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닉’ 국고10년 32.1bp 급등, 금융위기후 14년8개월만 최대폭…10선도 하한가

입력 2023-10-04 17:28수정 2023-10-04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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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산업생산 호조에 긴 연휴로 수요기반 부재
미국채 아시아장서도 상승, 30년·2년물 입찰에 헤지수요도 속출
한은·기재부 지원책에 목메는 분위기...미국채 반전 전까진 약세지속

(금융투자협회)

채권시장이 역대급 패닉장에 빠졌다.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30bp 넘게 치솟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2월 이후 14년8개월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국고채 3년물 금리도 22bp 이상 상승해 지난해 9월말 레고랜드 사태 무렵 이후 1년1개월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국채선물시장에서는 10년 선물이 가격제한폭까지 떨어지며 하한가를 기록했다.

긴 추석연휴기간 동안 급등한 미국채 금리를 한꺼번에 반영한 탓이다. 4.8%선을 기록하며 16년2개월만에 최고치를 경신한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아시아장에서도 올라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개장전 발표된 8월 산업생산이 호조를 보인 것도 채권시장 입장에서는 우호적일 수 없었다.

수급적으로는 긴 연휴로 인해 수요기반이 부재했다. 국고채 30년물과 통안채 2년물 입찰로 인해 헤지수요도 속출했다.

채권시장 참여자들은 패닉장이었다고 평했다. 다만 미국채 금리 상승폭보다 더 올라 다소 예민하게 반응한게 아닌가라는 진단도 나왔다. 한국은행이나 기획재정부에서 시장안정화조치를 취해줄 필요가 있다고도 봤다. 미국채 금리 상승이 근본 원인인 만큼 미국채 금리 상승세가 꺾이지 않는다면 당분간 약세장이 불가피하다고 봤다.

(금융투자협회)
4일 채권시장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고3년물은 22.4bp 상승한 4.108%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9월26일 34.9bp 상승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오른 것이다. 아울러 작년 11월8일 4.156% 이후 11개월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국고10년물은 32.1bp 속등한 4.351%를 보였다. 이는 2009년 2월2일 34bp 상승이래 가장 큰 폭으로 오른 것이다. 아울러 작년 10월24일 기록한 4.503% 이후 최고치다.

이자율스왑(IRS)과 개인 주택담보대출금리의 준거금리인 양도성예금증서(CD)91일물 금리는 1bp 상승한 3.84%를 기록했다. 이는 1월13일 3.88% 이후 9개월만에 최고치다. CD금리는 이날부터 일명 CD+ 금리로 오후장에만 고시된다. 기업어음(CP)91일물 금리도 1bp 상승한 4.05%에 고시됐다.

한은 기준금리(3.50%)와 국고채 3년물간 금리차는 60.8bp로 지난해 11월23일 84.9bp 이후 최대치를 경신했다. 10-3년간 스프레드도 9.7bp 벌어진 24.3bp를 보여 작년 6월9일 30bp 이후 가장 많이 벌어졌다. 시장 기대인플레이션을 반영하는 국고10년 명목채와 물가채간 금리차이인 손익분기인플레이션(BEI)은 3.6bp 상승한 283.6bp로 2012년 4월25일 284bp 이후 11년6개월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한국은행, 금융)
12월만기 3년 국채선물은 81틱 하락한 102.24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해 9월26일 105틱 폭락 이후 1년1개월만에 최대 낙폭이다. 마감가가 장중 최저가였던 가운데 장중 고가는 시초가인 102.78이었다. 장중변동폭은 54틱으로 3월14일 73틱 이후 7개월만에 가장 컸다.

미결제는 41만7262계약을, 거래량은 22만398계약을 보였다. 원월물 미결제 3계약을 합한 합산 회전율은 0.53회였다. 이는 지난달 7일 0.55회 이래 최고치다.

매매주체별로 보면 은행은 6589계약을 순매도해 나흘연속 매도에 나섰다. 금융투자도 3154계약을 순매도해 사흘만에 매도전환했다. 반면 외국인은 8146계약 순매수하는 모습이었다.

12월만기 10년 국채선물은 가격제한폭인 2.7%(291틱) 추락한 104.99를 기록했다. 역시 마감가가 장중 최저가였던 가운데 장중 고가는 106.40이었다. 장중변동폭은 141틱으로 3월14일 153틱 이래 최대폭을 경신했다.

미결제는 17만3239계약을, 거래량은 11만2137계약을 보였다. 원월물 미결제 11계약과 거래량 1계약을 합한 합산 회전율은 0.65회였다. 이는 2022년 10월4일 0.70회 이후 2년만에 최대치다.

매매주체별로 보면 외국인은 3821계약을 순매도해 사흘연속 매도에 나섰다. 은행도 1605계약 순매도해 사흘만에 매도전환했다. 반면 투신은 1849계약을 순매수하며 이틀째 매수에 나섰다. 금융투자도 1701계약을 순매수해 7거래일째 매수세를 이어갔다. 이는 7월20일부터 28일까지 기록한 7거래일연속 순매수 이후 최장 순매수 기록이다.

현선물 이론가의 경우 3선은 고평 6틱을, 10선은 고평 41틱을 기록했다. 3선과 10선간 스프레드 거래의 경우 금융투자가 160계약을 보였다.

(체크)
채권시장의 한 참여자는 “시장은 뭐 패닉이었다. 외국인이 3년 선물 매수 포지션을 지난 월물 교체시 롤오버하지 않았는데 그 이유를 증명한 날이 아닌가 싶다. 재료라면 글로벌 금리 급등인데 한국이 더 예민하게 반응한 측면이 있다”며 “10선이 하한가를 기록한 것도 상상하기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심리적으로 완전 패닉상태라 한은이나 기재부가 뭔가를 해줄 수 있을지 기다려보는 정도의 장 흐름을 예상한다. 내일 10선 하한가가 풀릴지도 관전포인트”라고 덧붙였다.

또다른 채권시장 참여자는 “추석 연휴기간동안 급등했던 미국채 시장 영향이 그대로 반영되면서 장초반부터 약세를 보였다. 장중에 미국채 금리가 아시아장에서 계속 상승세를 보인 것도 시장 분위기를 악화시키는 요인이 됐다. 국고채 30년물과 통안채 2년물 입찰 영향에 따른 헤지수요도 늘었고, 장막판에는 10선이 하한가를 갈 정도로 급격히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

▲국채선물 장중 추이, 왼쪽은 3년 선물, 오른쪽은 10년 선물 (체크)
또 “국내 요인보다는 미국장이 근간이다. 미국장이 돌아서기 전에는 국내 채권시장도 쉽게 안정화되긴 어려워 보인다”며 “미국채 10년물 금리 5%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다. 상승폭이 막히지 않을까 기대하고는 있지만 미국채 수급이 악화돼 있는 상황이어서 시장 분위기 전환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또다른 채권시장 참여자는 “추석 연휴간 미 금리 상승분 반영을 넘어 10년 국채선물이 하한가를 기록했다. 8월 광공업생산 호조와 연휴 징검다리에 기인한 수요기반 부재도 있었던 것 같다”며 “주말 미 고용지표와 다음주 미국 물가 등이 대기하고 있어 주중 투자심리 회복이 어려워 보인다. 약세장 지속이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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