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간의 관심이 집중된 이름이 있습니다. 바로 ‘전청조’인데요. 최근 펜싱 국가대표 출신인 남현희 씨와 결혼을 발표한 인물입니다.
23일 한 매체의 인터뷰를 통해 두 사람은 첫 만남부터 알콩달콩한 근황까지 전했는데요. 이 인터뷰는 곧장 화제가 됐습니다. 남 씨가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2회 연속 2관왕을 달성하고,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목에 거는 등 화려한 이력을 가진 국가대표 출신이기 때문일까요?
사실 대중의 눈길은 전 씨에게 쏠렸습니다. 시그니엘에 거주하고, 경호원들을 대동하고 다니는 데 익숙하며, 언론을 통해 처음 얼굴을 밝힌 ‘재벌 3세’였기 때문이었죠. 그러나 전 씨는 재벌가에 대한 언급은 물론, 자신이 재직한 기업의 이름도 밝히지 않았습니다. 승마선수로 활약하다가 부상으로 은퇴했다면서도 관련 소식은 찾아볼 수 없었죠. 게다가 개인적인 이야기와 경영 계획 등은 ‘불가피한 사정’을 이유로 함구하면서 의문을 가중했습니다.
이후 전 씨에 대한 논란이 하나둘씩 제기되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뷰 내용이 상충한다는 지적은 물론, ‘사실 남자가 아니고 여자’라는 의혹까지 제기됐는데요. 두 사람은 확인되지 않은 허위사실에 대해서는 강력히 대응하겠다며 법적 대응을 시사했습니다.
그러나 곧장 판도가 뒤바뀌었습니다. 전 씨가 오늘(26일) 오전 경기 성남시 중원구의 남 씨 어머니 집을 찾아가 여러 차례 문을 두드리고 초인종을 누른 혐의(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체포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겁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전 씨의 성별을 여성으로 명시했죠.
불과 사흘 만에 너무 많은 일들이 벌어지면서 대중의 혼란은 점차 커지고 있는데요. 일각에서는 ‘전 씨가 대국민 사기극을 벌이려다가 실패했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합니다. 전 씨의 화려한(?) 의혹들을 살펴봤습니다.
전 씨는 남 씨와 함께 진행한 여성조선 인터뷰를 통해 대중 앞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그는 23일 인터뷰에서 △남현희가 유명한 선수인 걸 몰랐다 △미국에서 태어나 오랫동안 미국에서 지냈다 △해외에서 IT 사업을 하고 있다 △국내에서 예체능 심리학 예절 교육 학원을 운영하고 있다 등의 주장을 내놨죠.
남 씨는 그와의 첫 만남을 설명할 때 “비즈니스 업무로 인해 급히 펜싱을 배워야 하는데, 대결 상대는 취미로 펜싱을 오랫동안 해왔던 사람이라더라. 꼭 이기고 싶다면서 저한테 레슨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고 전했습니다. 전 씨가 펜싱을 배우기 위해 남 씨에게 먼저 연락을 취했다는 건데요. 반면 전 씨는 “펜싱 아카데미에 처음 가던 날 경호원들이 ‘대표님, 남현희 씨는 펜싱으로 나름 유명한 사람입니다’라고 하더라”고 말했습니다. 경호원들이 언질을 주기 전까진 남 씨가 유명 펜싱 선수였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거죠.
또 전 씨는 미국에서 태어나 오랫동안 미국에서 지냈다고 했는데요. 다음 날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는 “한국 동네 승마장에서 말을 처음 탔다. 14살 때 한국에서 승마를 시작해 한국과 미국을 오가면서 승마를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조금씩 상충하는 인터뷰 내용에 네티즌들은 의문을 표했는데요.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희한한(?) 이야기가 확산했습니다. 전 씨가 미국 뉴욕이 아닌 인천 강화도 출신이며, 승마선수 출신이 아니라 축산 관련 고등학교를 다녔을 뿐이고, 무엇보다 ‘여자’라는 주장이었죠.
여기에 더해 ‘사기 전적’이 있다는 충격적인 주장까지 나왔습니다. 남자 행세를 하거나 법인 회장의 혼외자인 척한 정황, 사기 혐의로 재판을 받은 기록 등이 잇따라 공개됐는데요. 이를 접한 많은 네티즌은 “드라마도 이렇겐 못 쓸 것”이라며 애써 고개를 저었죠. 그러나 현실은 더한 법일까요. 의혹 다수가 사실로 드러났습니다. 전 씨는 여성이며, 과거 상습적인 사기를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26일 인천지법에 따르면 전 씨는 2020년 5월과 10월 별개의 사기 혐의로 기소돼 각각 징역 2년과 8개월을 선고받았습니다. 같은 해 12월 열린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병합해 심리한 뒤 원심판결을 파기, 전 씨에게 2년 3개월을 선고했는데요. 각 판결문에 따르면 전 씨는 2018년 4월부터 2020년 1월까지 피해자 10명으로부터 2억9000여만 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전 씨의 범행은 주로 타인을 사칭하는 방식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부 피해자는 소개팅 앱을 통해 전 씨를 만나 표적이 됐죠.
전 씨는 2019년 6월 제주도에서 만난 한 피해자에게 남자인 척하며 자신을 제주도 모 법인 회장 혼외자라고 속였습니다. 그는 “너를 비서로 고용하려 하는데, 법인에 근무하려면 신용 등급을 올려야 한다”며 14차례 현금 7200만 원을 가로챈 것으로 알려졌죠.
