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선선해지면 심장 놀란다…가을철 심장질환 돌연사 위험↑
매년 9월 29일은 세계심장연맹(World Heart Federation, WHF)이 심혈관계 질환에 대한 인식 증진을 위해 지정한 ‘세계 심장의 날(World Heart Day)’이다. 올해는 ‘심장을 잘 알고, 잘 사용하자(Use heart, Know heart)’를 주제로 전 세계에서 심장 건강 정보 제공과 질환 인식 개선을 위한 다양한 캠페인이 진행된다.
국내에서는 대한심혈관중재학회가 심장 판막 질환에 대한 올바른 인식 제고를 위해 하트시그널V 캠페인을 9월 한 달간 진행하고 있다. 이달 26일 서울마당에서는 시민들이 참여하는 ‘내 심장의 문단속’ 체험행사도 열었다.
심혈관중재학회는 매년 공익광고와 다양한 시민 참여 행사를 통해 심장 판막 질환의 심각성과 증상, 조기 진단의 중요성 등을 강조하고 있다. 올해로 3회 차를 맞이한 하트시그널V 캠페인은 심장의 문과 같이 움직이는 판막이 잘 작동하는지에 주목하며 심장(Heart)이 보내는 신호(signal)를 체크(V)하고, 심장 판막 질환에 대한 인지도를 제고하자는 의미에서 기획됐다.
최동훈 대한심혈관중재학회 최동훈 이사장은 “매년 9월 세계 심장의 날을 맞아 진행하는 하트시그널V 캠페인을 통해 학회 차원에서도 책임감을 가지고, 보다 많은 국민이 소중한 가족 혹은 본인의 심장 판막 질환 증상을 빠르게 인지함으로써 건강한 삶을 지속할 수 있게 돕고자 한다”고 말했다.
세계 심장의 날을 맞아 한국베링거인겔하임과 한국릴리는 ‘심부전’을 주제로 환자와 보호자들이 꼭 알아야할 질환 정보를 공개했다.
심부전은 심장이 신체에 충분한 혈액을 공급하지 못해 발생하는 심장증후군이다. 호흡 곤란, 기침, 피로, 하체 부종 등의 증상을 겪을 수 있지만, 질환에 대한 인식이 낮아 진단이 제때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세계심장연맹에 따르면 심부전은 유병률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사회적 부담을 야기하고 있다. 반면 국내 성인 46.3%는 심부전에 대해 인식이 낮을 정도로 질환 인식이 저조한 편이다. 일반적으로 5명 중 `명이 일생동안 심부전을 경험할 수 있다. 대한심부전학회가 2020년 발간한 ‘심부전 팩트시트’에 의하면 심부전으로 입원한 환자의 45%는 5년 내 사망할 정도로 예후가 좋지 않다. 고령화로 인해 심부전 위험이 높아지고 있어 2018년 기준 국내 유병률은 2002년 대비 약 2배 증가했으며, 심부전으로 인한 사망률은 약 14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치료와 반복적인 입원에 따른 심부전 환자의 경제적 부담도 상당한 상황이다. 2018년 기준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비용은 약 830만 원으로, 이는 2002년 대비 81% 증가한 수치다. 또 미국 국립보건원에 따르면 2030년까지 심부전 의료비는 2020년 대비 약 60% 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입원 위험을 줄이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심장은 생명과 직결되는 핵심 기관임에도 이해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편에 속한다. 하지만 심근경색 및 심장마비는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사망에 이를 가능성이 크다. 2009년 사망한 수영선수 조오련 씨의 사인은 심근경색으로 알려졌고, 최근 중견배우 노영국 씨 역시 심장마비로 별세했다는 비보가 전해지기도 했다.
