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기대에 부응하며 우리 국가대표 선수단은 금메달 42개, 은메달 59개, 동메달 89개로 종합 3위를 차지했다. 금메달 목표치는 채우지 못했지만, 대회 전 기대했던 목표는 충분히 달성했다.
축구, 야구 등 인기 종목 결과에도 많이 환호했지만, 수영 종목의 성과는 어느 때보다 컸다. 개인적으로 기대가 적었던 종목의 성과라 더 반갑다.
우리 수영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17개의 신기록을 쏟아내며 금메달 6개, 은메달 6개, 동메달 10개로 모두 22개의 메달을 획득했다.
2006년 도하 대회의 16개(금 3, 은 2, 동 11개)보다 6개나 많았고 역대 최고의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 받아온 2010년 광저우 대회(금 4, 은 3, 동 6개)와 비교해도 금메달이 2개 많았다.
특히 늘어난 메달도 중요하지만, 2006년과 2010년엔 특정 선수가 일궈낸 성과였다면 이번 대회는 황선우를 비롯해 김우민 등 다양한 선수들이 메달을 따냈다.
수영과 달리 기대에 못 미친 종목도 있다.
인터넷 등에는 ‘해당 종목 퇴출?’이라는 댓글이 달릴 정도로 노출이 없었던 종목도 있다. 바로 레슬링과 유도다.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에서 ‘메달밭’으로 불리는 한국 전통의 효자 종목이었지만, 역대 최저 성적으로 마무리됐다.
레슬링은 남자 그레코로만형에서 단 2개의 동메달을 획득했을 뿐, 단 한 명도 결승에 진출하지 못하면서 ‘노골드’에 그쳤다.
한국 레슬링이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지 못한 건 2010년 광저우 대회 이후 13년 만이고, 은메달도 따지 못한 건 1966년 방콕 대회 이후 57년 만이다.
유도 대표팀은 8개의 메달을 수확했으나 금메달은 여자 78㎏ 이상급 김하윤이 유일했다.
성적도 성적이지만, 필자의 눈길을 끌었던 건 결산 기자회견에서 나온 대한체육회장의 발언이다.
“선수들이 새벽 운동을 싫어하고….”
국내 스포츠를 책임지고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의 분석치고는 너무 가볍게 느껴졌다. 그래서 내놓은 해답은 더 가관이다. 본인도 참여하겠다고 전제한 해병대 극기 훈련이다.
해병대 극기 훈련을 거치면 내년 7월 파리올림픽에서는 다시 금메달을 대거 수확할 수 있을까? 여기에 대한 답은 굳이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세상에 당연한 건 없고, 변하지 않는 것도 없다.
시대가 변하고, 세대도 바뀌었으니 종목별 선호나 성적의 등락이 있는 것도 당연하다.
힘든 운동을 하지 않으려는 시대 변화를 고려해도 대한체육회장의 이런 문제 인식은 매우 부적절해 보인다. 책임질 위치이기 때문에 더 그렇다.
제대로 된 원인을 찾지 못하면 실수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어느 분야든 마찬가지다. 거저 얻어지는 건 없다. 항상 준비하고, 대비해야 한다. 실수가 있다면 원인을 분석하고, 제대로 된 해법을 찾아야 한다.
기업이나 국가 경영도 마찬가지다. 시대 변화를 잃지 못하고, 준비하지 않으면 위기에 자유로울 수 없다.
글로벌 경제 상황이 만만치 않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위험까지 더해졌다. 최악을 가정하고 대비해도 모자란 시점이다.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충격파는 더 커진다. 위기를 겪은 뒤 ‘해병대 극기 훈련’의 해법을 제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