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JTBC에 따르면 과거 전 씨는 자신을 재벌가 혼외자로 보이기 위해 ‘가짜 파파라치’를 고용했습니다.
연극영화과를 전공했다는 A 씨는 올해 1월 말 전 씨 측의 요청으로 ‘기자’ 행세를 했다고 합니다. 강남 한 음식점에 가서 전 씨에게 인터뷰를 요청하는 상황극을 해야 했다는 설명인데요.
그가 던져야 했던 질문은 ‘대한민국에서 자산이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사실인가’, ‘자산의 출처가 뉴욕 얼굴 없는 회사라던데 맞나’, ‘파라다이스 회장님과는 어떤 관계인가’ 등이었다고 합니다. A 씨가 질문을 쏟아내면 전 씨는 화내는 척하고, A 씨는 결국 ‘죄송하다’고 말하며 음식점을 빠져나오는 ‘줄거리’였다고 하죠.
A 씨는 “주의 사항으로 ‘최대한 프로페셔널 하게, 펜과 수첩을 들고 가서 진짜 기자인 것처럼 해달라’고 당부하더라”고 부연했습니다. 열연을 펼친(?) A 씨와 달리 사실 전 씨의 연기력은 썩 좋지 않았다고도 덧붙였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눈길을 끄는 부분이 있습니다. 전 씨가 자신을 ‘파라다이스 회장님’과 모종의 관계가 있는 인물처럼 보이게 만들었다는 겁니다. 사실 ‘파라다이스 관계자’를 사칭하는 이들에게 당한 건 남현희뿐 아니라 팝아티스트 낸시랭, 배우 김상중의 사례도 있습니다. 이에 네티즌들은 “또 파라다이스 사칭이냐”며 혀를 내두르고 있죠.
유명 호텔로 잘 알려져 있는 파라다이스 그룹은 파라다이스 글로벌을 주축으로 하는 오락·관광 특화 기업입니다. 1968년 3월 오림포스관광산업대표인 고(故) 전락원 창업주가 인천 오림포스관광호텔 워커힐지점에 연 ‘콘티넨탈카지노 클럽’을 기원으로 하죠.
1972년 그는 상사였던 유화열 회장과 함께 워커힐호텔 카지노를 독립시켜 콘티넨탈관광을 설립하고, 총괄법인 ‘파라다이스 투자개발’을 설립했습니다. 이후 제주관광개발을 인수했고, 카지노 사업과 호텔 사업 확대에 힘을 쏟아왔죠.
그룹의 주축은 카지노였습니다. 카지노 산업에 대한 회의적 이미지를 불식하기 위해 기업공개도 적극적으로 추진했는데요. 2002년 11월엔 코스닥 시장에 데뷔하면서 국내 증시에 상장한 유일한 민간 카지노 운영사가 됐습니다. 카지노로 잘 알려져 있는 강원랜드, 그랜드코리아레저(GKL)의 최대 주주는 각각 한국광해광업공단, 한국관광공사입니다. 이에 업계에서는 전 창업주를 ‘카지노의 대부’, ‘게임산업의 개척자’로 평가하기도 합니다.
현재 카지노 사업은 서울 광장동, 인천 영종도, 부산 해운대, 제주 등에서 운영하고 있는데요. 모두 외국인 전용 공간입니다.
파라다이스 그룹은 1972년 파라다이스호텔 제주, 1974년 케냐의 파라다이스 사파리파크호텔, 1981년 파라다이스호텔 부산, 1987년 파라다이스호텔 도고, 2000년 파라다이스호텔 인천 등을 설립하면서 국내 토종 브랜드인 파라다이스호텔 체인을 구축했습니다. 2003년 파라다이스호텔 부산은 국내에서 두 번째로 ‘LHW(세계리딩호텔연맹)’에 가입하기도 했습니다.
2011년부터는 동북아 관광산업의 지형과 패러다임을 바꾼다는 목표 아래 복합 리조트인 파라다이스시티 사업을 추진했습니다. 파라다이스시티는 최근 글로벌 여행 서비스 기업 트립닷컴 그룹이 주관하는 ‘2023 글로벌 파트너 서밋’에서 ‘베스트 글로벌 파트너’ 상을 받기도 했는데요. 관광업계 영향력과 뛰어난 실행 능력, 프로젝트 협력성 등 다각적 측면에서 우수하다는 평가가 나왔죠. 호텔과 카지노, 컨벤션, 스파, 테마파크, 예술전시공간 등 관광·엔터테인먼트 시설과 3000여 점의 아트워크가 어우러진 동북아 최초 아트테인먼트 복합리조트로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설명입니다.
