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화가 난다, 반드시 투표할 것"...뿔난 강서 민심

입력 2023-09-26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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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우 국민의힘 강서구청장 후보가 26일 서울 강서구 가양4종합사회복지관에서 시민들과 악수를 하고 있다. 2023.09.26. 김은재 기자(@silverash)

“투표하러 갈 겁니다. 일을 못하더라도 갈 거예요( 마곡동 이 모 씨, 60대)”, “국민 눈에 안 좋게 보인다. 나중에 대통령 선거할 때도 두고 보자(가양4동 나 모 씨, 80대)”

26일 오전 강서구 일대에서 만난 지역 주민들의 선거 민심은 “화가 난다”와 “투표한다”로 요약된다.

‘윤석열 정부 심판론’과 ‘야당 견제론’은 물론 보궐선거 원인을 제공한 전임 구청장 김태우 후보에 대한 찬반 여론까지 ‘투표할 이유’는 다양했다. 표면적인 선거 분위기만 조용했다.

강서구는 10월 11일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예정돼있지만 그 흔한 현수막도, 캠프 주변 지지자도 찾기 힘들었다. 기자의 질문에 손사래를 치며 지나가는 주민들도 많았다. 하지만 바닥 민심은 들끓고 있었다. 강서구청장 선거가 내년 총선 전 여야의 운명을 가를 격전지로 떠올랐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고, 주민들의 태도는 명확했다.

▲진교훈 더불어민주당 강서구청장 후보가 서울 강서구 마곡동 소재 선거 캠프 사무실에서 시민들과 악수하고 있다. 2023.09.26. 진교훈 후보 측 제공.

마곡동 소재 건물 앞에서 만난 정 모 씨(40대)는 “저는 민주당 후보 뽑을 겁니다. 대통령이 다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반면 같은 건물 앞에서 만난 이 모 씨(60대)는 “국민의힘 후보를 찍을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 못한다는 비판도 있는데, 처음에는 다 그런 거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구속 여부가 변수가 될 것이라는 흐름도 감지됐다. 특히, 이날은 이 대표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구속영장 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한 날이었다. 가양4단지에서 만난 김 모 씨(80대)는 “영장 실질심사가 되든, 안 되든 국민들은 어느 정도 알고 있다”며 “이재명 대표가 덮으려 해도 국민들은 다 안다”고 말했다. 등촌동에 거주하는 김 모 씨(28세)는 “아무래도 이 대표 구속 여부가 선거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선거 초부터 논란이 됐던 김 후보에 대한 찬반도 갈렸다. 화곡1동에 사는 회사원 이 모 씨(29세)는 “김태우 후보가 귀책 사유가 있어서 직을 상실했는데, 다시 재출마한다는 것 자체가 이해가 안 된다”며 “당내에 그렇게 강서구에 내보낼 만한 인물이 없는지 의심된다”고 비판했다. 반면 가양동 한 주민은 “김태우 후보가 구청장직을 상실한 건 공익제보 때문 아니냐”면서 “구청장 시절에도 어려운 노인들 많이 돕고 좋은 일 많이 했다”면서 김 후보의 출마를 이해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진교훈 더불어민주당 강서구청장 후보(왼쪽)와 김태우 국민의힘 강서구청장 후보가 21일 오전 서울 강서구 선거관리위원회에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자 등록을 기다리고 있다. 2023.09.21. xconfind@newsis.com

여야는 이 같은 강서구 민심을 의식한 듯 연일 총력전에 나서는 분위기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에 권영세·안철수 의원, 나경원 전 의원 등 여권의 핵심 중진 의원들을 투입했다. 이에 질세라 진 후보는 경찰청 차장을 했던 이력을 살려 △디지털상황실 △수산물검사 △범죄예방환경설계(CPTED) 적용 등의 내용을 담은 ‘6대 안전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보름 앞으로 다가온 선거를 맞이하는 두 후보의 자신감도 남달랐다. 김 후보는 가양4동종합사회복지관에서 본지 기자와 만나 “반응이 아주 좋다”며 “상대 후보들은 간담회를 많이 하는데, 저는 일일이 주민들을 찾아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특히 “최근 여론조사는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상황이 반영이 안 됐다. 이번에 여론조사를 하면 많이 차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마곡동에 있는 캠프 사무실 앞에서 만난 진 후보는 “판세에 대해 고민할 여유가 없다”며 “제가 있다고 해서 무슨 의미가 있나. 해야 할 일에 집중하겠다”며 담담한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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