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가까스로 생환…비명계 고사 수순 밟나

입력 2023-09-27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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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영장 기각…李 "사법부, 현명한 판단"
민주, '尹 사과·한동훈 파면' 역공…與 "유감"
친명 강화·비명 입지 축소…"당장은 수습 중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백현동 개발 특혜 및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구속 기로에 놓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극적으로 생환했다. 이 대표는 회복 치료를 마치는 대로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 과정에서 분출한 친명(친이재명)계와 비명(비이재명)계 간 계파 갈등을 수습하고 대정부 공세를 한층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체포동의안에 가결표를 던진 비명계의 당내 입지는 더욱 축소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7일 이 대표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피의자(이 대표) 방어권 보장 필요성·증거인멸 염려의 정도 등을 종합할 때 불구속수사 원칙을 배제할 정도로 피의자에 구속 사유와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에서 대기 중이던 이 대표는 영장 기각 직후 "대한민국 헌정질서를 굳건하게 지키고 현명한 판단을 한 사법부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정치는 언제나 국민의 삶을 챙기고 국가의 미래를 개척해 나가는 것이라는 사실을 여야, 정부 모두 잊지 말아야 한다"며 "상대를 죽여 없애는 전쟁이 아니라 국민과 국가를 위해 누가 더 많은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는지를 경쟁하는 진정한 의미의 정치로 되돌아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번 결정으로 이 대표 사법리스크가 완전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초유의 제1야당 대표 구속이라는 초대형 악재를 일단 털어내면서 내년 총선까지 정부여당에 대한 고강도 역공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

당장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와 한동훈 법무부 장관 파면을 요구하고 나섰다.

전날(26일) 선출된 친명계 중진 홍익표 신임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검찰에 의존한 정치 무력화를 멈추고 국회와 야당을 존중하는 태도로 정치를 복원할 것을 강력 촉구한다"며 "무리한 정치 수사에 대한 대통령의 공식 사과와 실무 책임자인 한 장관의 파면이 그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친명 지도체제가 더욱 뚜렷해진 만큼 비명계가 고사(故死) 수순을 밟을지도 주목된다. 앞서 친명계는 21일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무더기 가결표를 던진 비명계에 "자기 당대표를 팔아먹었다", "해당 행위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22일·정청래 최고위원) 등의 격앙된 반응을 쏟아냈다. 비명계 중심의 가결표는 30~40여표로 추산된다.

다만 곧바로 대대적인 비명계 숙청 작업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우선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임박한 데다, 다음 총선도 반년 앞으로 다가온 상태다. 당 일각에선 사실상 이재명 체제로 총선을 치를 가능성이 높아졌고 비명계 운신의 폭이 축소된 상황에서 당장 '가결파'를 벼랑 끝으로 몰 이유가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자칫 비명계 집단 탈당에 따른 분당이 가시화할 경우 총선에 부정적인 영향으로 직결될 수도 있어서다.

당 관계자는 "일종의 쿠데타가 실패로 돌아간 것"이라며 "대부분 공천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텐데, 앞으로 (비명계가) 당에, 당대표에게 어떤 스탠스를 취하는지가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은 당이 통합의 모습을 보여줄 때고, 수습하는 게 중요하다"고 전했다. 홍 원내대표도 전날 수락 연설에서 "민주당이 하나의 팀이 돼 이 대표와 총선에서 승리하는 힘을 만들겠다"며 '원팀'을 강조했다.

때문에 병원에서 회복 치료 중인 이 대표가 당무에 복귀하면 우선 새 원내지도부와 내홍을 수습하며 전열 정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비명계는 일단 몸을 낮추는 분위기다. 조응천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가결 투표는) 방탄에서 벗어나는 정당이 되기 위해 한 것이지, 구속되라고 한 것이 아니다"라며 "통합을 위해 더 노력해야지 마녀사냥에 들어가면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법원의 기각 결정에 대해 "'방탄'에 손을 들어줬다"고 반발했다. 전주혜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이 대표의 방탄 정치를 법원이 손들어준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며 "법원이 이 대표에 대한 불구속 수사 원칙을 확인시켜준 만큼 이재명 대표는 이제 남은 수사와 재판만큼은 성실히 임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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