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이 반찬이다. 코로나 19에서 비롯된 금리 인하로 풀린 배고픈 돈은 코인 시장에 도착했다. 개인은 물론 대기업, 벤처캐피탈(VC) 등 큰손까지 가상자산 시장에 쏟아졌다. 규제도 없고 역사도 짧았지만 미래 먹거리로 점 찍혔다. 가능성만 본 채 몇 해가 흘렀다. 규제는 모호하게 마련됐고, 그 덕에 불미스러운 사건도 발생했다. 굶주린 돈도 이제는 없다. 소위 국내에서 개발하는 코인을 김치 코인이라고 한다. 제대로 된 규제 없이 호객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맨밥에 김치도 하루 이틀이다.
모호한 규제는 시장 참여자 피해로 직결된다. 국내에서 개발된 코인을 개발할 순 있지만, 발행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코인을 발행하려는 국내 업체는 해외에 법인을 설립하는 번거로움을 거쳐야 한다. 제대로 사업을 하려고 해도 절차와 과정이 복잡하다. 국내에 회사가 없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사업자 확인도 어렵다. 실제로 지난해 루나-테라 사태 때 싱가포르에 있다던 테라폼랩스 사무실도 폐쇄돼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음지에서 사업하고자 마음 먹는다면 막을 수 없는 실정이다.
국내 업체들이 시장 경쟁성이 없는 것도 아니다. 커스터디, 밸리데이터 등 가상자산 생태계에 필수적인 업체들도 존재한다. 가상자산이 투자 자산으로만 인식되고 있지만, 실상 그렇지 않다. 국내에서는 가상자산 산업에서 코인 투자가 먼저 활발해졌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 할 수밖에 없다. 다만, 아직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사례는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스캠들에 비해 사업을 구축하는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규제에 앞서 중요한 건 진정한 관심이다. 이번 국정감사만 보더라도 대표적인 가상자산 사업자들은 증인으로 소환하지 않았다. 여러 명이 증인이나 참고인으로 지정된 예년과 다른 양상이다. 여야 국회의원이 가상자산과 얽히면서 업계는 희생양이 된 모양새다. 가상자산이 한창 관심 받던 지난 대선 당시에는 표심 공략을 위해 여야가 앞다퉈 관련된 진흥 정책을 쏟아냈다. 현실은 지금의 상황이다. 가상자산 시장은 다시 한 번 희생양이 된 셈이다. 한때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가 글로벌 거래량 1위를 기록할 만큼 시장에 관심이 많은 시절도 있었다. 비정상적 규제로 전과 비교해 관심이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국내 시장은 글로벌 가상자산 업체들이 중요한 곳으로 바라보고 있다. 제대로 된 반찬만 있다면 국내에서도 가상자산 시장을 리드할 잠재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