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연설 계기…윤 대통령, '협치' 물꼬 틀까
윤석열 대통령이 내년도 정부 예산안 시정연설 계기로 여야 지도부와 국회 상임위원장단과 만나 소통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낮은 자세로 '경청할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과 각종 민생 법안을 처리하기 위해 야당 협조가 필수인 만큼 윤 대통령이 그간 보였던 강경·비판 기조에서 돌아선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31일 국회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 시정연설을 마치고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상임위원장단 및 여야 원내대표와 간담회 및 오찬에 함께했다. 간담회에는 김 의장을 비롯해 윤재옥 국민의힘·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17개 국회 상임위원회 위원장들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국회는 오늘로 세 번째 왔지만, 우리 상임위원장들을 다 같이 뵙는 것은 오늘이 처음인 것 같다"며 "정부의 국정운영, 국회의 의견, 이런 것에 대해 많은 말씀을 잘 경청하고 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김 의장과 여야 원내대표도 '협치'에 대해 강조했다. 김 의장은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경제 상황이 참으로 엄중하다"며 "이럴 때일수록 국회와 정부가 굳게 손을 잡고 국민에게 힘을 모으는 모습을 보여드려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얼마 전 대통령께서 '국민은 늘 옳다'는 말씀을 해주셨는데 아주 울림이 큰 말씀이었고 대통령의 그 말씀에 희망과 기대를 품는 국민이 많은 것 같다"며 "대통령 말씀처럼 정부와 국회가 혼연일체가 돼 오직 국민만 바라보고 국민 눈높이에 맞추면서 대화와 타협으로 국정을 함께 운영해 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야당 입장에서는 대통령께서 국회를 존중하는 문제, 야당과 협치하는 문제에 대해서 상당히 아쉬움이 큰 부분도 있다"며 "국회에서 통과된 관련 법들에 대해 대통령께서 협의보다 이후에 단독 처리와 거부권 행사가 반복적으로 이루어진 것에 대해서도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여야가 서로 협의해 합의한 것에 대해 대통령실이 조금 열린 자세로 수용해 주시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갖는다"고 전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정치는 궁극적으로 국리민복을 위한 것인데, 그동안 여야가 상대를 이기기 위한 정치를 하느라 정작 국민을 외면해 왔다. 이제 누가 누구한테 이기려는 정치가 아니라 국민을 보는 정치를 해야 된다"고 말했다.
이어 "여야가 격렬한 논쟁을 벌일 때조차도 헌법적 가치를 중심으로 통합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여야가 지금까지는 오월동주의 관계의 속에서 이제는 같은 배를 타고 강을 건너는 동주공제(同舟共濟))의 관계를 이루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간담회 이후 국회 사랑재에서 이어진 오찬 간담회 모두발언을 통해 "간담회 때 하신 말씀은 제가 다 기억했다가 최대한 국정에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며 화답했다.
이와 함께 "시정연설, 간담회 모두발언, 또 마무리 발언에, 오늘 이렇게 국회에 와서 우리 의원님들과 또 많은 얘기를 하게 돼서 저도 아주 취임 이후로 가장 편안하고 기쁜 날이 아닌가 이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금 전 세계적으로 경제, 안보 (등) 대외적인 위기 상황이 많이 있고, 우리 국민의 민생이 어렵기 때문에 우리가 초당적, 거국적으로 힘을 합쳐 국민의 어려움을 잘 이겨내고, 미래 세대를 위해 새로운 도약을 할 수 있도록 모두 힘을 합쳐야 될 때"라고도 말했다.
한편 김 의장도 오찬에서 화합과 소통을 강조했다. 오찬에 오른 오색 두부탕, 뿌리채소 중심으로 한 가을 밥상에 대해 김 의장은 "오찬 테마는 화합과 소통의 염원이 담긴 상생의 밥상"이라고 설명했다.
오찬장인 국회 사랑재로 이동할 때 "김형오 의장님 때 만든 야생화, 전국 8도에서 모아진 야생화가 어우러진 화합의 꽃밭을 지나왔다"고 말한 김 의장은 오찬에 대해 "길상, 화합을 의미하는 오색 두부탕, 또 다른 반찬들은 오랜 세월 우리 민초들의 음식이었던 뿌리채소를 중심으로 풍성한 가을 밥상을 차렸다고 들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이는 국민을 위해 화합하자는 의미가 담긴 오찬이라는 의미가 담긴 발언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