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 중 6명 5년 내 해약"…보험이탈 방지 '발등의 불'[K-보험 생존법㊤]

입력 2023-10-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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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새 국제회계기준 도입…기존 1년·2년 유지율에서
5년 계약 유지 공시 신설…재무건전성 중요 지표로
2년 72%였는데 5년 43%로 '뚝'…업계 '유지율 관리' 나섰지만
고객 신상품 갈아타기 많고…설계사 이직 변수에 진땀

‘생존’. 오랫동안 보험사들의 경영 화두였다. 미래를 대비하기 보다 각종 규제와 저출산 등 환경 변화 속에서 당장 살 길을 찾기에 급급했다. 매년 ‘위기’를 외치며 영업 악화에 곡소리를 내던 보험사들이 올해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보험사마다 최대 실적의 축포를 쏘고 있다. 그럼에도 “보험 업황이 좋아졌다”고 말하는 이는 없다. 똑똑한 보험사들은 몇 십 년 후 미래를 준비하고, 그렇지 못한 보험사는 단기 실적 채우기에 여념이 없다. 신회계제도(IFRS17)가 도입된 2023년, 보험산업은 높은 파고의 중심에 섰다. 눈 앞의 이익만 채우다 리스크 관리에 소홀하다 보면 구조조정의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중장기 미래 전략을 통해 K-보험의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보험사들의 생존법을 3회에 걸쳐 살펴본다.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67.1%’. 국내 개인 생명보험 가입자가 총 25회차(2년) 보험료를 낼 때까지 계약을 유지하는 비율이다.(2021년 기준)

보험연구원이 보험계약 유지율 실태를 조사한 결과로 3명 중 1명은 2년을 넘기지 못하고 해약한다는 의미다. 이는 주요 선진국 대비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같은 기준의 싱가포르는 96.1%로 압도적으로 높았고 일본과 대만은 각각 89.2%와 88.9%에 달했다. 홍콩(88.0%), 미국(84.9%)도 한국보다 유지율이 훨씬 높다.

보험계약 유지율은 보험사에 있어 매우 중요한 지표다. 회사 평판과 신뢰에 영향을 미치고 이는 신규 고객 유치 및 기업가치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유지율이 떨어지면 보험료 유입이 줄어들고 안정적인 현금 흐름 확보를 어렵게 할 수 있다. K-보험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보험계약 유지율 관리가 필수적인 이유다.

특히 보험사에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올해부터 적용되면서 재무건전성 지표상 보험 계약 유지율은 더욱 중요해졌다. 수익 지표인 계약서비스마진(CSM)을 보험 기간 전체에 걸쳐 상각해 이익으로 인식해서다.

유지율이 높다면 CSM이 증가해 실적개선을 위해 신계약 체결과 함께 기존 계약의 유지도 중요해진 셈이다. 이에 금융당국도 최근 보험사 계약 유지율 공시를 강화한 데 이어 보험사들에 고객 상황에 맞는 보험 설계와 완전판매 강화를 주문했다. 보험사들은 유지율 집중 관리 범위를 넓혀 고객 이탈 방지 개선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9일 금융당국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7일 보험사별 5년간 계약 유지 현황을 확인할 수 있는 유지율 공시를 신설했다.

유지율은 보험계약이 일정 시간 지난 뒤 얼마나 유지되는지 나타내는 장기 완전판매 지표로, 보험사가 최초 체결된 보험계약을 얼마나 오랜 기간 온전하게 관리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금감원은 소비자의 알 권리를 증진하기 위해 올해 상반기부터 보험사별로 5년간 계약유지 현황을 공시하도록 보험감독업무 시행세칙을 개정했다.

앞서 금감원은 보험상품의 회차별 유지율을 반기마다 공시했다. 기존 1년(13회차)·2년 계약 유지율에서 3년(37회차)·5년(61회차) 유지율이 추가된 것이다.

생명·손해보험협회에 추가된 비교 공시를 확인한 결과 올해 상반기 기준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의 평균 25회차 계약유지율은 각각 63.20%, 72.22%로 집계됐다. 반면, 61회차 계약유지율은 생보사 40.0%, 손보사 42.52%로 대폭 줄었다. 이들 보험사에 보험 가입을 했다가 5년 내 해약한 가입자가 10명 중 6명이라는 얘기다.

같은 기간 61회차 계약 유지율이 50%를 하회하는 곳은 보험사 37곳 가운데 31곳에 달했다. 생보사의 경우 처브라이프(12.9%)가 최저를 기록했다. 손보사 15곳 중에는 삼성화재(31.28%), DB손보(38.67%) 두 곳이 30%대로 업계 평균을 밑돌았다.

보험사들은 공시 신설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유지율 집중관리를 2차 연도에서 3차 연도로 범위를 확대하거나 시책, 시상 제도에서 일부 승환계약은 제외해 유지율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공시 추가 신설로 인해 완전판매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고 캠페인 활동과 우수 관리 설계사에 특별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며 “IFRS17 도입 이후 유지율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 만큼 집중 관리하고 있다. 가입자가 보험을 해지하고 나서 다른 상품에 가입하는 수요에 대비해 대형 법인보험대리점(GA), 원수사의 과당경쟁을 막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계약 유지율 관리는 쉬운 작업은 아니다. 보험 계약자가 계약을 해지하고 새로운 상품에 가입하는 것을 막을 수 없어서다. 계약 조건 등 상황을 고려해 새로운 상품으로 가입하는 수요도 존재한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법인대리점의 역할이 증대되면서 설계사들의 이직이 잦아지고 있어 유지율 관리가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보험계약자들의 보험료 납부능력과 경제적 상황을 고려한 상품 판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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