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가 걸리는 바이러스성 질병인 ‘럼피스킨병’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27일 오전 럼피스킨병 중앙사고수습본부는 경기, 충남, 인천, 충북, 강원 등에 위치한 농장에서 럼피스킨병이 추가 확진됐다고 발표했는데요. 서산시의 한 한우농장에서 최초 확진 사례가 발생한 지 일주일 만에 확진 농장이 47개로 확대된 것입니다. 예사롭지 않은 럼피스킨병의 확산세에 소 사육 농가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럼피스킨병은 소에게 매우 치명적인 질병인데요. 감염된 소에게는 피부·점막·장기에 결절이 생기거나 우유 생산량 급감, 과도한 침 흘림과 유산, 불임 등의 증상이 나타납니다. 사람에게 전파되지는 않지만 감염력도 높고 폐사율이 10%에 달해 국내에선 제1종 가축전염병으로 지정돼 있죠. 주로 모기, 파리, 진드기 등 흡혈곤충을 통해 감염됩니다. 인도의 경우 2022년에 이 질병이 발병 및 확산돼 소 200만 마리가 감염되고 15만 마리가 폐사한 적도 있다고 합니다. 어마어마하죠.
정부는 긴급히 ‘럼피스킨병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를 조직해 문제 상황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백신 접종은 물론이고 항체가 형성되는 데 필요한 3주간 확진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소독, 방제 등의 방역을 강화했는데요. 중수본은 사전 비축된 백신 54만두분을 보급해 최초 발생 농장의 인근 20km 내 농장과 방역대 내 농장의 백신 접종을 완료한 상태고, 10월 말까지 총 400만두 분의 백신을 긴급 도입해 11월 초까지 전국 모든 소 농장의 백신 접종을 완료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각 지역에서 럼피스킨병 확산 차단을 위해 농가에 이상 여부가 생기면 바로 신고할 것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대한수의사회 재난형동물감염병특별위원회 위원장이기도 한 조호성 교수가 “현재 가장 중요한 일은 축산농가에서 매일 소의 이상 여부를 확인해 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신고하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감염 사실이 확인될 경우 발생 즉시 발생농장 살처분, 일시 이동중지, 긴급 소독 등의 조치도 신속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 결과 27일 기준 바이러스가 확진된 47개 농장에서 살처분됐거나 살처분되는 소의 수가 무려 3321마리에 달한다고 합니다.
방역 및 대응활동이 신속하게 이뤄지고 있는 만큼 피해농가에 대한 지원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데요. 전군 부안군의회의 김광수 의장은 “럼피스킨병 발생에 따른 보상금과 방역·매몰비용 등 국비 부담률을 상향조정하여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의 재정난을 해소해야 한다”며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는 소 사육농가에 대한 정부차원의 종합적인 지원대책을 촉구했습니다.
럼피스킨병의 확산세가 지속됨에 따라 소고기나 유제품 등 식료품을 향한 우려의 목소리도 등장했는데요. 소비자들은 럼피스킨병 확산 사례에 소고기나 유제품에 대한 불안감을 내비쳤습니다.
그러나 럼피스킨병은 주로 ‘소과 동물’만 감염되는 병이기 때문에 소고기와 유제품 모두 마음 놓고 먹어도 괜찮다고 합니다. 세계동물보건기구(WOAH)는 “감염된 부분을 제거한다면 럼피스킨병에 감염된 소의 고기를 소비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럼피스킨병이 사람에게 전염되지 않는다는 점이 아니더라도 현재 국내에서 감염된 소는 모두 살처분해 식품 유통망으로 들어오지 못하기 때문에 안심하고 소고기와 유제품을 소비해도 된다고 합니다.
그러나 11월 1일 ‘한우 먹는 날’을 맞아 대형마트들이 2, 3주 전 미리 확보해둔 한우를 대규모 할인 가격으로 판매할 예정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소매가는 한동안 안정적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는데요. 농협 하나로마트는 물론 지자체들에서도 한우 농가에 힘을 보태기 위해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 중이거나 기획하고 있다고 합니다.
식품부농업혁신정책실 권재한 실장은 “(한우값 상승은) 이동중지 기간에 도축장으로 출하해야 할 소가 출하하지 못해 생긴 일시적 현상“이라고 말하며 국내에서 살처분된 소의 수가 수급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