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 라인업…“전기차 대중화 선도할 것”
전기차 시장 화두는 ‘저렴한 차량 가격’
테슬라 모델 Y 지난달 판매 10배 늘어나
국내 브랜드도 속속 중저가 전기차 출시
전기차 시장이 대중화 단계로 접어들며 중저가 전기차 모델이 출시되고 있다. 완성차 업계는 전기차 시장 확대 전 다양한 중저가 라인업을 갖추고 시장 점유율을 확보할 계획이다.
14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지난 12일 ‘기아 EV 데이’ 행사를 열고 EV5와 EV3, EV4의 콘셉트카를 공개하고 전기차 대중화를 주도하겠다는 전략을 공개했다.
이날 행사에서 조상운 기아 글로벌사업기획사업부장 상무는 “EV5는 EV 대중화의 시작점에 있는 기아의 글로벌 전기차 모델”이라며 “EV5는 향후 기아가 출시할 EV4 및 EV3와 함께 전기차 대중화 트렌드를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기아는 EV3·4·5 등 중소형 모델의 가격을 3만5000달러에서 5만 달러대의 가격대로 출시해 전기차의 대중화 및 보편화를 선도하겠다고 밝혔다. 출시 시점은 EV3 내년 상반기, EV4 내년 말, EV5 2025년 상반기 등으로 예정됐다.
상황에 따라 가격이 좀 더 낮게 책정될 가능성도 있다. EV3·4·5보다 윗 차급 모델과 가격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기아는 미국에서 EV6(2023년 형)를 4만8700달러에 출시해 현재 4만2600달러에 판매 중이다. 올해 말 미국 시장에 출시될 EV9 가격은 약 5만5000달러로 책정됐다.
기아가 이처럼 중소형 모델을 출시하는 것은 최근 전기차 시장이 대중화 단계로 접어들며 가격이 중요한 문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초기 구매자(얼리어답터)가 아닌 대중화 단계의 구매자들은 ‘전기차’라는 특성 외에도 가격, 품질 등 여러 요인을 고려하기 때문에 높은 차량 가격을 유지하며 전기차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기는 어렵다. 이에 여러 완성차 브랜드가 중저가 전기차 출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실제로 가격 경쟁력이 강한 중국 브랜드는 이미 전기차 시장의 주요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SNE 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전기차 판매 1위는 183만9000여 대를 판매한 중국의 비야디(BYD)가 차지했다. 테슬라(117만9000대), 상하이자동차그룹(SAIC, 65만4000대), 폭스바겐그룹(59만3000대), 지리자동차(50만9000대) 등이 5위권을 형성했다. 상위 5개 그룹 중 3곳이 중국 기업인 셈이다. 국내 기업인 현대자동차·기아는 37만4000대를 판매해 7위를 기록했다.
국내 시장에서도 가격을 낮춘 전기차가 인기를 끌고 있다. 대표적인 모델은 테슬라 모델 Y RWD다.
소위 ‘중국산 테슬라’로 불리는 테슬라 모델 Y RWD는 지난달 국내에서 4206대 판매되며 전월 판매량인 431대의 10배 가까운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모델 Y RWD는 LFP 배터리를 사용하고 싱글모터가 탑재돼 성능은 기존 모델 Y에 비해 부족하지만 약 2000만 원 저렴한 5699만 원에 출시됐다. 국내에서는 전기차 구매 보조금 100%를 받을 수 있는 금액으로, 그간 국내에서 부진하던 테슬라의 실적을 단번에 뒤집는 데 성공했다.
이처럼 전기차 시장에 가격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자 국내 브랜드들도 가격 장벽을 낮춘 전기차를 하나둘 출시하고 있다.
KG 모빌리티(구 쌍용자동차)는 지난달 20일 중형급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토레스 EVX’를 4750만 원(E5 트림 기준)에 출시했다. 구매보조금을 고려하면 실구매 가격은 3000만 원대로 낮아진다.
기아는 지난달 21일 경형 전기차 ‘레이 EV’를 2000만 원대에 출시했으며 현대차는 내년 중 캐스퍼의 전기차 모델 ‘캐스퍼 일렉트릭’을 출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