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케트비 박사 “중국은 남중국해, 러시아는 우크라 전쟁에 이용할 수도”
매닝 연구원 “현 전쟁 레바논으로 확대 가능성”
레비 의장 “팔레스타인 지지 글로벌사우스, 미국 입장과 상충”
10일 본지는 해외 외교 전문가 3인으로부터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미국과 국제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전문가들 모두 이번 전쟁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관리하는 미국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데 입을 모았다.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정치 애널리스트로 활동 중인 살렘 알 케트비 정치학 박사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조 바이든 정부에 중요한 우선순위”라면서도 “이스라엘 전쟁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약화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그는 “미국은 긴 시간 이스라엘을 지원했고 지금 이를 포기할 가능성은 없다”며 “미국이 동시에 두 가지 전쟁을 맡을 수 없다고 가정할 때 몇몇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자국의 지속적인 지원을 꺼릴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동시에 “이번 전쟁이 미국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게 한다면 이는 중국과 러시아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러 모두 최근 몇 년 새 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고 영향력을 확대할 기회를 찾고 있다”며 “예를 들어 중국은 남중국해에서의 군사력 증강을 위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다른 동유럽 국가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기 위해 현 상황을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한국과 일본, 호주 등 다른 국가들도 중·러 영향력 확대에 우려하고 있다”며 “이들에 대응하기 위해 더 긴밀히 협력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매닝 연구원은 “중동에서 벌어진 새 전쟁은 조만간 끝난다기보다 서안 지구와 레바논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며 “동부 지중해에 배치된 미군 항공모함 전투단은 레바논의 헤즈볼라나 이란의 개입을 저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 남중국해나 아시아 비상사태에는 사용할 수 없는 병력”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사태는 미국 전략의 모순을 지적하는 현 추세를 반영한다”며 “백악관은 아시아와 중국이 미국의 전략적 최우선 과제라고 말하지만, 일련의 사건들은 미국을 다른 방향으로 끌어당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 간 수교를 추진했지만, 정작 팔레스타인 분쟁을 막지 못하면서 일을 더 키우는 모양새다.
또 “미국의 논리는 중동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 기반을 둔다”며 “그런 의미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갈등은 러시아와 중국 모두에 도움이 된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우크라이나 전쟁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는 “이스라엘 방위군은 지금까지 해당 지역에서 가장 능력 있고 기술적으로 고도화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었다”며 “우크라이나 원조에 대한 미국 내 정치적 지지는 줄고 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은 진행될수록 미국의 더 많은 군사적 지원과 유럽의 무한한 집중을 끌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레비 의장은 “글로벌 사우스(남반구에 밀집된 제3세계 국가) 등은 미국과 달리 여전히 점령당한 팔레스타인의 입장에서 전쟁을 정당하게 보고 있다”며 “이들은 미국이 국제법을 선택적으로 적용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고, 이는 미국의 입지를 약화한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