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개인 의존도 심해…“기관 참여로 건전한 생태계 조성”
일본, 법인으로 안정성 검증 후 개인 확대…국내와 반대
여전히 국내 기관 투자 허용 오리무중…“검토해 보겠다”
최근 비트코인 가격 상승을 '기관이 주도했다'는 보고서가 나오며 기관투자자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가 업계에 주는 영향이 또 한 번 확인됐다. 업계는 여러 가지 이유로 기관의 참여가 생태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의견이지만, 여전히 국내에선 기관의 가상자산 투자가 허용될지 미지수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그룹 JP모건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이번 비트코인 상승을 기관투자자 참여 때문으로 분석했다. 보고서는 “기관이 주로 이용하는 CME(시카고상품거래소) 비트코인 선물 포지션은 지난 한 주 올해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면서 “이는 FTX 붕괴 이전인 2022년 8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기관의 투자가 가상자산 생태계에 긍정적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비트코인 현물 ETF가 업계의 큰 관심을 받는 이유 중 하나도 기관의 대규모 자금 유입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한, 업계는 기관의 참여로 인해 시장 전체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지는 등 이미지 쇄신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국내에선 여전히 기관이나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법적으로 명확한 규제를 받고 있지는 않지만, 가상자산 거래소에 법인계좌를 만들 수도 없다. 사실상 개인만 투자가 가능한 상황을 고려하면, 국내 점유율 80%를 차지하는 업비트가 현물 거래량으로 글로벌 2~3위권 거래소라는 점은 시장이 과도하게 개인 투자자에 의존한다는 걸 잘 보여주는 예다.
가상자산 투자에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던 일본마저 법인에 대한 가상자산 투자는 허용해 온 바 있다. 게다가 일본은 2018년 이후 개인의 가상자산 레버리지 투자 비율을 최대 25배에서 2배로 하향 조정했지만, 현재 법인은 자산의 종류에 따라 비트코인 8~9배, 이더리움 7~8배 등 개인보다 높은 비율의 레버리지 투자도 가능한 상황이다.
오다 겐키 일본 암호자산거래소협회(JVCEA) 회장은 26일 본지가 주최한 ‘2024 테크 퀘스트’ 연사로 나서 “현재 협회는 법인의 레버리지 거래에 문제가 없었던 만큼 개인의 레버리지 투자도 법인과 비슷한 수준으로 높이자는 논의를 진행 중”이라면서 “긍정적으로 논의되면 내년부터는 개인 배율 변경과 관련된 본격 논의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법인을 통해 시장의 안정성을 확인하고, 이후 개인 투자자에게 길을 터주는 방식이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기관투자자가 시장에 들어온다면 개인에 한정돼있는 가상자산 투자 문화가 좀 더 건전하고 체계적으로 변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기관투자자가 시장에 들어오지 못하는 것은 국부 유출뿐만 아니라 인력유출 측면에서도 치명적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기관이 시장에 못 들어오면 결국 우리나라 가상자산 산업의 국가경쟁력 저하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여전히 국내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가 허용될 가능성은 작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종합감사에서 “법인 투자를 허용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문제, 그 다음에는 어떤 이점이 있는지 한번 고민해보겠다”면서도 “국가마다 가상자산에 대한 인식이 다르고, 굉장히 우호적으로 갔던 나라들도 계속해서 사고가 나오고 해서 혼선을 보이는 것으로 안다”고 말해 여전히 법인 투자에 대한 다소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