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잔액 감소에도 연체액↑
‘고수익’ 브릿지론, 불황에 발목 잡아
3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저축은행의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10조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000억 원이 줄었지만, 이 기간 연체율은 1.7%에서 4.6%(5000억 원)로 급등했다. 같은 기간 부동산 PF 고정이하여신비율도 1.8%에서 4.6%로 2.8%포인트(p) 상승했다.
저축은행의 부동산 PF 부실 위험은 앞으로가 더 문제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국내 신용평가기관인 나이스신용평가 분석을 보면 저축은행이 보유한 PF 대출의 요주의이하여신비율은 2021년 말 12.8%에서 지난해 말 23.7%, 올해 6월 말 41.0%로 치솟았다. 기업대출로 분류되는 브리지성 토지담보대출의 6월 말 요주의이하여신비율은 33.4%에 이른다. 연체채권으로 분류되기 직전 단계인 요주의이하여신은 전체 여신 금액 중에 1개월 이상 3개월 미만 연체된 대출을 말한다.
나신평은 국제결제은행(BIS) 비율 11%를 하회하고 고정이하여신 비율 7%를 상회하는 저축은행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기로 했다. 나신평은 “통화 긴축으로 인한 금리 상승과 부동산시장 부진으로 인해 부동산자산을 확대한 저축은행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면서 “부동산 가격 회복이 전제되지 않는 한 저축은행 부실 위험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부동산 호황기였던 2018년 부동산 PF 대출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여겨졌다. 당시에는 분양가가 높아도 부동산이 팔려나갔으니 고금리로 돈을 빌려준 금융사들은 막대한 수익을 냈다. 금융사들의 부동산 PF 대출 수요가 높아지자 1금융권 대출 심사에 통과하기 어려운 지방, 오피스텔 등 매력도가 낮은 건축물을 짓는 사업주들이 2금융권으로 흘러 들어갔다.
이때 저축은행들은 ‘달콤한 유혹’에 빠졌다. 후순위 및 브리지론처럼 수익률은 높지만, 리스크가 큰 물량 위주로 소화한 것이다. 문제는 급격한 금리 인상과 부동산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미분양 주택이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불거졌다. 본PF 전환이 까다로워진 것. 본PF 대출로 넘어가더라도 분양 계약금과 중도금을 받아야 이를 상환할 수 있기 때문에 한곳에서 자금줄이 막히면 모든 과정이 멈추게 된다.
당장 드러난 저축은행 PF대출 부실 징후는 없지만, 정부는 계속되는 경고음에 대비책을 마련했다. 정부는 PF 대출 보증 규모를 25조 원으로 확대하고, PF 정상화펀드도 기존 1조 원에서 2조 원 이상으로 늘리는 등 지원에 나섰다. 부실 우려 사업장의 경우 만기 연장, 이자 유예, 채무조정 등 재구조화가 원활히 추진되도록 대주단 협약을 운영할 계획이다.
정부의 지원이 ‘미봉책’이라는 의견도 있다. 부동산 경기 반등과 사업성 개선 없이는 리스크를 억제하는 효과에 그친다는 것이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재 대주단 협약으로 만기연장 중이지만 연말로 갈수록 사업성이 낮은 현장은 연장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정부 지원 대부분이 주택에 치중돼 있는 데다 대주단 협약 사업장도 주거시설에 집중돼 있어 향후 PF 리스크가 현실화된다면 비주거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