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한 참여로 최신흐름 파악해
세계무역 위축속 시장 개척해야
예전부터 지금까지 중소기업들의 변하지 않는 첫 번째 애로사항은 자금지원이다. 낮은 이자의 정책자금 융자가 대표적이다. 두 번째가 해외 판로개척 지원, 즉 해외바이어 확보다. 생산한 물품을 수출하기 위해서는 물건을 구매할 해외 바이어를 찾아야 한다. 무역협회, KOTRA, 상공회의소, 외국 대사관 상무관 등으로부터 바이어를 소개받거나 알리바바, EC21, Kmall24, 아마존 같은 전자상거래 알선 사이트에 수출 오퍼를 등록하여 바이어를 찾는다. 전자상거래도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링크트인 등 다양한 SNS 채널을 활용해 진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가장 효과적인 마케팅 채널은 세계 각국의 제조업체와 바이어가 한곳에 모이는 업종별 전문 무역전시회다. 세계적인 식품전시회인 프랑스 SIAL. 세계 각국에서 약 8000개의 식품 관련 기업이 전시부스를 설치해 자사제품을 홍보하고, 시연 시식을 하며 무역 상담을 진행한다. 분야도 해산물, 농산물, 육류, 낙농제품, 발효식품, 주류, 음료, 차, 건강식품, 혁신제품, 요리기구 등 다양하다. 전 세계 120개 이상의 국가로부터 30만 명 이상의 식품산업 관련 바이어와 참관객이 모여들어 제품을 비교하고 구매 계약을 체결한다. 유럽 기업들은 계약의 80% 정도를 무역전시회에서 체결한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국가에 대규모 무역전시장이 발달한 이유다.
중소기업은 해외에 광고할 재원도 부족하고 바이어를 만날 기회가 많지 않다. 세계에서 가장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정부가 KOTRA, 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그리고 각종 산업별 단체와 협회, 지방자체단체를 통해 해외 유명 전문전시회에 한국단체관을 만들어 중소기업의 전시회 참가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중소기업이 해외전시회에서 성공하기 위한 몇 가지 팁을 소개한다.
첫째, 해외전시회 경험이 없는 기업은 먼저 2회 이상 관련 해외 전문전시회에 참관할 필요가 있다. 막상 전시회에 나가 보면 기업의 기대와 달리 자사 제품이 관심을 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최소단위 조립부스(대개 9제곱미터)를 설치하고, 직원 2인 이상의 항공료, 숙박비, 식비와 부스 설치비, 전시품 운송비 등을 합하면 최소 1000만~2000만 원이 족히 소요된다. ‘내 제품이 국제경쟁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우치는 데 드는 수업료로는 너무 비싸다. 자신의 제품에 대한 자신감이 있고, 준비가 되었을 때 해외전시회에 나가야 예산낭비를 막고 성과도 낼 수 있다.
둘째, 전시회 참가에 앞서 기업과 제품을 알릴 브로슈어, 제품 카탈로그, 리플릿 등 홍보물과 기업과 제품을 소개하는 영문 홈페이지를 정비해야 한다. 별 관심없이 지나가는 바이어나 참관객에게 값비싼 컬러 브로슈어를 배포하는 것은 자원 낭비다. 지나치는 바이어에게는 간단하게 기업과 제품을 소개하는 1쪽짜리 리플릿을, 관심을 보여 상담을 한 계약 가능성이 높은 바이어에게는 제품 카탈로그를 배포한다. 중요한 바이어에게만 브로슈어와 샘플을 제공하는 등 차별화된 마케팅 활동을 해야 한다.
셋째는 전시 부스에 어떻게 전시품을 전시하고 홍보물을 부착할 것인지 사전에 필요한 장치물을 신청해야 한다. 특히 전시부스 안에 부착하는 홍보물은 너무 상세한 내용을 전달하려 하지 말고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나 차별적 특성을 홍보하는, 큰 글씨의 짧은 메시지와 이미지를 백드롭(걸개)으로 만들어 걸거나 부착하는 것이 좋다.
넷째, 계약 가능성이 높게 판단되거나 협력하고 싶은 바이어나 전시업체를 식사에 초대해 별도의 대화 기회를 갖는 게 좋다. 현지에 바이어의 공장이나 매장이 있으면 함께 방문해 보는 것도 좋다. 바이어를 만나면 상담일지를 작성하고 받은 명함을 부착하고 바이어의 중요도에 따라 등급을 구분하여 관리하며, 만난 날 저녁에 호텔에 돌어와서 피드백 메일을 보내야 한다. 바이어에게 책임감 있는 기업 이미지를 심어주고 자사를 각인시키는 좋은 수단이 된다. 전시회에서 귀국해서 일상으로 돌아가면 피드백이 늦어지고 상담한 기억이 희미해지기 때문이다.
다섯째, 전시회에 참가해 자사 부스만 지키지 말고 참가한 직원이 교대로 전시장을 구석구석 꼼꼼하게 돌아보아야 한다. 협력할 기업을 찾아보고, 인기 있는 제품의 특성을 살펴보고 배우고, 산업의 최신 트렌드를 파악해야 한다. 경쟁제품의 장점을 우리 제품에 적용해서 개선방안을 찾고, 국내에 들여오면 좋을 만한 제품을 발견하면 수입해 국내에 유통하는 전략도 포함해야 한다.
여섯째, 전시회의 성격이 자사제품과 잘 맞는 유명 전시회를 선정해 꾸준히 참석하는 게 중요하다. 많은 바이어들은 제품이 좋아 보여도 즉시 계약하지 않고 같은 전시회에 여러 차례 참가해야 진지하게 상담하고 계약으로 연결하는 특성이 있다.
미중 간 무역전쟁에 이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글로벌 공급망 교란으로 원자재와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고 글로벌 무역이 위축되고 있다. 우리나라가 지속적으로 무역흑자를 내온 중국과의 교역마저 구조적 무역적자로 전환된 상황에서 해외 전시회 참가를 통한 새로운 수출시장 개척은 우리 경제의 생명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