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줌의 사전적 의미는 한 주먹으로 쥘 만큼의 양이다. 그리고 코가 석 자란 콧물이 한 1m쯤 흘러나온 모양새를 표현한다. ‘길’ 역시 ‘자’와 마찬가지로 길이를 측정하는 전통 단위 중 하나인데, 주로 깊이를 나타낼 때 썼다. 도량형의 정의와 말의 참뜻이 직결되진 않지만, 크기나 양을 가늠하는 말을 빌어서 삶의 고충이나 지혜까지 담아내는 게 흥미롭다.
지난 3일 올해의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발표가 있었다.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피에르 아고스티니 교수, 독일 막스플랑크 양자광학 연구소장 페렌츠 크러우스 교수, 그리고 스웨덴 룬드대 안 륄리에 교수가 그 주인공들이다. 이들은 100경분의 1초를 포착할 수 있는 빛, 즉 ‘아토초(as: attosecond) 펄스’ 생성법을 찾아냄으로써 초미시 세계 연구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언론이 이들을 ‘아토초 시대를 연 과학자들’이라 칭하는 이유다.
빛이 30cm를 진행할 때 걸리는 시간을 1나노초(10억분의 1초)라 하는데, 이 값의 10억분의 1에 불과한 게 아토초(100경분의 1초) 다.
아주 작은 단위로 수렴해 갈 때 마이크로(100만분의 1), 나노(10억분의 1), 피코(1조분의 1), 펨토(1000조분의 1), 아토(100경분의 1) 등으로 극미세 세계의 단위로 내려간다. 1아토초를 기준으로 본다면 1초는 거의 영겁의 시간이다. 이토록 짧은 시간 단위가 우리의 관심 영역으로 들어온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이 극한의 찰나를 어떻게 잴 수 있을까?
수소 원자에서 전자가 핵을 한 번 공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50아토초로 알려져 있다. 다시 말해 원자 내에서 전자의 운동은 아토초 시간 영역에서 일어난다. 그러니 1억분의 1cm(수소 원자의 크기)와 같은 미시 세계를 정확히 기술하려면 새 접두어 ‘아토’를 피할 수 없다.
이토록 짧은 시간 안에 발생하는 사건을 관찰하기 위해선 고에너지의 광펄스, 즉 아토초 펄스가 필요하다. 참고로 펄스는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신호 변화로, 대표적인 예가 심장박동이다. 심장초음파나 심전도 그래프를 보면 아주 강한 신호가 순간적으로 나타났다 사라지는 현상이 수차례 반복한다. 아토초 펄스는 이 신호가 100경분의 1초라고 하는 아주 짧은 순간 번쩍하고 나타나는 진동현상으로, 대단히 높은 에너지를 갖고 있다.
이 펄스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 대한 답은 배음(倍音·overtone)에 있다. 이는 마치 하나의 물결이 여러 개 동시에 생기듯 빛의 울림이 발생하는 현상으로, 배음이 중첩해 아토초 단위로 크게 요동치는 파도 같은 펄스가 만들어진다.
안 륄리에 교수는 1987년 적외선 레이저 빛을 희귀 기체, 특히 다른 물질과 거의 반응하지 않는 불활성 기체에 투과할 때 배음 현상이 발생하는 것을 발견했고, 그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상을 수상하게 됐다. 그리고 아고스티니와 크러우스 교수의 경우 일정 시간 지속되는 광펄스를 실제로 생성하는 데 성공을 거뒀다.
이 펄스를 원자에 쪼이면 원자가 에너지를 얻어 전자가 분리됐다 재결합을 이룬다. 이를 통해 전자가 원자에서 끌어당겨지는 데 걸리는 시간을 측정할 수 있고, 전자의 분포가 분자와 물질에서 좌우로 또는 위치별로 진동하는 방식을 재구성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 분야를 전문으로 하지 않는 이들은 사실 이 기술이 얼마나 어렵고 대단한 건지 정확히 가늠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가 이해하고 기술할 수 있는 자연 현상이 조금 더 많아진 건 알 수 있다. ‘아토초’에 대한 관심이 반가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