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너머] K-배터리, 자립의 기회

입력 2023-10-29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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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가 12월부터 흑연 수출을 통제하기로 하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흑연은 배터리 음극재에 주로 쓰이는 핵심 원료인데, 우리 기업들은 9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정부와 업계는 탄자니아·모잠비크 등 제 3의 공급처를 발굴하고, 인조 흑연의 국내 생산에도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흑연을 대체할 실리콘 음극재도 개발 중이다.

자원을 무기화하려는 주요국들의 시도가 계속돼온 만큼 배터리 업계의 ‘탈(脫)중국’과 공급망 다변화는 오래전부터 안고 있던 과제다. 그런데 속도가 더디다. 흑연뿐 아니라 수산화리튬·코발트 등 핵심 원재료의 중국 의존도 역시 80%를 웃돈다. 전구체의 경우 97.4%에 이른다.

공급망 다변화도 궁극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어떤 나라가 리스크로 부상할지 알 수 없어서다.

인도네시아가 대표적이다. 올 초 인도네시아가 미국에 핵심광물협정(CMA) 체결을 제안한 것을 두고 미국 내에서도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광물 공급망 측면에서 인도네시아가 매우 중요하지만, 중국 자본이 인도네시아 주요 사이트에 대한 지배력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인도네시아를 파트너로 포함하는 결정을 내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외생 변수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선 중장기적인 배터리 자립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 2050년 600조 원 성장이 전망되는 사용 후 배터리(폐배터리) 시장은 공급 안정성 측면에서도 적합한 대안이 될 수 있다.

문제는 폐배터리 재활용·재사용·재제조 기술 개발과 사업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관리 체계는 미비하다는 점이다.

배터리 회수부터 난항이다. 전기차 배터리 반납 의무가 사라지면서 상당량의 폐배터리가 해외로 반출되고 있다. 최근 제주에서 열린 ‘K-배터리 포럼’에서 한 참석자는 “반납하는 것보다 해외에 파는 게 더 이득이다. 법에 허점이 있다”고 짚었다.

배터리 제조부터 회수, 보관, 처리, 재사용 관련 제도들이 유기적이지 않다 보니 재사용 단계에서 활용되는 배터리 정보나 안전 주체에 대한 합의조차 이뤄지지 못한 상황이다.

이미 미국·유럽·중국 등은 폐배터리 관련 정책을 정비하고 사업 추진에 한창이다. 시장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한 정책 지원과 업계의 기술 혁신이 요구되는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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