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텔레비전과 신문에서 끔찍하고 가슴 아픈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온다. 찬란한 젊음을 다 꽃피우기도 전에 목숨을 끊은 선생님들, 내가 학생 때도 ‘교권이 추락했다’며 난리였는데 지금은 어디까지 온 것인지 알 수조차 없다. 자영업자들도 손님의 ‘갑질’ 때문에 폐업한다며 한숨을 내쉰다. 도를 한참 넘은 이기심만 가득하고,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은 사라졌다.
소아청소년과의 폐과 소식도 들려왔다. 보호자 없이 혼자 진료 보러 온 열나는 아이를 돌려보냈다며 민원에 시달려 폐업한다는 병원. 응급실에서 아이가 아픈데 기다리게 했다며 전공의의 뺨을 때렸다는 아빠의 이야기. 이 믿기 힘든 도시 괴담 같은 이야기들도 실은 매우 드물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전공의 시절 임신 9개월 차 출산휴가를 앞두고 마지막 당직 날, 외과 병동에서 전화가 왔다. 외과 수술을 받은 아이가 숨쉬기 힘들어하고 통증이 있어 혈액검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미 다른 사람이 두 차례 실패해서 아빠가 난동을 부리며 수액걸이대를 집어던졌다. 공포에 떨며 간신히 두 번의 시도 만에 피를 뽑았고, 만삭의 배를 보고 참은 것인지 다행히 나는 맞지 않았다.
우리 애가 더 아픈데 왜 먼저 안 봐주냐고 고래고래 소리지르는 아빠, 우리 아이는 항생제를 먹어야만 나으니 항생제 넣어주고 여행 가야 하니 넉넉히 일주일치 챙겨달라며 본인이 처방 내리는 엄마, 우리 귀한 손주 아프게 한 나쁜 의사선생님 손 찰싹찰싹 때리는 할머니. 바야흐로 ‘갑질’의 시대다.
마태복음 7장 12절 성경에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는 구절이 있다. 쉬운 듯 하지만 지키기 어려운 이 말을 되새겨본다. 갑질의 시대를 넘어 이해와 용서로 넘어가기 위해서.
유새빛 소아청소년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