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날 수 없는 강대강 대치 닮은꼴, 여야와 매카시

입력 2023-10-04 15:40수정 2023-10-04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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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카시 해임으로 美 국회 마비
여야, 영수회담 놓고 설전 공방
10월 본회의 분수령...노봉법 직회부 가능성
김행 등 장관 후보자 청문회·국감도 뇌관
韓·美 민생경제 빨간불

▲Rep. Kevin McCarthy, R-Calif., leaves the House floor after being ousted as Speaker of the House at the Capitol in Washington, Tuesday, Oct. 3, 2023. (AP Photo/Mark Schiefelbein)

한국과 미국 국회 모두 여야 대치로 국정이 마비되고 있다. 민생경제를 내팽개친 듯한 모습도 닮은꼴이다. 미국이 스태그플레이션(고금리에 물가가 오르는 상황) 위험에 노출되는 가운데 한국도 이 여파로 대출 금리가 상승하는 등 금융 불안이 심각해질 가능성이 커졌다.

3일(현지시간) 공화당 케빈 매카시 의원은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하원의장에서 해임됐다. 매카시 전 의장 개인 차원에서는 공화당 강경파를 진압하지 못하면서 벌어진 결과지만, 국회 차원에서는 여야가 그 어떤 합의점조차 찾지 못하면서 생긴 결과다.

공화당 강경파는 정부 예산의 대폭 감소를 주장하며 2024 회계연도 정부 지출을 2022년 수준인 1조 4700억 달러로 줄일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매카시 의장이 민주당과 협의해 가져온 새 임시예산안은 바이든 대통령이 요구한 재난 지원 예산 160억 달러(약 22조 원) 증액만 전면 수용한 채 연방 정부 예산을 기존 수준으로 동결하는 내용이었다. 양측이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은 것이다. 민주당은 사실상 공화당 강경파와 손잡으면서 공화당 내분을 부추겼다.

국내 상황도 다르지 않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되고, 이에 따른 법원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여야 공방은 거세지는 모습이다. 이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에 민생 영수회담을 제안했지만, 국민의힘은 이를 정치적인 수사로 규정해 “연목구어(緣木求魚·나무에 올라 물고기를 얻으려 한다)”라고 비판했다. 지난달 29일 이 대표가 회담을 제안한 뒤 5일 동안 이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김진표(오른쪽 두번째) 국회의장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국회의원 이재명 체포 동의안'과 관련해 한동훈(왼쪽) 법무부 장관이 체포동의요청 이유를 설명하던 중 더불어민주당이 항의하자 박광온(오른쪽 세번째) 민주당 원내대표와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불러 대화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투데이DB)

이러한 상황은 10월 국회에도 옮겨붙었다. 당장 5일 예정된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부터 무산 위기까지 갔지만, 극적으로 봉합됐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27일 단독으로 인사청문회를 열기로 의결하면서 국민의힘이 반발했기 때문이다. 김 후보자를 둘러싼 각종 의혹들을 두고 여야 공방이 예상된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지명 철회를 요구한 가운데 같은 날 열릴 문체부 청문회도 여야 싸움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6일 열릴 국회 본회의가 특히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해 ‘부적격’ 판정을 내렸다. 민주당 윤영덕 원내대변인은 이날 의원총회 후 기자들에게 “당론으로 채택해야 한다는 분들이 다수”라며 “6일 본회의 직전 의원총회에서 당론으로 채택할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이 부결된다면, 사법부 수장의 공백 장기화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지연 등의 여파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 해병대 채 모 상병 사망 사건의 수사 외압 의혹에 대한 특검법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동의안을 처리할 계획이다.

지난달 21일 본회의에서 강행하려다 김진표 의장에 반려된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과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법 개정안도 본회의 뇌관이 될 수 있다. 해당 법안들이 상정될 경우 민주당은 의석(168석)으로 해당 법안을 처리할 심산이다. 국민의힘은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면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예고했다.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11일)를 기점으로 여야 비판 수위는 한층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내년 총선의 전초전으로 여겨지는 선거인만큼 각 당에 의미하는 바가 크다. 선거 승패에 따라 정국의 주도권을 쥐려고 할 움직임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10일부터 27일까지 진행되는 국정감사에서도 ‘문재인 정부 대 윤석열 정부’ 책임 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서울 양평고속도로 논란 △새만금 잼버리 대회 파행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등 여야 쟁점 이슈들이 의제로 떠올랐다. 국감 후 민주당의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 가능성도 점쳐지는 상황이다.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이번 달 들어 5대 은행 가계대출이 8천억 원 늘며, 가계 빚 증가세가 꺾이질 않고 있다.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 14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681조 6216억 원으로, 8월 말(680조8120억원)보다 8096억원 늘었다. 사진은 18일 오전 서울 시내 은행의 대출장구 모습. 2023.09.18. kch0523@newsis.com

문제는 민생경제다. 미국의 경우 하원의장의 공백으로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사태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달 29일 통과된 임시예산안은 45일간 쓸 수밖에 없는 예산이다. 셧다운이 된다면,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치명적이다.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정부 셧다운이 매주 경제성장률을 0.2%포인트씩 떨어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 의회예산국(CBO)도 2018년 말 35일간 셧다운이 발생했을 때 경제 손실이 110억 달러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한국 경제도 중대 위기에 빠져있다. 3일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기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 부채 비율이 281.7%였다고 밝혔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정부가 가계에 대한 보조 책을 갖다 쓰지 않으면 생존을 하기 위해서 가계는 부채를 많이 쓸 수밖에 없다”며 “그것이 다시 우리 경제를 운영하는 데 커다란 하나의 장애물로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두 당을 볼 것 같으면 말은 민생, 민생 하지만 구체적으로 민생을 어떻게 해야 하겠다는 방안은 하나도 나오는 게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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