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너지·전기차 육성 의지 강해
분쟁 요인 많아 방산 수출 확대 가능성
윤석열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를 잇달아 방문하는 중동 순방길에 오른 가운데 중동지역과의 신(新)협력 분야로 미래에너지, 전기차, 방산 등이 주목받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2일 발표한 ‘중동 주요국과의 경제협력 과제 연구 보고서’를 통해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카타르와의 협력 유망 분야로 미래에너지, 전기차, 방산 등 세 가지를 꼽았다. 이들 국가는 걸프협력회의(GCC) 소속 6개국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86%를 차지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과 이들 3개국의 지난해 교역량은 코로나19 사태 직전인 2019년 대비 61.6% 늘었다. 이는 같은 기간 한국의 대(對)세계 교역 증가율인 35.5%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국가별로 보면 사우디는 82.1%, UAE는 56.2%, 카타르는 27.6% 증가했다.
이들 국가는 모두 국가 주도로 태양광과 수소 등 미래에너지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사우디는 ‘사우디 비전 2030’을 통해 2030년까지 국가 발전수요의 50%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UAE는 ‘UAE 에너지 전략 2050’을 통해 2050년까지 전체 전력발전비율 중 재생에너지 비율을 44%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카타르는 ‘카타르 비전 2030’을 통해 2030년까지 총 전력 수요의 20%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조일현 에너지경제연구원 박사는 “중동지역은 풍족한 일조량 등 우수한 기후 조건과 비교적 저렴한 토지비용으로 인해 대규모 태양광 발전 설비, 수소 생산시설 확충에 최적화돼있다”며 “세계 최고 수준의 한국 태양광 기술 경쟁력과 수소 산업 생태계 조성 능력을 부각한다면 국내 기업들이 중동지역에 진출할 기회가 충분히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상의는 중동에서 열릴 전기차 시장 가능성에도 주목했다. 사우디는 2030년까지 연간 50만 대 전기차 생산 및 수도 리야드 내 자동차의 30% 이상을 전기차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내걸고 자국 내 전기차 공급망 구축을 위한 투자와 협력을 확대 중이다. 카타르 역시 2030년까지 전기차 보급률 10% 달성을 목표로 인프라 조성에 나서고 있다. UAE는 2019년 대비 지난해 전기차 수입액 13배 이상 증가하는 등 큰 성장세를 보였다.
김경유 산업연구원 시스템산업실 실장은 “중동 3국은 막대한 자금력을 동원해 기업 유치와 수요 진작에 나서고 있다”며 “중동지역의 전기차 시장 초기 단계에서 상품성 높은 전기차로 시장을 선점하고 현지 생산기지와 충전소 등 전기차 인프라 구축에 우리 기업들의 참여를 확대하는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한상의는 방산 분야에서의 협력 확대 가능성도 높게 평가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수니파-시아파 갈등 등 분쟁이 잦은 중동은 세계 최대 무기 수입 지역이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의하면 지난 5년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무기를 수입한 국가로 사우디와 카타르가 각각 2, 3위에 올랐다.
유광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전문연구원은 “사우디, 카타르의 경우 지난해 기준 GDP 대비 국방비 지출이 우크라이나 다음으로 높다”며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전쟁 중인 점을 고려한다면 사실상 사우디, 카타르의 국방비 지출이 세계 1, 2위 수준으로 높은 것으로 매력적인 방산시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문태 대한상의 산업정책팀장은 “중동 3국은 탈석유화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신성장 동력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한국은 첨단 제조업 등 미래 산업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만큼 이번 순방을 계기로 우리 기업들의 현지 시장 진출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