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습관 점검하고 약물 치료 병행하면 효과적
# 1년 새 배가 나오고 몸무게가 늘어난 직장인 A 씨.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최근 체중 감량을 위해 주기적인 운동을 하며,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고 지방 섭취를 늘린 ‘저탄고지’ 다이어트에 돌입했다. 식단을 바꾸고 운동을 시작지 몇 달 후 트림이 잦아지고, 입 냄새가 나는 증상이 반복됐다. 병원을 찾은 A 씨는 역류성식도염 진단을 받았다. 약물을 복용하며 다시 식습관을 바꾸고, 금연을 시작했다.
역류성식도염은 위산이나 위의 내용물이 식도로 다시 올라와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역류성식도염을 유발하는 원인은 다양하다. 대부분 잘못된 식습관, 비만, 음주 흡연 등이다. 그런데 뜻밖에도 건강을 위한 ‘식단’과 ‘운동’도 원인 될 수 있다. 바로 잘못된 ‘저탄고지 식단’과 ‘격렬한 운동’이다.
최근 5년 국내 역류성식도염(위식도 역류질환) 환자 수와 진료비용은 증가 추세다.
23일 국민건강보험공단 ‘2018년~2022년 위-식도 역류질환(질병분류코드 K21) 진료현황’에 따르면 2018년 진료인원은 444만8633명에서 지난해 488만6342명으로 늘었다. 이는 2017년 역류성식도염 진료인원이 427만여 명에서 약 61만 명 정도 증가한 수치다.
역류성식도염 총 진료비도 5년간 약 1400억 원이상 상승했다. 건강보험공단 자료에 의하면 ‘위식도 역류질환 총진료비는’ 2018년 5742억 원에서 2019년 6266억 원, 2020년 6730억 원, 2021년 7307억 원까지 상승했고, 지난해에는 전년보다 소폭 감소한 7200억 원을 집계됐다.
우리나라 총인구 대비 역류성식도염 진료인원 비중은 약 9%대였으나, 19세 이하 연령대를 제외하면 인구 대비 10%를 넘어, 10명 중 1명 이상이 역류성식도염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역류성식도염은 하부 식도 괄약근의 기능 저하로 인해 발생한다. 식도에는 윗부분과 아랫부분에 괄약근이 있다. 상부 식도 괄약근은 공기가 식도로 유입되는 걸 막고, 하부 식도 괄약근은 음식물이 식도로 역류하는 걸 막는 역할을 한다. 박수비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이 하부 식도 괄약근의 기능이 떨어지면 위산이 역류하게 되어 역류성식도염이 발생하는 것이다. 역류성식도염은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질환 중 하나로, 매년 환자 수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역류성식도염의 가장 흔한 증상은 가슴부터 목까지 타들어 가는 듯한 느낌, 목에 지속적인 이물감이다. 이외에도 양치질을 자주, 잘해도 구취가 지속되거나, 계속되는 기침, 지나치게 빈번한 트림 등도 위산이 역류해서 생긴 증상들일 수 있다. 공복 기간이 길어질 때 속이 불편하거나, 새벽·늦은 저녁 등 특정 시간대에 증상이 발생한다면 역류성식도염을 의심해 볼 수 있다.
하부 식도 괄약근의 기능을 떨어트리는 대표적인 음식은 고지방식이다. 고지방식 자체가 소화가 잘 안되는 음식이기 때문에 위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이 때문에 역류성식도염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수비 교수는 “고지방식 중에서 대표적인 것이 최근 다이어트 식단으로 큰 유행을 끌었던 ‘저탄고지’ 식단이다. 문제는 ‘저탄고지’ 식단을 저탄수에 중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고지방에 중점을 두다 보니 역류성식도염이 생겨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며 “이외에도 초콜릿, 레몬·귤 등 산이 많은 과일, 맵고 짠 음식, 술 등은 하부 식도 괄약근 기능을 떨어트려 역류성식도염을 유발할 수 있다”고 했다.
또한, 복압이 상승하는 경우에도 하부 식도 괄약근의 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 복압이 상승하는 경우로는 대표적으로 고중량으로 무리해서 운동하는 경우다. 건강을 위해 시작한 운동을 무리하게 할 경우 근육이나 관절에도 무리를 줄 수 있지만, 거기에 더해 역류성식도염까지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 박 교수의 설명이다. 이 밖에 하부 식도 괄약근의 기능을 떨어트리는 상황으로는 흡연이 있다.
고지방식, 격렬한 운동은 올바른 방법으로 개선하면 역류성식도염 유발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고지방식, 격렬한 운동을 하지 않는 데도 역류성식도염 증상이 반복된다면 다른 생활습관에 문제가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대표적으로 밥 먹고 바로 눕는 습관이다. 밥 먹고 바로 누우면 위산이 역류하기에 가장 좋은 환경이 만들어진다. 두 번째는 나쁜 식습관이다.
박수비 교수는 “역류성식도염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들에게 3식을 하지 말라고 설명한다. 3식은 폭식, 야식, 과식으로 역류성식도염에 좋지 않은 대표적인 식습관”이라며 “폭식, 야식, 과식은 위장관의 크기가 늘어난 상태를 유지하게 되므로 위산의 역류를 유발하기 쉽다. 마지막으로는 음주와 흡연이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역류성식도염은 대부분 약물로 치료한다. 가장 효과 있는 약제는 위산 억제제다. 위산 분비를 떨어트리기 때문에 가장 큰 효과와 기능을 담당하는 약제다. 이외에는 위 점막을 코팅시켜 주는 위 점막 보호제가 있다. 산이 역류했을 때 느껴지는 통증을 경감시켜 주는 기능을 담당한다. 짜 먹는 형태의 일반적인 위 점막 보호제와 알약 형태의 위 점막 보호제를 병용하면 효과가 더 크다.
박 교수는 “보통은 위산 억제제, 위 점막 보호제 2종을 사용한다”며 “경우에 따라서는 소화제를 함께 처방하여 위액이 정방향으로 잘 흘러가도록 도울 수 있다”고 조언했다.
약물 치료도 중요하지만 생활습관 교정이 가장 중요하다. 박 교수는 3가 대표적인 생활습관 교정 방벙으로 △정상 체중 유지 △정시 식사 △적절한 운동을 제시했다.
체중이 늘어나면 복압이 상승하게 되어 역류성식도염을 일으킬 수 있다. 식사 시간이 늦어져 취침 시간과 식사 시간 사이 간격이 짧아지면 위 안에 음식이 오래 남아 역류성식도염을 잘 유발하게 된다. 운동은 웨이트 트레이닝 등 격렬한 운동보다는 간단한 산책을 하는 것이 좋다. 식후 산책은 소화를 돕고 역류성식도염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박 교수는 “역류성식도염의 근본적인 치료는 생활습관 교정이다”며 “증상이 반복된다면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생활습관을 점검하고 약물 치료를 병행하여 빠르게 회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