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업용 부동산, 돈줄 말라간다…대출 감소에 시장 침체 위험 고조

입력 2023-11-01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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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2주 은행권 상업용 부동산 대출 뒷걸음질
2분기 전체 상업용 대출 증가율 2014년 이후 최저
연쇄 디폴트 우려 심화
신규 프로젝트 착공에도 악영향

▲미국 상업용 부동산 대출 증가율. 단위 %. ※전분기 대비 기준. 올해 2분기 0.98%. 출처 월스트리트저널(WSJ)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대한 자금 흐름이 멈춰 서면서 연쇄 채무불이행(디폴트)과 신규 건설 중단 등 시장 침체 위험이 한층 더 고조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1일(현지시간) 데이터제공업체 트렙을 인용해 은행들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 규모가 지난달 첫 2주간 감소했다고 전했다. 2014년 이후 은행들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이 줄어들었던 적은 단 두 달뿐이다.

은행은 물론 다른 자금 제공자에 의한 대출 규모도 뒷걸음질 치고 있다. 올해 상업용 모기지(주택담보대출) 담보증권으로 전환된 대출은 282억 달러(약 38조 원)로 2011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또 미국 주요 모기지 부동산 투자신탁(리츠·REITs)인 블랙스톤 모기지 트러스트와 KKR 부동산 파이낸스 트러스트는 올해 들어 신규 대출자에 대한 대출을 중단했다.

2분기 은행, 보험사에서 상업용 모기지 증권에 이르기까지 전체 상업용 부동산 대출 규모는 전 분기 대비 0.98% 증가하는 데 그쳤다. 트렙의 매트 앤더슨 상무는 “2014년 1분기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기관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에 착수한 지난해 상반기부터 상업용 부동산 대출 규모를 줄이기 시작했다. 올 들어서는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 등 중소은행이 예금자 이탈과 상업용 부동산 대출 부실 등으로 인해 잇따라 파산하자 대출을 더 꺼리게 됐다. 여기에 미국 장기금리가 급등하자 신규 대출 기피 분위기가 더욱 선명해졌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시내에서 보행자들이 길을 건너고 있다. 보스턴(미국)/AP연합뉴스
미국 최대 임대아파트 및 산업용 빌딩 개발업체 중 하나인 크로우홀딩스의 마이클 레비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 상승세가 시장을 불안하게 만들었다”며 “자본시장의 불안이 모두를 짓밟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시장에서는 디폴트 증가, 신규 착공 악영향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미 많은 은행이 상업용 부동산 부실 대출 증가에 직면한 상태다. PNC파이낸셜그룹은 자사의 3분기 상업용 부동산 부실 대출 규모가 7억2300만 달러로 전 분기 대비 2배 이상 늘어났다고 발표했다. 회사 측은 “상업용 부동산 부문에서 우리가 우려했던 압박이 현실화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상업용 부동산 대출 급감으로 직격탄을 맞은 것은 건설 쪽이다. 분석업체 닷지컨스트럭션네트워크는 올해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 착공 규모를 전년보다 17% 감소한 약 8700만㎡로 추산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있었던 2009년 이후 최대 연간 감소 폭이다.

지난해 초 착공한 6억5000만 달러 규모의 호텔·카지노 건설 프로젝트 ‘드림 라스베이거스’는 올해 초 자금 문제로 공사가 중단됐다. 로펌 킹앤드스팰딩의 파크 티그펜 글로벌 부동산 대표는 “우리가 내년 1분기까지 완료하거나 진행 중이던 상업용 부동산 프로젝트가 현재 46건 있다”며 “이들 모두 자금조달 문제로 보류되거나 밀려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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