조항은 숙박계약에 포함되는 내용이고 숙박계약의 당사자는 숙박업체와 고객일 뿐 원고를 숙박계약의 한쪽 당사자라고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면서 “이 사건 환불 불가 조항이 고객에게 부당하게 과중한 손해배상 의무를 부담시키는 불공정한 약관 조항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역시 “환불 불가 조항이 고객에게 부당하게 과중한 손해배상 의무를 부담시키는 약관 조항으로서 약관법 제8조에 위반돼 무효라고 볼 수 없다고 한 원심 판단에 약관법 제8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며 공정위 측 상고를 기각했다.
박일경 기자 ek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