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거주자 내부관계서 주거침입 문제된 사건
검찰이 수사한 사실관계만으로는 피고인의 주거침입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헌법재판소가 검사의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했다. 헌재는 이 사건 결정에서 주거침입죄에서 말하는 ‘침입’에 해당하는지는 출입 당시 객관적‧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태양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법리를 적용했다.
헌재는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공동거주자 내부관계에서 주거침입이 문제된 사건에서 주거침입 피의사실이 인정됨을 전제로 기소유예 처분을 한 것은 자의적인 검찰권 행사로서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는 취지로 청구인의 심판청구를 인용하는 결정을 선고했다고 3일 밝혔다.
청구인은 2021년 9월 2일 별거 중인 아내가 거주하는 집에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가 주거침입을 했다는 피의사실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청구인은 ‘피해자가 청구인과 공동으로 거주하던 주택’에 청구인의 출입을 막을 정당한 이유가 없으므로 청구인이 피해자의 동의 없이 이 사건 주택에 들어갔다고 해서 주거침입 행위로 볼 수 없다며 기소유예 처분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청구인이 공동거주자의 지위에 있다”면서 “사실상 평온을 해치는 방법으로 공동주거에 들어간 사실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재 결정문에 드러난 사실관계를 보면, 청구인은 피해자와 10년 넘는 혼인생활을 유지해 왔고 이 사건 주택 매매대금의 상당 부분을 마련했다. 청구인은 피해자와의 이혼소송이 시작된 다음인 2021년 8월 초께 휴가기간에도 해당 주택에 머물렀다. 청구인이 피해자로부터 집에 들어오지 말 것을 요청받은 때는 이 사건이 있기 불과 약 2주 전이며, 여전히 청구인의 짐이 보관돼 있었다.
이에 헌재는 “검사가 2021년 11월 29일 수원지방검찰청 안산지청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 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고 선고했다.
헌재는 “오랫동안 공동생활을 해온 부부관계에서의 주거침입죄 성립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일방이 이혼을 청구하고 상대방의 공동주거 출입을 금지한다고 하여 곧바로 그 상대방이 공동거주자 지위에서 이탈한다거나 배제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공동거주자 사이 관계, 공동주거의 이용 양태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일경 기자 ek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