코로나19 부진했던 매출도 회복했다는 평가도 나왔습니다. 현대차증권은 23일 파라다이스에 대해 3분기 사상 최고 영업이익에 준하는 호실적을 기록하는 등 올해 영업이익이 코로나 이전 최고치를 상회할 것으로 내다봤는데요.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파라다이스의 올 3분기 매출액은 279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7.3% 늘고, 영업이익은 501억 원으로 전년보다 30.8% 증가하면서 시장 기대치에 부합하는 호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매출액은 부문별로 카지노 매출이 1148억 원으로 전년보다 60.6%, 호텔 매출이 342억 원으로 전년보다 2.4% 늘어날 것으로 봤죠. 복합리조트 매출은 1251억 원으로 전년보다 58.5% 늘어날 것으로 기록하며 카지노 고성장이 전사를 견인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영업이익도 본사, 세가사미, 부산 등이 전부 업황 호조를 이어가며 전분기 기록했던 사상 최고 영업이익에 준하는 실적으로 추정했죠.
김 연구원은 “구조조정에 따른 비용구조 슬림화, 호텔업 초호황, 그리고 카지노 드롭액 회복의 과정을 거치며 리오프닝 섹터 내에서 가장 먼저 실적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며 “아울러 개선된 영업현금흐름, 추가 유동성 확보로 재무구조도 빠르게 개선 중”이라고 판단했죠.
사실 사기꾼들이 파라다이스 그룹 관계자로 사칭하고 나서는 건 ‘고전적인 수법’이라고 합니다. 한두 번 벌어진 일이 아니라는 거죠.
먼저 파라다이스 그룹의 주축 사업인 카지노 특성상, 기업은 풍부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기업 이름을 들어보긴 했으나, 다른 유명 재벌가와 비교했을 땐 대중에 알려진 정보가 제한적이라는 특징이 있는데요. 일종의 신비주의 이미지가 덧붙은 겁니다. 실제로 과거 전 창업주는 ‘은둔의 경영자’로 불릴 만큼 대외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진 않았습니다. 전필립 회장도 파라다이스시티 발표를 기점으로 언론의 본격적인 조명을 받았는데요. 이들의 조용한 행보는 카지노에 대한 대중의 회의적 시각도 반영됐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합니다.
전청조는 자신이 ‘파라다이스 그룹 일가의 혼외자’라고 주장했는데, 혼외자 문제는 기업 외부인은 모르는 은밀한 부분입니다. 공식적으로 확인이 쉽지 않은 부분이기 때문에 이를 사칭하는 사기가 이어지고 있는 거죠.
이에 전청조뿐 아니라 2017년 낸시랭과 결혼을 발표했던 왕진진도 ‘전준주’라는 이름으로 자신을 파라다이스 그룹의 혼외자라고 주장했다고 하죠.
2003년 김상중과 결혼식장까지 잡으며 결혼을 계획한 여성도 자신의 이름을 ‘전○○’이라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당시 김상중의 결혼은 ‘김상중이 파라다이스 그룹 회장의 딸과 결혼한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화제가 됐는데, 파라다이스 측은 이를 곧바로 바로잡고 나섰습니다. 당시 파라다이스 측은 “언론 보도로 알려진 이름은 회장님의 손녀딸 이름으로, 이제 8살”이라며 “해당 이름을 가진 회장님의 딸은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심지어 전청조의 경우, 자신을 파라다이스 관계자라고 주장한 게 이번이 처음도 아닙니다. 그는 2019년 6월에도 자신이 파라다이스 그룹의 혼외자라며 2019년 10월부터 카지노에 복귀한다는 구체적인 설명으로 피해자를 꼬드겼는데요.
그는 피해자를 고용하는 데 한 가지 조건을 달았습니다. 파라다이스에서 일하려면 신용등급이 높아야 한다는 거였죠. 그는 “신용등급을 올려주겠다”며 8000만 원을 요구했고, 피해자는 결국 7200만 원을 뜯겼다고 합니다. 당시 재판부는 “전청조는 파라다이스 회장의 혼외자가 아니다”고 못박으며 “전청조는 피해자를 비서로 고용할 능력이 없었다. 피해자 돈으로 아파트 보증금, 생활비, 채무 변제에 사용할 생각이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두 번도 아닌 파라다이스 일가 코스프레에 그룹도 칼을 빼 들었습니다. 전청조 사건과 관련해 26일 입장문 통해 법적 대응을 시사한 겁니다.
파라다이스 측은 26일 공식 입장을 내고 “최근 전청조 씨 관련 보도된 기사를 통해 당사에 대한 근거 없는 내용이 온라인상에서 무분별하게 유포·게시되면서 당사의 명예를 심대하게 훼손하고 기업 이미지를 크게 실추시키고 있다”며 “전청조 씨의 사기 혐의와 관련해 파라다이스 혼외자라고 주장하는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님을 말씀드린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악의적인 비방, 인신공격 등 게시글에 대해 당사는 엄중하게 법적 대응할 방침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미 너무 많은 피해 사례가 존재하지만, 그럼에도 꾸준히 불거지는 게 사기 문제입니다. 앞서 낸시랭의 이혼소송을 담당했던 손수호 변호사는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전청조 사건을 언급하며 “이런 식으로 사람을 속이는 게 너무 많다. 일단 의심부터 해야 한다”고 지적했는데요. 타인의 호의를 일단 의심부터 해야 한다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