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현지시간) AP통신, CNN 등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날 플로리다 웨스트팜 비치에서 열린 집회에서 연설하면서 “나는 네타냐후가 우리를 실망하게 한 것을 절대 잊지 못할 것”이라며 2020년 1월 미국이 드론 폭격으로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을 살해한 일을 거론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스라엘은 우리와 작전을 함께 하기로 돼 있었고, 수개월간 계획과 작업이 이뤄졌다”며 “우린 모든 것이 준비돼 있었는데 그 일(솔레이마니 살해)이 있기 바로 전날 밤 이스라엘로부터 공격에 불참한다는 전화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그 일로 매우 실망했다”며 “그럼에도 우리는 완벽한 정확도로 그 일을 스스로 해냈는데, 비비(네타냐후 총리의 약칭)는 그 공을 챙기려 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언급한 일화는 2020년 1월 미국이 무장 무인기를 활용한 표적 공습을 통해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을 제거한 사건이다. 솔레이마니는 이란의 역내 세력 확장을 이끈 군부 실권자로, 2020년 1월 3일 이라크를 극비에 방문했다가 바그다드 공항 근처에서 미국의 표적 공습에 사망했다. 당시 트럼프 행정부는 임박한 위협에 맞서 방어 차원에서 솔레이마니를 제거했다고 밝혔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집회에서 레바논에 기반을 둔 무장단체 헤즈볼라와 관련해선 “이틀 전 바이든 정부의 안보 담당자들이 ‘헤즈볼라가 북쪽에서 (이스라엘을) 공격하지 않길 희망한다. 그곳은 가장 취약점이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을 봤다”며 “헤즈볼라는 매우 똑똑하다. 그들은 모두 매우 똑똑하다(very smart)”고 말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을 “멍청이(jerk)”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언급으로 미국에서는 곧바로 비판 여론이 일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지지에는 흔들림이 없다”면서 “이스라엘 파괴를 기도하는 테러리스트를 칭찬하기에 좋은 때는 결코 없다”고 밝혔다.
앤드루 베이츠 백악관 언론 담당 부보좌관은 성명을 내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위험하고 제정신이 아니다”라면서 “지금은 이스라엘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순수한 악에 맞서 싸울 때”라고 강조했다.
한때 당내 유력 경쟁자로 꼽혔던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일반인은 물론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이 지금 우리의 친구이자 동맹인 이스라엘을 때리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대선 주자인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도 “헤즈볼라는 똑똑한 게 아니라 사악하다”고 비판했다고 NBC 뉴스 등이 전했다.
이에 트럼프 캠프는 “똑똑하다는 것이 착하단 말은 아니다”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격 취약점을 밝힌 바이든 정부가 얼마나 무능한지 분명하게 지적한 것”이라고 밝혔다고 의회 전문매체 더힐이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