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순위·신용도 하락에 따른 고강도 인적·조직쇄신 전망
수장없는 호텔군HQ, 조직 축소…고개드는 HQ체제 무용론
3세 경영 승계 작업 진행…신유열, 유통사업서 역할 맡을지 주목
롯데그룹이 내년도 정기 임원인사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그룹 내부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업계는 기업가치 하락, 호텔군HQ 축소에 따른 HQ체제 무용론 등 최근 롯데그룹에서 발생한 악재로 인해 대대적인 인적쇄신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다.
1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내달 내년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작년 12월 인사 발표를 제외하면, 통상 롯데그룹은 11월 말 인사를 발표해왔다. 다만 최근 대내외적 경영 환경이 좋지 못해 올해 인사 시점을 다소 앞당길 것이란 전망도 있다.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대표의 물갈이가 관전포인트다. 김상현 유통군 총괄대표 겸 롯데쇼핑 대표이사 부회장, 정준호 롯데쇼핑 대표, 이영준 롯데케미칼 대표, 최홍훈 호텔롯데 월드사업부 대표 등이 대상이다. 다만 이들 뿐만 아니라 그룹 차원에서 대대적인 인적쇄신을 할 것이란 이야기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롯데그룹 안팎의 경영 위기감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은 작년에 비해 현재 기업가치가 떨어진 상태다. 롯데그룹은 재계 순위 5위 자리를, 13년 만에 포스코그룹에게 내줬다. 또 롯데 주요 계열사의 무보증사채 신용도 또한 잇달아 하락했다. 국내 3대 신용평가사들이 롯데케미칼 신용등급을 낮춘 탓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올해 상반기, 하반기 VCM(사장단회의)에서 잇달아 기업가치 제고를 강조한 만큼, 강도 높은 물갈이 인사를 통한 조직 쇄신이 유력하다. 신 회장은 1월 VCM에서 “기업 가치를 제고하라”고 주문했고, 7월 VCM에서는 “현금흐름과 자본비용 측면의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고 구체적으로 지시했다. 상반기에 주문한 기업가치 제고가 성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질책이다.
특히 이번 인사에서 조직개편을 위한 헤드쿼터( HQ)체제 해체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서 이완신 HQ총괄대표 겸 호텔롯데 대표이사가 돌연 사임하면서 호텔군HQ 조직이 축소된 탓이다. 롯데지주는 호텔군HQ에 ESG와 재무 기능만 남기고, 나머지를 모두 호텔롯데 내 사업부로 이관했다. 호텔군HQ 80여명의 인력 중 60여명이 현업으로 재배치된 상태다.
롯데그룹은 2022년 비즈니스 유닛(BU)에서 HQ체제로 전환했다. 각 계열사를 6개 사업군으로 유형화한 뒤 이를 총괄하는 HQ 조직을 뒀다. 각 계열사에 뒀던 인사, 재무, 기획, 전략 기능을 HQ가 흡수했다. 당시 롯데그룹은 빠른 변화 실행, 혁신 가속화를 위해 HQ조직을 신설했다고 자평했으나, 오히려 현재는 HQ로 인해 롯데그룹 조직이 더 무거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호텔군HQ 총괄대표 후임자도 공석이고, 조직을 축소하고 인력을 재배치한 건 HQ존재에 대한 고민이 반영된 결과”라고 해석했다.
이런 가운데 유통사업에서 신 회장의 장남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가 어떤 보직을 맡을 지도 관심사다. 현재 롯데그룹은 3세 경영 승계를 위한 작업을 착착 진행 중이다. 신 상무가 올해 상·하반기 VCM에 모두 참석했고 롯데가 역점을 둔 베트남 사업 현장에도 동행했기 때문이다.현재 신 상무는 롯데케미칼에 몸을 담고 있지만 여러 계열사 등으로 경영의 눈을 돌리고 있다.
특히 신 회장은 신 상무의 유통사업 활동 가능성도 내비쳤다.신 회장은 지난달 22일 베트남 롯데몰 웨스트레이크하노이 오픈식에서 기자들과 만나 “아들은 여러 가지 공부를 하고 있는 상황이며, (유통 부문도) 앞으로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