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하이마트, 일정 연회비 지불하면 유사한 가격대 새 상품 반값 할인
실적 악화로 생존 기로에 선 가전양판점이 비용절감, 현금창출을 강화하는 전략을 꺼내들었다. 롯데하이마트는 연회비 기반 무상 가전 교체라는 초강수 카드를 꺼냈고 자본잠식 상태인 전자랜드는 본사 이전까지 고려하며 재무구조 개선에 나섰다. 최근 이커머스까지 가전양판 사업에 손을 대자 더 이상 밀리면 안 된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전자랜드는 서울 용산 본사를 경기 부천시로 이전하는 내용을 검토 중이다. 이전하는 신규 사무실은 경기 부천시 전자랜드 파워센터 중동점 건물이다.
전자랜드가 본사 이전을 검토한 배경은 임차료 때문이다. 전자랜드를 운영하는 SYS리테일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자랜드가 지불한 연간 임차료는 241억 원이다. 전자랜드는 2018년부터 작년까지 매년 200억 원이 넘는 임차료를 부담하고 있다.
전자랜드 관계자는 “임차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본사 이전을 검토한 것은 맞지만 어제(6일) 임원진 회의에서 본사를 이전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밝혔다.
전자랜드는 11년째 자본잠식에 빠져있는 만큼 재무구조 개선이 절실하다. 전자랜드의 지난해 자본잠식률은 82.6%로 전년 대비 41.7%포인트 늘었다. 영업실적도 매년 악화되고 있다. 지난해 전자랜드의 매출액은 723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7.7%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109억 원으로 전년 대비 92억 원 증가했다.
경영 악화 탓에 전자랜드는 올해 8월 김형영 대표로 수장을 교체하는 등 돌파구 찾기에 매진 중이다. 특히 현금을 창출할 수 있는 연회비 기반 정책을 내세웠다. 연회비를 기반으로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창출하면서 소비자들을 자신들의 플랫폼에 묶어놓는 락인 효과까지 거두겠다는 계산이다. 실적 악화로 인해 생존 기로에 섰던 가전양판점이 벼랑 끝에서 내놓은 자구책이다.
유료 회원 매장이 대표적이다. 전자랜드는 올 5월 인천시 계양구에 유료 회원제 매장 ‘랜드500 작전점’을 처음 낸 뒤 현재 15개 점포를 운영 중이다. 연회비는 최소 1만 원~최대 5만 원이다. 당초 전자랜드는 올해 랜드500 출점 목표를 10개 이상으로 잡았다. 전자랜드는 이달에도 랜드500 추가 점포를 낼 예정이다.
롯데하이마트도 연회비 기반 가전 교체 서비스를 시작했다. 최소 4만 원~최대 18만 원의 연회비를 지불하면 가입 시 구매했던 상품과 유사한 가격대의 새 상품을 반값 수준으로 교체할 수 있다. 서비스 대상 품목은 모바일, 태블릿, 노트북, 데스크탑이다. 새 상품으로 교체 시 1년차에는 상품 가격의 50%, 2년차에는 40%, 3년차에는 30% 비용만 부담하면 된다. 특히 브랜드, 파손 및 고장 여부 등 관계없이 새 상품으로 교체가 가능하다.
롯데하이마트 역시 지난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520억 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이에 올해 경영효율화를 최우선 전략으로 내세우고 실적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이커머스 업체들이 최근 가전양판 사업에 힘을 주고 있어 더 이상 밀리면 안 된다는 위기감이 업계에 커진 것으로 해석된다. 쿠팡은 빠른 배송, 가전제품 무상 설치에 이어 무상 AS 서비스까지 도입하며 영향력을 넓히고 있고 11번가도 대형가전을 다음날 배송·설치하는 서비스를 신규 도입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엄 전략을 앞세운 백화점과 가성비·빠른배송 등을 내세운 이커머스 사이에서 가전양판점의 존재감이 흐려졌다”면서 “연회비를 통해 락인 효과를 거두는 동시에 오프라인 매장으로 모객을 하겠다는 것인데 효과적일지 판단하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