날씨가 쌀쌀해지는 환절기에는 심혈관 질환 발병이 증가하는 만큼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김경수 강남베드로병원 심장내과 원장(순환기내과 분과전문의)은 “심근경색은 국내 질환 중 사망 원인 2위이자, 돌연사 1위 질환으로 손꼽힌다”며 “초기 사망률이 30% 이상인 데다 치료 시에도 병원 내 사망률이 5~10%에 이를 정도로 위험도가 높고 진행이 빠른 만큼, 심근경색의 전조 증상과 예방법을 숙지하고 적절한 응급대처를 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심근경색은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혈전(피떡)에 의해 막히고, 이에 따라 혈액이 심장에 공급되지 않아 심장 근육이 괴사되고 심장마비, 심정지까지 이어지게 되는 질환이다. 협심증과 비슷한 질환으로 인식되기도 하지만, 두 병은 기전에서 차이가 있다. 협심증은 동맥 혈관이 75%~90% 수준으로 좁아져 심장 내 혈액 공급에 차질이 생기는 증상이다. 반면 심근경색은 혈전이 혈관을 막아 혈액을 ‘완전히’ 차단한다. 이 탓에 심근경색이 발생하면 심장 근육의 괴사까지 이어지게 된다.
가슴 통증 등 전조가 있는 협심증과 달리 심근경색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나타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평소 혈관이 깨끗하고 심전도 결과가 정상이더라도 다양한 이유로 큰 혈전이 생기면 급성심근경색을 겪을 수 있다.
심근경색은 예후가 좋지 않은 편이다. 김경수 원장은 “초기 사망률이 높을 뿐 아니라, 회복하더라도 첫 1년간은 재발 위험이 있다. 재발 시 사망률은 최대 85%까지 치솟는다. 이는 최초 심근경색 당시 겪는 심장근육의 손상과 이로 인한 후유증 탓”이라고 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빠른 대처다. 골든 타임 이내에 증상을 파악하고 응급조치를 취한 후,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막힌 혈관을 다시 개통해 주는 치료를 받아야 한다. 그만큼 심근경색의 증상을 평소 잘 알아 두고 대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가장 흔한 증상은 △가슴 전체를 짓누르거나 △쥐어짜는 듯한 통증이다. 또 안정을 취하거나 니트로글리세린을 복용해도 통증이 계속 이어지는 등의 증상이 있고 △체한 것처럼 속이 더부룩하거나 △목과 턱, 어깨, 왼쪽 팔까지 통증이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김경수 원장은 “사람에 따라 증상이 다양하게 나타나므로, 심근경색 위험군에 해당할 경우 작은 신호라도 무심히 지나치지 말고 반드시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좋다”며 “증상의 강도가 세지면, 즉시 병원을 찾아 심전도 검사, 심근 효소 검사, 심장초음파 검사 등 전문 검사를 받고 치료를 진행하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심근경색의 가장 중요한 치료법은 가능한 한 빠르게 혈관을 다시 뚫어주는 재관류 치료다. 가장 보편적으로는 합금 철망으로 혈관을 넓혀주는 스텐트 삽입 시술 등 관상동맥성형술이 적용된다. 협착이 심해 효과가 없다면 다른 곳에서 여분의 건강한 혈관을 잘라 와 덧대는 관상동맥우회술을 진행하게 된다.
안타깝게도 국내 심근경색 환자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이는 잘못된 생활 습관과 늘어난 성인병 탓이 크다. 특히 최근 흔하게 나타나는 고지혈증, 고혈압, 당뇨 등 질환과 흡연, 운동 부족, 고지방 섭취 식습관 등은 대표적인 위험 요인이다.
식사를 저염식, 저지방식으로 바꾸고 금연을 하는 등 습관만 바로잡아도 심근경색의 위험을 크게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심근경색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경우 심혈관 건강을 정기적으로 체크하는 것이 좋다.
김경수 원장은 “일교차가 크게 나타나는 환절기에는 심근경색 발병 위험 요인을 예방적 차원에서 관리하고 혈관 건강에 더욱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건강하고 행복한 일상을 지키는 중요한 방책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