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 파행·대법원장 공백…정국 악화일로
채 상병·양평고속道·日오염수 등 쟁점 수두룩
여야, 민생 내세웠지만…정쟁 분출 불가피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파행·대법원장 공백 등 여야가 초강경 대치를 이어가는 가운데 내년 4·10 총선도 6개월 앞으로 다가온 상황이다. 국감 기간 각 상임위원회에서 전·현 정부의 실정·의혹 등을 총망라한 극심한 정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9일 국회에 따르면, 17개 상임위는 791개 피감기관을 대상으로 내일부터 다음달 8일까지 24일 일정으로 본격적인 국감에 돌입한다.
국감을 앞둔 정국은 어느 때보다도 경색됐다. 김 후보자 청문회 파행(5일)·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6일) 사태를 거치면서 여야 갈등은 정점으로 치달았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국민의힘은 전임 문재인 정부 실정 추궁을 각각 벼르고 있다.
앞서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5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이번 국감은 총선 전 마지막 국감이자 사실상 윤석열 정부 첫 번째 국감"이라며 "추락하는 경제와 민생을 살리고 정부의 실정과 폭주를 확실히 바로잡는 계기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6일 첫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이번 국감은 과거 정부의 부정적 인상을 완전 청산하고 새 정부의 국정 철학과 정책을 정착시켜 새로운 국민의 나라로 나아가기 위한 중요 계기"라고 강조했다.
국감 첫날(10일) 대법원 국정감사가 예정된 법제사법위원회를 필두로 11개 상임위가 가동된다. 대법원이 30년 만의 수장 공백기를 맞은 만큼 책임 소재를 둘러싼 여야 공방이 예상된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 관련 법무부 국감(11일),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 표적감사 논란이 불거진 감사원 국감(17일) 등도 뇌관이다.
해병대 채 모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문제(이하 국방·운영위), 김건희 여사 특혜 논란이 불거진 서울-양평고속도로 종점 노선 변경 의혹·한국토지주택공사(LH) 부실시공 의혹(이하 국토교통위) 등도 여야 격돌이 예상되는 지점이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는 외교통일위·환경노동위·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등 다수 상임위에서 다뤄질 전망이다. 여성가족위에서는 전북 새만금 세계잼버리 파행 사태에 대한 전·현 정부 책임론이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에서는 탈원전, 기획재정위에서는 문재인 정부 통계조작 의혹을 필두로 전·현 정부 경제 정책,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에서는 김만배-신학림 허위 인터뷰 의혹·포털 사이트 내 응원여론 조작 의혹 등을 둘러싼 신경전이 예상된다. 교육위에서는 교권 보호 대책·수능 킬러 문항 배제, 보건복지위에서는 간호법·원격진료 문제 등이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내달 7~8일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대통령경호처 대상 운영위 국감에서는 모든 정쟁성 이슈가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여야가 표면적으로는 '민생 국감'을 내세우고 있지만, 시작부터 전방위 난타전이 예상되면서 맹탕 국감 우려도 제기된다. 국민의힘은 '민생부터 민생까지'를 국감 슬로건으로 채택했고, 민주당은 "이번 국감은 민생이 기준"(홍 원내대표·5일 정조회의)이라고 말했다.
특히 총선을 앞두고 존재감을 보여야 하는 개별 의원들의 입장에서 민생·정책 이슈보다는 상대 당에 확실한 유효타를 줄 수 있는 자극적인 정쟁 소재를 부각하는 데 주력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총선 직전 국감이기 때문에 공천을 받으려는 의원들이 각자 튀려고 생각할 것"이라며 "각종 의혹이 제기되겠지만 구체적인 결과 없이 의혹 만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는 이재명 대표 사법 리스크 관련 사안, 김혜경씨(이 대표 부인), 김건희 여사 등 자극적인 주제 중심으로 국감이 흘러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