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차남 제임스가 유력 후계자 거론됐으나 장남이 승계
제임스, 형보다 진보적 성향...“폭스뉴스 보도 동의 안 해”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92)이 21일(현지시간)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선언했다. 후임은 장남 라클런(52)이 맡기로 했다.
머독은 그가 세운 미디어 왕국만큼이나 사생활도 화려했다. 4차례 결혼한 그는 3명의 아내와의 사이에서 총 딸 넷, 아들 둘을 뒀다.
머독은 1956년 패트리샤 부커와 결혼해 장녀 프루던스를 낳았다. 이후 1967년 이혼 후 같은해 스코틀랜드 출신 기자 애나 마리아 토브와 재혼해 그와의 사이에 엘리자베스와 라클런, 제임스 등 2남 1녀를 두었다.
1999년에는 중국계 미국인 사업가 웬디 덩과 세 번째 결혼해 딸 그레이스와 클로이를 낳았고, 2013년 이혼했다. 2016년 제리 홀과 네 번째 결혼했지만, 그와의 사이에 자녀는 없다.
머독 일가는 꾸준히 언론의 조명을 받았는데, 첫째부터 넷째까지 자녀들이 벌이는 경쟁 구도, 보복을 일삼는 경영 전략은 미국의 HBO 인기 드라마 ‘석세션’(Succession)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
자녀의 상당수가 머독의 미디어 제국에서 주요 자리를 맡으며 승계 구도에 놓여있었다. 특히 미국 현지 언론에서는 둘째 부인 애나와 머독 사이에서 태어난 장남 라클런과 차남 제임스를 경쟁자로 묘사해왔다.
라클런은 1994년 프린스턴대를 졸업 후 호주의 부친 회사에서 3년간 일했다. 1999년엔 뉴스코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2005년까지 회사 부사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폭스텔레비전 회장과 뉴욕포스트 발행인에도 이름을 올렸다. 그러다가 2005년엔 돌연 사임, 민간 투자 회사 ‘일리리아 Pty’를 설립, 호주 라디오 방송 등을 인수했다.
장남 라클런이 2005년 돌연 회사를 떠나자 당시 언론들은 라클런이 그레이스·클로이의 지분 상속과 관련해 아버지와 불화를 겪다 버림 받은 것이라는 추측하기도 했다. 다만, 현재 대학생인 그레이스와 클로이는 의결권이 없는 회사 지분만 물려받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한때 차남 제임스가 장남 대신 뉴스코퍼레이션의 경영권을 물려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차남 제임스는 1995년 하버드를 중퇴하고 힙합 레이블로 유명한 로커스레코드(Rawkus Records) 설립하며 언론계와는 거리가 있는 행보를 보이기도 했지만, 이듬해인 1996년 뉴스코퍼레이션에 입사했다. 이후 해당 레이블은 뉴스코퍼레이션에서 인수됐다. 이후 21세기폭스 CEO와 위성방송 스카이 유럽·아시아법인 회장을 지냈다.
하지만 라클런이 2015년 복귀해 동생 제임스와 21세기 폭스의 공동 회장을 맡으면서 이들의 경쟁 구도가 다시 부상하게 됐다. 라클런은 2019년 폭스 엔터테인먼트 부문을 디즈니에 매각한 후엔 폭스 회장 겸 CEO를 맡았다.
그러다 정치 성향이 형 라클런보다 진보적인 것으로 알려진 제임스가 2020년 뉴스코퍼레이션 이사회에서 물러났다. 그는 당시 “회사 소속 뉴스매체에서 게시한 특정 편집 내용과 전략적 결정에 대한 의견 불일치로 사임한다”고 밝혔다.
한편, 차녀 엘리자베스는 오빠들과 마찬가지로 1990년대 뉴스코퍼레이션에서 일했지만, 최고경영자(CEO) 등과 같은 중책은 맡지 못하고 2000년대 들어 회사를 떠났다. 이듬해인 2001년 독립 프로덕션인 ‘샤인’을 설립했으며, 2019년에는 글로벌 콘텐츠 회사인 ‘시스터’를 공동 설립하는 등 엔터테인먼트 사업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장녀 프루던스는 뉴스코퍼레인션에서 중책에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지만, 회사 내에서 여러 직책을 맡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