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이어 미국 아파트 시장 침체 조짐...과잉 공급·긴축에 발목

입력 2023-10-03 15:09수정 2023-10-0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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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착공 건수, 전년 대비 41% 급감
고금리에 개발업체 비용 부담 커져
은행도 대출기준 강화 등 고삐 죄고 있어
팬데믹 기간 과잉공급, 공실·임대료 인하로 이어져
임대 아파트 수, 1980년대 이후 최다 전망

▲미국 마이애미에서 2일(현지시간) 건축공사 현장이 보인다. 마이애미(미국)/AFP연합뉴스
중국에 이어 미국도 아파트를 중심으로 부동산시장이 침체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부채와 내수 부진에 흔들린 중국 시장과 달리 미국 시장은 과잉 공급과 오랜 기간 유지된 긴축에 발목이 잡히는 모양새다.

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인구조사국을 인용해 8월 신규 아파트 착공 건수가 연환산 기준으로 33만4000채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전년 동월 대비 41% 감소한 것으로, 이 정도의 위축은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딱 한 번 발생했을 만큼 드문 일이다.

그러나 업계는 상황이 당장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부동산 컨설팅 업체 인스티튜셔널 프로퍼티 어드바이저의 그레그 윌렛 부사장은 “약 2년간 아파트 건설 규모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동통계국은 건설 부문 고용이 최근 몇 달에 걸쳐 감소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착공이 줄어들면서 건설업계 해고가 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파트 착공이 급감한 이유로는 고금리와 임대료 감소, 일부 지역의 과잉 건축 등이 거론된다.

우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높이면서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가 올라 부동산 개발업체의 자금조달 비용이 늘었다. 덴버에서 아파트 개발업을 하는 로렌 브록먼은 “한때 약 4% 이자가 붙었던 건설 대출은 이제 8%에 가까워진 상태”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은행들은 이미 보유한 부동산 대출 부실화로 인해 지급준비금을 늘리면서 대출 빈도를 크게 줄이고 대출 기준도 강화하고 있다. 아파트 건축은 금리 변화와 밀접하게 연관된 만큼 금리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거나 하락한다면 개발업체들이 중단했던 계획을 다시 추진할 수 있다고 WSJ는 내다봤다.

과잉 건축도 시장 침체를 부추겼다. 업계는 올해와 내년 개장하는 임대 아파트가 1980년대 이후 어느 때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신규 아파트 공급이 폭증하면서 공실이 늘었고 일부 지역의 경우 임대료 상승세가 둔화하거나 아예 변동이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기간 신축 건물이 가장 많이 늘어난 지역을 중심으로 착공이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3만 채 이상의 아파트가 건설 중인 덴버에서는 2분기 착공이 2021년 이후 전체 분기 평균과 비교했을 때 66% 감소했다. 착공이 부진한 댈러스에서는 검증되지 않은 지역으로 사업을 확장하던 개발업체들이 도로 철수하는 일도 벌어졌다.

한편 미국보다 먼저 부동산 위기를 겪고 있는 중국은 위기의 시발점이었던 헝다그룹의 쉬자인 회장을 ‘범죄 혐의’로 구금한 데 이어 헝다 자금을 관리하던 그의 아들마저 연행했다. 오너 일가가 경찰 조사를 받는 가운데 헝다는 중단된 주식 거래를 재개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헝다는 공시를 통해 “이사회는 기업 운영이 정상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홍콩증권거래소에 거래 재개를 요청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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