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둔화·부동산 냉각 등이 주요인
10월 외국인 순매도 50억 달러
부양책 펼쳤지만 너무 늦었다는 지적도
외국기업 길들이기도 증시에 찬물
중국증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당시보다 더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추락하고 있다. 시장에 비관론이 팽배해 당국의 부양책이 아무런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상황이다.
23일(현지시간) 마켓워치에 따르면 중국증시 벤치마크인 CSI300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04% 하락한 3474.24에 마감했다. 2019년 2월 이후 약 4년 8개월 만의 최저치로, 지수는 올해 들어 지금까지 15% 가까이 빠졌다. 같은 날 상하이종합지수도 1.5% 하락해 연초 수준을 밑돌았다.
중국증시는 대유행 초기 글로벌 시장을 능가하는 랠리를 펼쳤다. 올해 초에는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에 대한 기대로 상승세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경제성장 둔화와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디폴트(채무불이행), 미·중 갈등 등으로 외국인들이 자금을 빠르게 유출하면서 시장은 얼어붙었다. 본토 A주에 대한 외국인 순매도액은 이달 들어서만 50억 달러(약 6조7280억 원)로 집계됐다. 8월 이후로 범위를 넓히면 220억 달러를 웃돈다. 게다가 부동산 최대 개발업체 비구이위안은 지난주 달러 채권 이자 상황에 실패하면서 사실상 디폴트 수순에 들어갔다.
자산운용사 레드휠의 콜린 량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신뢰의 문제가 분명하다”며 “2년 연속 손실과 코로나19 규제가 전망에 부담을 주면서 투자자들은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국은 증시 부양을 위해 최근 들어 지원책을 내걸고 있지만, 이마저도 투자자들의 오랜 불신으로 인해 통하지 않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달 대형은행 4곳 지분 6500만 달러어치를 매수했다. 당국이 대형은행 주식을 사들인 것은 8년 만이었다. 이와 함께 주가를 떨어뜨리는 공매도 세력에 대한 집중 단속도 약속했다. 자산운용사 APS의 왕 콕 호이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정책이 역효과를 낸 것으로 생각한다”며 “너무 작은 지원 규모에 투자자들은 냉담했다”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의 외국기업 길들이기도 증시에 찬물을 끼얹었다. 당국은 최근 세계 최대 전자제품 위탁생산업체로 애플 아이폰을 생산하는 폭스콘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당국은 이례적으로 폭스콘의 사무실과 공장을 모두 조사했는데, 미국 기업인 애플을 견제하고 토종기업 화웨이를 지원하기 위해 개입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여파에 폭스콘 주가는 이날 장중 한때 3% 넘게 하락했고 중국증시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중국 시장의 부진은 주식에만 국한된 일이 아니다. 위안화 가치도 올해 초부터 급격한 약세를 보인다. 달러·위안 환율은 연초 이후 6% 이상 상승해 위안화 가치가 2007년 12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 중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은 지난주 예상보다 나은 3분기 경제성장률을 발표했지만, 최근 중동 분쟁과 미국의 반도체 수출 제한 강화 등으로 지정학적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경제와 금융 시장을 부양하려던 중국 정부의 시도들은 너무 늦은 것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