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안 정국서 李체제 강화…원내지도부도 친명化
정부안 '5포 예산' 규정…올해도 법정기한 넘길 듯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 기각을 계기로 대(對)정부여당 공세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원내지도부도 친명(친이재명)계로 재구성되면서 쟁점법안 처리는 물론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와 내년도 예산안 심사까지 굵직한 정치 현안마다 여야의 강 대 강 대치가 국회를 수놓을 전망이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는 6일 본회의에서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에 나선다. 여야는 지난달 25일 본회의에서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처리하려고 했지만, 민주당 원내지도부가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여파로 총사퇴하면서 무산됐다. 앞서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임기(9월 24일)를 마치면서 대법원은 30년 만의 수장 공백기를 맞았다.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은 재적의원 과반 출석·과반 찬성으로 의결된다. 과반 의석(168석)을 가진 민주당의 판단이 결정적인데, 이 후보자를 이미 '부적격'으로 규정해 부결 가능성이 적지 않다. 6일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부결되면 35년만의 대법원장 임명동의안 부결이 된다. 앞서 1988년 정기승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부결된 바 있다.
앞서 민주당은 이 후보자에 대해 "재산 미신고, 증여세 탈루, 아빠 찬스까지 누르기만 하면 나오는 '의혹 자판기'"라며 "이미 대법원장 후보자로서 자격을 잃었다"(권칠승 수석대변인, 9월 20일 논평)고 비판했다. 특히 이 대표 체포동의안 정국을 거치며 비명(비이재명)계 박광온 원내대표가 물러나고 홍익표호(號)가 들어서면서 지도부 친명 색채가 보다 뚜렷해진 만큼, 표결을 앞두고 열릴 의원총회에서 어떤 방향으로 당론이 모아질지 주목된다.
당 관계자는 "이 후보자가 부적절하다는 덴 모두 공감하는 분위기"라면서도 "그걸 당론으로 정하는 것은 별개 문제다. 산적한 현안이 많은데 홍 원내대표가 '이균용 카드'를 갖고 여당과 어떻게 협상하느냐에 따라 정기국회 방향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리고 전했다.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과 방송 3법 등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쟁점 법안도 주요 화약고다. 민주당이 단독 처리 움직임을 보이면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방해)로 맞불을 놓고,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귀결되면서 여야 갈등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5일 예정된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도 시작부터 극심한 진통이 예상된다. 국민의힘이 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불참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민주당이 청문회 일정을 협의 없이 단독 결정한 데 대한 항의 차원이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 시한은 4일까지다. 다만 민주당은 신 후보자의 과거 '극우 발언' 등을 이유로 지명 철회를 요구하고 있어 난항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내주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마치는 대로 본격화할 국정감사와 이후 예산심사까지 혼탁한 정국이 이어질 전망이다.
현재 병원에서 장기 단식에 따른 회복 치료 중인 이 대표는 이르면 이번 주 내 당무 복귀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 대표가 복귀하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지원에 주력하고, 이어 시작될 국감에서 윤석열 정부 심판론을 전면에 걸고 총력전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영강 기각 이후 윤 대통령에게 '민생영수회담'을 제안하는 등 정국 주도권을 쥐기 위한 고삐를 죄고 있다.
올해보다 총지출이 18조2000억원(2.8%) 늘어난 656조9000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도 뇌관이다. 총지출 증가율은 2005년 이후 역대 최저다. 앞서 민주당은 예산안을 '5포(국민·민생·성장·평화·미래포기) 예산'으로 규정하고 총지출 증가율을 6% 이상 올리지 않으면 원안 통과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이 대표도 정부에 △민생경제 회복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35조원 규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제안한 바 있다. 정권 출범 후 긴축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정부여당은 재정 부담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때문에 당장 올해도 법정기한(12월 2일) 예산안 통과는 무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예산안의 경우 법정기한을 3주 이상 넘긴 24일 진통 끝에 가까스로 통과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