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녹음은 법적 효력이 있을까
증거라고 모든 증거가 다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자신이 참여하지 않은 타인간의 대화 녹음은 법원에서 효력이 없습니다. 김세화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와 함께 대화 녹음 증거를 확보할 때 어떤 점을 조심해야 하는지 알아봤습니다.
Q. 타인간의 대화 녹음을 제출해도 괜찮을까요?
A. 안됩니다. 형사적으로는 만약 제3자로서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한 경우에는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에 저촉되어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정지라는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Q. 그렇다면 재판에 증거로 제출하지 않고 주변인들에게 공유해주는 건 어떤가요?
A. 이 역시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타인간의 대화 녹음을 공개하거나 누설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Q. 때에 따라서 몰래 녹음을 해야만 하는 경우도 있지 않을까요?
A.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보호이익과 침해이익의 법익균형성, 긴급성, 그리고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의 요건이 충족될 경우 정당행위, 즉 형법상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 처벌되지 않을 수 있는데요. 실무적으로는 정당행위를 쉽게 인정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Q. 형사적으로 어렵다면 민사적으로는 어떤가요?
A. 민사적으로는 녹음 내용을 상대방 동의없이 3자에게 제공하거나 외부에 유포하면 음성권 또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의 침해로 불법행위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다만 이 경우에도 정당행위가 인정될 경우 위법성이 조각돼 손해배상책임이 부정될 수 있습니다.
Q. 그렇다면 제가 대화에 참여하면 어떤가요? 그 대화 녹음도 문제가 되나요?
A. 녹음하는 사람이 당사자로 참여해 나누는 대화는 ‘타인간’의 대화가 아닙니다. 때문에 당사자로 직접 참여한 대화를 녹음하는 것은 상대방의 동의가 없더라도 통신비밀보호법으로 처벌되지는 않습니다.
Q. 거래처 사장님과 최근 전화통화를 한 적이 있습니다. 저는 이 전화통화를 하면서 녹음버튼을 눌렀는데, 전화통화를 마친 뒤 사장님이 실수로 통화종료 버튼을 누르지 않았습니다. 이후에 다른 직원들과 사장님이 대화하는 것을 제가 듣게 됐죠.
A. 대법원에서는 이러한 행동 역시 법에 위반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2016년 대법원이 선고한 ‘정수장학회 비밀회동’ 사건 사례를 보면, 기자 A 씨는 장수장학회 이사장 B 씨와 전화 통화를 녹음했는데 전화 통화가 끝났음에도 전화는 계속 연결돼 있었습니다. 이렇게 A 씨는 B 씨가 다른 사람과 대화하는 내용을 녹음했는데 대법원은 A 씨에 죄가 있다고 봤습니다. 그 대화에 참여하지 않은 제3자이기 때문에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에 위반된다는 판단입니다.
Q. 제가 직접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한 것이 아니라 제3자를 시켜 녹음하게 하였으면 처벌받는가요?
A. 이 경우 직접 녹음한 것이 아니라도 제3자에 대한 교사범 등 공범이 되어 함께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Q.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한 파일을 증거로 제출할 수 있는가요?
A. 형사소송의 경우 수사기관과 일반인을 달리 살펴봐야 하는데요. 수사기관에서 영장 없이 도·감청을 한 경우에는 위법수집증거가 되어 증거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일반인의 경우 개인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또는 인격권을 중대하게 침해해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한도를 벗어난 것이 아니라면 형사소송의 증거로 제출할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입니다.
Q. 형사소송과 달리 민사소송은 어떤가요?
A. 민사소송은 형사소송처럼 위법수집증거의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규정이 없어서 증거로 제출할 수 있습니다.
▲ 김세화 법무법인(유한) 동인 변호사
김세화 변호사는 제55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한국거래소에서 근무하다가 2016년부터 법무법인(유한) 동인의 변호사(송무전략컨설팅팀)로 활동 중입니다. 주로 민·형사 소송과 수사단계 대응, 그리고 노동 및 회생·파산 분야를 전문으로 하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중대재해처벌법 해설 및 사례’(공저)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