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I 배럴당 87달러선까지 올라…브렌트유도 89달러까지 상승
전쟁 확전 시 배럴당 100달러 넘을 수도…“그 이상까지 끌어올릴 수도”
9일 마켓워치 등 외신에 따르면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 인도 WTI 가격은 장중 최고 배럴당 87.24달러까지 올랐다. 전 거래일 종가(배럴당 82.79달러)과 비교하면 5.38% 가량 오른 것이다. 이날 브렌트유 12월물 선물 가격도 배럴당 89달러까지 고점을 높였다. 전 거래일 종가(배럴당 84.58달러)와 비교하면 5.23% 뛰었다.
과거에도 중동 지역의 정정 불안, 전쟁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는 국제유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지난 2011년 리비아 반정부 시위 당시에도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었고, 최근 들어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상황이 고조되면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선을 넘은 바 있다.
정부는 엄중한 상황인 만큼 시장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강경성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9일 이스라엘-하마스 무력 충돌 사태 관련 국내 석유·가스 수급 현황과 국내외 유가 영향 등을 점검하고자 석유공사, 가스공사와 함께 긴급 상황점검 회의를 열었다.
회의에서 산업부는 석유공사, 가스공사와 이전 중동의 분쟁 사례와 현재 국제정세 등에 대해 면밀히 분석하고, 이번 사태에 따른 석유 및 가스 가격의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강 차관은 “중동은 한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67%와 가스의 37%를 공급하는 지역이며, 중동의 정세가 우리의 에너지 안보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이 매우 큰 만큼, 향후 이스라엘-하마스 사태가 국내 수급 차질로까지 이어지지 않도록 정부와 유관기관, 업계가 합동 총력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확전 상황도 염두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1973년 10월 ‘욤 키푸르 전쟁’ 이후 딱 50년 만에 일어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쟁으로 ‘제2의 오일쇼크’가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다시 발발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국제유가에 상당한 영향을 줄수 밖에 없다”며 “해당 사안은 역사적 이슈로 기본적으로 오래 간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 소비자 물가가 다시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이 물가를 더 자극할 가능성이 커 우리 경제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석유와 에너지 전문 유명 헤지펀드인 프랑스 앙두랑캐피털의 피에르 앙두랑 설립자는 “전 세계적으로 석유 공급이 이미 어려운 상황에서 분쟁이 일어났다”며 “하마스 공격 배후로 추정되는 이란의 석유 수출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한층 엄격해질 수 있다. 이는 국제유가를 한층 끌어올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시장은 결국 사우디아라비아의 더 많은 공급을 원할 것”이라며 “그러나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10달러(약 15만 원) 이상으로 높아지지 않으면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블룸버그통신의 원자재 전문 칼럼니스트이자 ‘얼굴 없는 중개자들’의 공동 저자인 하비에르 블라스는 “이스라엘 측이 하마스가 이란의 지시에 따라 행동했다고 결론을 내리면 원유시장에 가장 즉각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며 백악관도 (이스라엘 전쟁 이후) 이후 제재를 시행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국제유가를 배럴당 100달러, 잠재적으로는 그 이상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고 예상했다.
블룸버그는 “보다 극단적인 시나리오에서는 이란이 매일 약 1700만 배럴의 원유가 통과되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위협해 자국에 대한 공격 가능성에 대응할 수 있다”며 “앞서 이란은 2011년 결국 물러서기는 했지만 해협을 폐쇄하겠다고 위협했다”고 전했다. 이어 “원유 가격을 순식간에 세 배 폭등시킨 50년 전 1차 오일쇼크처럼 중동 전체가 석유 금수 조치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세계가 장기적으로 유가 상승에 직면할 가능성을 무시하는 것은 실수”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