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투(빚을 낸 투자) 개미들이 증시로 몰려들자 ‘주식 리딩(leading)방’이 활개를 친다.
리딩방이 투자 사기의 온상이 되자 관계 당국도 칼을 뽑아 들었다. 이복현 금감원장과 우종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8월 불법 리딩방 수사 공조를 뼈대로 한 ‘자본시장 불법행위 대응·협력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 원장은 “금감원은 6월 리딩방 단속반을 설치해 암행 점검을 확대 실시했다”면서 “기회가 되면 3개 기관(금감원, 검찰, 경찰)이 ‘플러스알파’로 (조사하는) 장이 진행될 것”이라며 엄단 의지를 밝혔다. 이튿날인 17일에는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이 기자간담회를 열고 “불공정거래, 시장 교란, 리딩방, 허위 풍문 등을 특별 단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빚투에 대한 우려도 잊지 않았다. 이복현 원장은 금감원 임원회의에서 테마주 관련 주식시장 급등락에 대해 “단기간에 과도한 투자자 쏠림, 레버리지 증가, 단타 위주 매매 등 과열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라고 우려하면서 “테마주 투자 열기에 편승한 증권사들의 공격적인 신용융자 확대는 ‘빚투’를 부추길 수 있으므로 경쟁이 지나치게 과열되지 않도록 관리해달라”고 요청했다.
투자자들이 흘려듣지 말아야 한다.
증시 분위기와 무관하게 빚내서 투자하는 ‘빚투’가 다시 성행하고 있다.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신용융자 잔액은 여러 달째 20조 원 주변을 맴돈다.
주식 ‘빚투’는 과열 현상을 보이는 코스닥과 코스피 시장을 가리지 않는다. 지난해 말 7조7600억 원이던 코스닥 신용융자 잔액은 9조 원대를 넘나든다. 시가총액이 5배인 유가증권 시장과 비등한 수준이다.
위험을 감수한 공격적 투자가 전례 없는 수준으로 확산한 것이다.
게다가 주식 신용거래를 하면서도 그 위험성을 모르는 투자자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신용거래는 주가가 오를 때는 수익을 크게 늘려준다. 하지만 주가가 떨어져 증권사가 요구하는 수준 이상으로 융자금에 대한 담보를 제공하지 못하면, 증권사는 빌려준 돈을 회수하기 위해 담보로 잡은 주식을 강제로 팔아버린다. 주가 하락기에 많은 투자자가 이런 ‘반대 매도’를 당하게 되면 시장 전체가 더 가파른 하락세에 빠진다.
실제 미국의 금리 상승 여파로 주식시장이 흔들리고, 중동에 전운이 감도는 상황이 펼쳐지자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금액은 현재 500억 원대로 불어났다. 주가가 장기간 상승세를 이어갈 때는 좋기만 하던 ‘빚투’가 감춰진 손톱을 드러낸 모양새다.
‘아차!’라는 생각이 들면 때는 늦다. 발을 빼려 해도 뺄 수가 없다. ‘빚투라도 해서 한몫 잡아보자.’라고 시작한 투자가 ‘원금이라도 찾야겠다.’라는 처절한 싸움으로 바뀐다.
활개를 치는 테마주에 편승해 한몫 챙기려는 개미(개인투자자)를 보자니 걱정이다. ‘묻지마 투자’의 행렬을 보면 레밍스 신드롬이 떠오른다. 레밍스 신드롬이 지나친 걱정이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