비슷한 시기 제주도에서 만난 다른 피해자에게도 남자 행세를 하면서 “내 아내의 친오빠가 서울에서 물 관련 투자 사업을 하는데 300만 원을 투자하면 6개월 후 50억 원의 수익을 주겠다”며 “잘 안돼도 500만 원을 주겠다”고 주장했습니다.
전 씨에게 속아 집 계약금이나 승마복 구입비 명목으로 적게는 1000여만 원, 많게는 4000여만 원을 뜯긴 피해자들도 있었는데요. 전 씨는 프리랜서 말 조련사로 일하고 있던 경력을 부풀려 “지금 말 관리사인데 손님 말 안장을 훼손해 보상해야 한다”며 5700만 원을 받아내기도 했습니다.
인스타그램 DM으로 1인 2역을 하며 외국 취업 프로그램을 소개해주는 척 취업 빙자 사기를 저지른 전력도 파악됐는데요. 조사 결과 전 씨는 빌린 돈을 갚을 능력이 없었고, 이를 여행 경비나 유흥비·생활비 등에 쓴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실제 전 씨는 피해자들로부터 가로챈 돈을 대부분 갚지 못했죠.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다”면서도 “피고인은 다수의 피해자를 속여 3억 원에 가까운 돈을 편취해 죄책이 매우 무겁고 대다수 피해자에게 피해를 변제하지 못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습니다.
논란은 이뿐만 아닙니다. 연예 매체 디스패치에 따르면 전 씨가 주장한 ‘비즈니스 펜싱 상대’는 바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였다고 합니다. 전 씨와 남 씨의 측근인 A 씨는 “전청조에게 왜 펜싱을 배우냐고 물어봤다. 일론 머스크와 대결할 계획이라고 한다”고 밝혔는데요. A 씨는 “남현희 눈에만 사랑꾼이다. 그저 답답하다”고 덧붙였죠.
전 씨의 동네 지인이라고 밝힌 B 씨는 뉴스1에 “전 씨는 재벌 3세가 아니다. 전 씨 어머니가 강화도에서 홀로 노래방을 운영했고, 부유한 집이 아니었다”며 “동창들은 전 씨의 허언증이 심해 말을 믿지 않았다. 성인이 된 뒤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하고 미팅 있어서 만나러 간다’는 허풍을 떨기도 했다”고 전했습니다.
또 유튜버 겸 강사 로알남은 25일 유튜브를 통해 자신의 수강생이 전 씨에게 8억 원을 편취당했다고 밝혔습니다. 전 씨와 같은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로알남은 6월 전 씨를 알게 됐다고 하는데요. 오피스텔에 마련된 라운지에서 전 씨가 먼저 말을 걸었고, 자신을 재벌 3세라고 소개했다고 합니다. 이날 이후 전 씨는 ‘사업을 함께 해보고 싶다’는 뜻을 밝혔으나 로알남은 선을 그었고, 이후 전 씨는 로알남의 수강생에게 접근했다는 전언입니다.
로알남은 “전 씨가 수강생과 무슨 사업을 했다. 수강생의 지인 5명까지 포함해 전 씨한테 총 8억 원을 투자했다”며 “다 대출받아 투자했는데 한 명이 유독 많이 투자했다. 제 수강생은 1000만 원밖에 피해를 안 봤다”고 했습니다.
전 씨에게 1000만 원을 투자했다는 수강생은 “전 씨가 휴대폰에 있는 은행 앱으로 공동인증서까지 로그인하는 걸 보여주고 자산을 오픈했다더라. 잔고에 51조 원이 있어 믿을 수밖에 없었다더라”고 설명했죠.
그는 “제 이름도 많이 팔았다. 저와 나눈 메시지를 보여준다거나, 수강생들 앞에서 저한테 전화해 친한 척을 했다”며 “심지어 저를 본인의 제자라고 소개하고 다녔다. 4년간 제게 사업과 경영을 가르쳐줬으며, 제가 사는 월셋집의 소유주도 본인이라고 했다”고 토로했습니다.
스토킹 혐의로 체포됐던 전 씨는 현재 귀가한 상태이나 전 씨와 관련된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입니다. 전 씨의 의혹이 계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죠.
경찰은 최근 전 씨가 남 씨의 친척과 20대 여성 A 씨 등에게도 접근해 투자 사기 행각을 벌이려던 정황도 추가로 파악하고 수사에 나섰습니다. 또 전 씨로 인해 ‘혼외자’ 오명에 시달린 기업 측도 “혼외자라고 주장하는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님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며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악의적인 비방, 인신공격 등 게시글에 대해 당사는 엄중하게 법적 대응할 방침임을 분명히 밝힌다”라고 강경 대응을 예고했습니다.
대중의 관심은 남 씨에게도 향해 있습니다. 남 씨는 26일 여성조선에 “전청조가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며 “교제 전부터 알고 있었고, 과거에는 여자, 지금은 남자다. 그건 내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문제는 전 씨가 남 씨의 이름을 내세워 사기를 친 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남 씨는 전 씨가 자신의 이름을 이용해 투자금을 편취했다는 사실을 이번에 알게 됐다면서 “전 씨에게 완전히 속았다”, “그간 전청조의 주도하에 모든 것이 이뤄졌다”고 강조했지만, 그 역시 당분간 잡음에선 자유롭지 못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