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 성과 못내면 '아웃' 잦은 CEO 교체, 지속 성장 毒[K-보험 생존법㊦]

입력 2023-10-1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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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0년 긴 호흡 필요한 보험 산업
CEO 임기는 50개월 불과한 현실
“단기실적주의 초래할 수밖에” 지적

보험사들은 지금껏 유지돼왔던 경영진 인사체계를 재검토하고, 새로운 경영전략을 모색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절실해졌다. 그동안 장기적 관점에서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높이기 보다는 단기간 내 외형적 성장에만 치중해오진 않았는지 되돌아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쟁 중엔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옛말처럼 생존의 갈림길에 서 있는 보험사들을 차분히 이끌어갈 리더가 필요한 시점이다.

한상용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보험산업에서 단기 성과주의의 확산에는 △단기 성과에 연동된 보상체계 △경영진의 잦은 교체 △단기 성과에 대한 투자자(대주주) 요구 △장기비전 전략 부재 △조직문화 등의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국내 보험사에서 가장 크게 꼽히는 요인은 최고경영자(CEO)의 짧은 임기다. 국내 CEO들의 임기가 대부분 5년을 넘지 않아 경영진들이 ‘단기 실적주의’에 급급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보험사 경영진의 평균 재임 기간은 대표이사·사장 평균 50.1개월, 사외이사는 30.6개월, 보수가 존재하는 기타 등기임원은 43.9개월 수준이었다. 보험 업권별로 보면 생명보험사 대표이사·사장은 평균 48.9개월의 재임 기간을 보유했다. 손해보험사는 50.3개월이었다.

5년도 채 되지 않는 경영진 임기는 보험사의 수익성과 기업가치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는 진단이다. 실제 조사 결과 경영진의 임기를 총자산수익률(ROA)와 자기자본수익률(ROE)로 분석하면 재직 기간이 길수록 수익성 지표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지표인 지급여력(RBC)비율 역시 경영진의 재임 기간과 상관관계를 나타냈다. 반면 단기 성과주의 행위 지표인 성장성·불완전판매 비율의 경우 CEO 재임 기간이 짧을수록 커지는 경향을 보였다. 지속할 수 있는 경쟁력을 향상하기 위해서는 보험사 경영진이 일관적이고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경영 활동을 수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성과를 내기까지 적게는 5년, 길게는 10년 이상을 기다려줘야 하는 장기금융인 보험업 특성상 타 업무 권역보다 오너 체제가 적합하다는 진단도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국내 보험사는 오너가 직접 경영하는 경우와 오너의 존재가 확실히 있으면서 CEO를 따로 선임해 이끌어가는 보험사로 나뉜다”며 “오너들의 올바른 경영 철학이 전제된다는 가정 하에 두 가지 모두 일관된 투자 철학,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오너가 직접 경영하는 교보생명의 신창재 회장이 대표적인 예다. 신 회장은 창업자의 보험정신을 중시하며 보수적인 경영을 하는 CEO다. 보험사 중 유일하게 자회사형 법인대리점(GA)을 설립하지 않은 이유도 보험 본질을 중시하는 신 회장의 경영 철학이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오너가 있으면서도 CEO를 따로 선임한 곳은 업계 ‘메기’로 불리는 메리츠화재가 있다. 메리츠화재는 김용범 부회장이 2015년부터 8년째 CEO직을 맡아오고 있다.

한편, 올해도 어김없이 기업 사장단 인사 시즌이 돌아오면서 임기 만료를 앞둔 보험사 CEO들의 거취에도 귀추가 주목된다. 올해 12월부터 내년 3월까지 삼성화재,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롯데손해보험, 흥국화재, NH농협손해보험, 코리안리 등 8개 손보사 대표이사의 임기가 만료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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