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이코노미스트들, 지난달 침체 언급 아예 없어
애크먼 “경제 빠른 속도로 둔화, 채권 공매도 포지션 청산”
그로스 “연준 ‘더 높은 금리 더 오래 유지’는 옛날 말 돼”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오는 26일 미국의 올해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발표를 앞두고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들은 지난주에 전망치를 3.7%에서 4.0%로 올렸다.
경제 자문업체 하이 프리퀀시 이코노믹스는 3분기 성장 전망을 4.4%에서 4.6%로, 4분기 성장 전망을 1.0%에서 1.2%로 각각 상향했다. 블룸버그통신은 22일 이코노미스트 대상 설문조사에서 3분기 성장률 전망 중간값이 4.3%라고 발표했다. 올해 1분기(2.2%)와 2분기(2.1%) 성장률을 1%포인트(p) 넘게 웃돈다.
또 WSJ은 6∼11일 업계 및 학계 경제학자 65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경제학자들이 평가한 향후 1년 새 미국 내 경기침체 발생 확률은 48%로, 3개월 전 조사 때의 54%에서 6%p 떨어졌다고 15일 전했다.
골디락스 가능성도 고개를 들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1일 공개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르면 연준 이코노미스트들은 미 경제가 골디락스 시나리오로 향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2월만 해도 경기 침체의 뚜렷한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는데, 지난달에는 ‘침체’는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내년부터 2026년까지 미 경제가 느리지만 여전히 긍정적이고 실업률은 거의 제자리걸음을 하며, 인플레이션은 약 2%로 떨어질 것으로 관측됐다.
앞서 8월 애크먼 회장은 채권 금리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30년 만기 미국 국채를 공매도하고 있다고 공개한 바 있는데, 두 달여 만에 입장을 선회한 것이다. 이는 실제 경제가 지표와 다르게 빠르게 식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세계적 채권 운용사 핌코를 공동 설립하고 월가에서 한때 ‘채권왕’으로 불렸던 유명 채권 펀드매니저 빌 그로스도 경종을 울렸다. 그로스는 이날 엑스에 “지역은행의 대학살과 자동차대출 연체의 역대급 증가세는 미국 경제가 심각하게 둔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면서 “올해 4분기 경기침체를 예상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연준의 ‘더 높은 금리를 더 오래’는 ‘어제의 주문’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연준이 최근 1년여 사이 기준금리 상단을 연 0.25%에서 5.5%로 공격적으로 올린 데 이어, 금리를 더 높은 수준에서 장기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해왔으나 경기침체 기조로 더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 밖에 연준의 공격적 금리 인상으로 인한 부채 부담 가중,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에 따른 중동 에너지 가격 급등 가능성, 중국 부동산 경기 악화 등도 미국 경제를 위협하는 잠재 위험으로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