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지점서 70대 이상 고령층 응대 매뉴얼 필요성 제기
금융위 “고령층 위한 은행 서비스ㆍ제도 개선안 검토 중”
◇ 올 1분기 은행 점포 5792개...3년 전보다 859개 줄어
은행의 점포 폐쇄에 따른 고령층 금융소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금융당국의 지침에 강제성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오프라인 점포를 폐쇄하는 경우 금융소비자 편익을 고려해 사전절차를 강화하고 공동점포 마련에 대한 은행 간 협의나 공동대응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제3차 시니어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한 국회정책포럼’이 개최됐다. 이번 포럼에서는 ‘은행점포 폐쇄에 따른 고령층 금융접근성 소외문제와 해결방안’이 논의됐다. 비대면 채널을 통한 금융거래 확대에 따른 은행 점포 통폐합의 문제점을 고민하고 대책을 내기 위해 마련됐다.
은행 점포 수는 매년 감소하는 추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국내 전체 은행 점포 수(지점·출장소 포함)는 5792개로 2020년 3월 말(6651개) 대비 859개가 줄었다. 2021년 3월 말에 전년 동기 대비 298개 점포가 통폐합된 이후, 올해까지 감소 폭은 계속해서 세 자릿수인 것으로 집계됐다.
◇ 학계 "은행점포 폐쇄는 고령층 금융소외 문제 야기... 사전절차 강화"
이날 포럼에서 조혜진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와 김민정 충남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은행의 점포 폐쇄는 고령층의 금융소외 문제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금융소외란 개인이 처한 여러 취약상황으로 인해 원하는 금융소비스를 사용하지 못하는 상태로, 필수금융거래에 어려움을 겪는 현상을 의미한다.
조 교수는 "은행 점포 축소로 인해 상대적으로 금융 접근성이 취약한 소비자 집단의 불편이 가중됐다"며 "특히 여전히 디지털 접근 활용도가 낮은 고령층의 금융 어려움이 심화하고 있다"고 했다.
예금과 대출 등 절차가 다소 복잡한 거래의 경우 여전히 고령층의 온라인 서비스 이용 비율이 낮다. 금융위에 따르면 2020년 3월 기준 65세 이상이 온라인으로 단순 입·출금을 한 경우는 69.9%로 2016년 28.9%보다 늘었지만, 신용대출을 받은 경우는 12.4%이고 예금은 7%에 불과했다.
조 교수는 은행점포 축소에 따른 고령층 금융소외 문제 해결을 위해 점포 폐쇄 시 사전절차 등에 강제성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은행 점포폐쇄 관련 공동절차는 은행의 점포 축소로 인한 금융소외 등 부작용을 방지하고 지나치게 빠른 감소를 막기 위해 2020년 제정된 절차다. 앞서 금융당국은 4월 ‘은행 점포폐쇄 내실화 방안’을 발표해 사전영향평가 방식을 소비자 중심으로 개선하겠다고 발표했다. 점포폐쇄를 결정하기 전에 은행 이용고객의 의견을 듣도록 하는 것과 사전영향평가 시 외부전문가를 기존 1인에서 2인으로 확대하고 2명 중 한 명은 지역 인사로 선임해 지역 특성을 반영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한다.
조 교수는 "은행 점포 폐쇄 절차 준수의 세부기준을 각 은행이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돼 있어 실효성이 부족하고, 점포 축소에 따른 은행 공동점포에 대해 은행 간 협의나 공동대응이 의무화돼 있지 않다"며 "관련 세부기준 결정과 공동대응안에 대한 정책 당국의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무인점포(STM) 등 대체창구 운영의 실효성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디지털 역량이 부족한 고령층은 무인점포보다 일대일 대면서비스를 더 원한다"며 "이동점포의 운영 시간을 늘리거나 무인점포 설치 시 순환 근무 인원을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고령층 고객 대상 '금융교육 절실' 한목소리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 배순영 한국소비자원 수석연구위원은 "800명의 55~74세 시니어를 대상으로 '노후소비생활 및 디지털소비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70대 이상의 여성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디지털 금융교육이 특히 필요한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며 "또한 고령자의 서비스 이용 어려움을 최소화하려면 은행점포에서 ‘고령자 고객 응대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운영 금융과행복네트워크 의장은 "고령자들은 점포 폐쇄 결정 이후 3개월 전에 두세 차례 안내 문자를 보내도 폐쇄 사실 자체를 잘 인지하기 어렵다"며 "더 적극적으로 알리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가까운 동사무소에 디지털 금융에 관해 물어볼 수 있는 전문 인력을 배치하는 것이 금융소외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오화세 금융위 금융소비자정책과장은 "당국은 지금까지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금융회사에서 고령 금융소비자를 직접 찾아 '왕진'하는 것과 같은 서비스를 고민하고 있다"며 "고령층 소비자 지원을 위한 교육 제공, 상품 개발을 할 것이고 금융회사,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들과 상의해 관련 제도도 개선해가겠다"라고 했다.
이어 오 과장은 "여러 금융사가 동시에 시니어 상품을 고민하고 경쟁이 붙게 되면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 같은 인프라를 만들기 위해 금융사와 협의하고, 앞서 한국소비자원에서 제시해준 고령자 고객 응대 매뉴얼 마련도 고민하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