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제577돌 한글날(10월 9일)을 앞두고 5일 오전 국립한글박물관에 방문했다. 한글박물관에서 상설 전시를 둘러 본 윤 대통령은 "세종대왕이 창제한 한글의 정신은 현대 우리 대한민국의 지향점인 자유, 평등, 번영과도 일맥상통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디지털 시대에 가장 유리한 문자가 알파벳과 한글이고, 한글이 우리가 IT 강국으로 가는 데 큰 역할을 했다"며 한글이 대한민국 번영의 밑거름이 된 점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서울 용산구에 있는 국립한글박물관은 우리 민족 최고 문화유산인 한글의 문자적·문화적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 2014년 10월 9일 개관한 곳이다. 국립한글박물관은 이달 4일부터 2023 한글주간을 맞아 '미래를 두드리는 한글의 힘'이라는 주제로 다양한 행사도 진행 중이다.
전시관에서 윤 대통령은 유호선 학예연구관 안내에 따라 '훈민정음, 천 년의 문자 계획' 상설 전시를 둘러봤다. 7개 공간으로 나뉜 전시실에서 윤 대통령은 훈민정음 해례본과 언해본, 정조가 어릴 때 외숙모에게 보낸 14통의 한글 편지인 '정조 한글어찰첩' 등을 관람했다.
특히 조선 시대 때 대필하는 궁녀들이 '기계로 인쇄하듯 정자로 쓴' 한글 연습 자료를 본 윤 대통령과 관람객 등은 감탄하기도 했다. 유 학예연구관은 이에 대해 "당시 궁녀들이 제대로 하지 않으면 점심을 주지 않을 정도로 열심히 연습시켰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국어사전 원고인 '말모이', 근대 한글소설, 대한매일신보, 독립신문 등 근대화기 한글 변천사도 관람했다.
관람을 마친 윤 대통령은 "세종대왕은 모든 사람이 한글을 통해 신분이나 성별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기를 바랐다"며 "신분이 낮은 사람이나 여성만 사용했다는 일반적인 편견과 달리 실제 한글은 왕부터 노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평등하게 사용한 글자였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윤 대통령의 한글박물관 관람 관련 브리핑에서 "'정조 한글어찰첩'이나 '구운몽'을 쓴 김만중의 딸 김씨 부인이 영조에게 억울함을 호소한 한글 상소문을 통해서도 한글이 신분·성별에 관계없이 자유로운 소통을 위해 사용되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조선 시대 관청에서 각종 분쟁을 한글로 해결했다는 자료에 대해 언급하며 "조선 시대에도 송사를 한글로 작성했다는 것은 관공서에서도 한글이 많이 쓰였다는 것을 뜻한다"며 "신분고하를 막론하고 한문을 못 배운 사람들도 한글로 호소할 수 있게 되면서 평등의 가치를 실현한 것"이라고 의미도 부여했다.
이어 "조선 시대에는 한글이 있었기에 중국의 한자 영향으로부터 독립할 수 있었다"는 말도 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관람을 마친 뒤 김영수 국립한글박물관장과 작별 인사하며 "한글날을 맞아 학생들을 데리고 온 유치원, 초등학교 선생님들께 감사드린다"며 "제게도 유익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