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래 살인’ 정유정 “범행 당시 술 취해 기억 안 나…무서웠지만 꾹 참았다”

입력 2023-10-16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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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뒤 신상이 공개된 정유정(23·여)이 6월 2일 검찰에 송치되기 위해 부산 동래경찰서를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뉴시스)
과외 앱을 통해 만난 20대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그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정유정(23)이 법정에서 범행 당시 술에 취한 상태라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16일 부산지법 형사6부(김태업 부장판사)는 살인, 사체손괴, 사체유기, 절도 혐의로 기소된 정유정에 대한 2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검찰 측이 범행 동기를 묻자, 정유정은 “같이 죽을 생각이었다”며 “마지막으로 제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검찰 측은 “피해자를 살해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할 생각이 있었나”라고 다시 물었고, 정유정은 “네”라고 답했다.

이에 검찰 측은 “극단적 선택을 하려 했다면 힘들게 사체를 훼손해 유기할 이유가 없지 않나”라고 의문을 제기했고, 정유정은 “(범행 당시) 방에서 (피해자) 가족사진을 보게 됐다. 그걸 보고 실종으로 꾸며야겠다고 생각했다”며 “그렇게 된(살해당한) 걸 알면 유가족이 못 살 것 같았다. 실종으로 꾸며 어딘 가에 살아있을 것으로 생각하게 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피해자는 살해했지만, 피해자 가족을 생각해서 실종으로 꾸미려 했다는 거냐”라고 재차 되묻자, 정유정은 “(피해자 가족이) 충격받아서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도 있잖아요”라고 했다.

재판부가 “피해자는 무관하지 않으냐. 왜 살해했나”라고 묻자, 정유정은 “같이 갈 사람이 필요했다. 같이 죽어서 저는 환생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피해자 사망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걸렸는지에 대해선 “캔맥주와 병맥주를 여러 개 먹었다. 술에 취해 뚜렷하게 기억이 잘 안 난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사체를 훼손하게 된 경위와 범행 성공을 자축하기 위해 맥주를 마신 게 아니냐고 묻자, “너무 무서웠는데 꾹 참고했다”면서 “범행을 자축하기 위해서 마신 게 아니다. 당시 떨리기도 하고 날씨도 덥고 해서 챙겨갔다”고 했다.

이날 정유정 측은 자신의 성장배경 등을 설명하기 위해 친할아버지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친할아버지는 정유정이 고교생이 되면서 물건을 던지는 등 이전과 상당히 다른 모습을 보여 관할 구청 담당자가 우울증 검사를 권유했던 사실을 진술하면서 “우울증이 심한 것처럼 보인다고 했고, 본인의 거부로 검사와 치료를 못 받아 (살인을) 미연에 방지 못 했다”고 말했다.

정유정은 5월 26일 오후 부산 금정구에서 과외 앱으로 만난 20대 여성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하고 사체를 훼손한 혐의(살인 및 사체손괴, 절도 등)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외에도 앱을 통해 유인해 살해를 시도하려다 미수에 그친 2건에 대한 추가 혐의(살인예비 혐의)에 대해서도 송치된 상태다.

재판부는 다음 달 6일 세 번째 공판을 진행하고, 이후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선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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