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0여 개 농가 인증 전망 …소비자 인식 확대 숙제
탄소 중립(Net-Zero)이라는 단어가 어느새 익숙하게 자리 잡으면서 이제 우리 먹거리, 축산물까지 '저탄소 인증'을 받는 시대가 됐다. 농가는 위생적이고 안전하게 축산물을 생산하고 소비자는 믿고 먹을 수 있는 저탄소 축산물인증 사업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행 중이다.
저탄소 축산물 인증제는 생산과정에서 저탄소 축산기술을 적용해 농가 평균 배출량보다 10% 이상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인 경우 인증하는 제도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여러 축종 가운데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한우 거세우에 대한 인증 기준을 마련했고, 축산물품질평가원은 인증의 수행기관으로 지정됐다. 축평원은 축산물 품질과 이력, 유통에 대한 데이터를 모두 가지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저탄소 축산물 인증의 경우 민간이나 단체가 인증하는 대부분의 해외 국가와 달리 가축의 출생에서부터 도축, 포장처리, 판매에 이르기까지 정보를 기록하고 관리하는 축산물 이력제도가 있어 국가 인증도 가능했다.
인증 시범사업 4개월 만에 제도 운영 기반을 다지고 저탄소 인증 한우가 출시될 수 있었던 것도 이 같은 제도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축평원은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과 축산환경관리원의 지원을 통해 인증기준을 마련하고, 전문 인증 심사원을 양성하는 등 제도 운영을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저탄소 축산물 인증을 받기 위해 농가는 4가지 자격을 갖춰야 한다. 먼저 기존 환경 친화 또는 위생·안전의 조건을 충족하는 기존 축산업 인증제도 7개 중 1개 이상 보유해야 한다. 전년도 거세 한우 출하 실적이 20마리 이상이거나, 신청일 기준 사육두수가 100마리 이상이어야 한다. 또 조기출하·분뇨처리·에너지절감 등 탄소 감축 기술 중 1개 이상 도입해 축종별 평균 배출량보다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해야 하고, 인증조건에 따라 추후 정량평가를 통해 60점 이상 획득해야 한다.
축평원은 농가의 신청 접수 후 자격요건을 확인하고 예비 대상 농가를 지정한다. 이후 인증 심사원을 농가에 파견한다. 심사원은 컨설팅을 통해 농장별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 보고서 작성을 지원하고, 현장 심사를 거쳐 농장이 보유한 탄소감축기술을 점검한다. 최종 계량·비계량 평가를 마치고 환경, 축산, 유통 전문가로 구성된 심의위원회에서 최종 승인을 받으면 저탄소 축산물 인증 농가가 탄생한다.
다만 저탄소 축산물 농가에서 생산한 한우 가운데 현재는 30개월령 미만 개체에 대해서만 저탄소 인증 표시를 부착하고 있다.
올해 시범사업에서는 모두 27개 한우 농가가 저탄소 인증을 받았고, 7월부터 백화점 등에서 저탄소 인증 표시가 부착된 한우가 판매되기 시작했다.
인증받은 상위 5개 우수 농가는 일반농가 대비 평균 17.2%의 온실가스 감축률을 보였고, 지난해 출하 성적에서도 평균 74.5%가 1+등급 이상 출현율을 보여 일반농가(65.4%)에 비해 육질도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탄소 축산물인증과 다른 인증제도와의 차별점은 소비자들이 제품의 이력번호만 있으면 '축산물 이력정보' 앱과 웹사이트를 통해 저탄소 인증 여부를 포함한 도축부터 가공, 유통단계까지 모든 이력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뿐만 아니라 제품 포장지에서 저탄소 축산물 인증 마크를 쉽게 확인할 수 있어 소비자의 선택권이 넓어진다.
축평원 관계자는 "저탄소 축산물 인증사업은 환경 문제 등 가치 소비를 중시하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히고, 생산비와 분뇨·환경문제를 줄이도록 축산 현장을 이끌고 있다"며 "소비자에게 축산물이력제 앱과 연계해 저탄소 인증 정보에 대한 다양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축평원은 올해 하반기에 25개의 저탄소 축산물 인증 농가를 추가로 선정하고, 내년에는 돼지와 젖소 등으로 대상을 확대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제 남은 숙제는 앞으로 소비자들이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찾는가다. 유통업계도 탄소 저감 노력에 공감하고 있지만 가격 경쟁력도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축산 농가도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인증기관의 홍보 노력도 필요하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미 전국 지자체에 농가별 고유 기술을 수록한 사례집 등을 제작해 배포했다"며 "인증농가의 원활한 판로 확보를 위해 유통계약을 지원하고, 소비자단체와 협력해 저탄소 인증 축산물의 인지도를 높여가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